커프 링크스(Cufflinks)는 드레스 셔츠의 소맷부리를 여미는 장신구로 2024년 현재 패션 및 주얼리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다. 사실 신사들의 슈트를 한층 더 우아하게 연출하는 데 이만큼 가성비가 탁월한 품목도 없다. 최근 글로벌리서치회사 테크나비오가 발표한 ‘세계의 커프 링크스 시장’ 연구에 따르면, 이 시장은 전년 대비 약 5.4%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7년까지 15억1400만달러 이상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 증가가 주요 원동력으로 꼽히는 가운데 혁신적인 디자인과 맞춤형 제품, 선물용으로의 인기 상승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세기에 걸쳐 세련된 남성들의 필수 액세서리로 존재감을 지키고 있는 커프 링크스는 남성 셔츠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중세시대까지 유럽에서는 셔츠가 속옷으로 간주되어 소매를 드러내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인식이 달라지면서 셔츠 소매를 고정하는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대 커프 링크스의 원조는 17세기에 등장했다. 초기에는 리본이나 가죽, 실크 줄로 소매를 고정했는데, 루이 14세 때인 1643년에 작은 체인으로 이어진 유리구슬로 대체되었다. 잉글랜드에서는 찰스 2세가 이 스타일을 공개적으로 착용하면서 귀족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었다. 18세기에는 남성들의 의복이 실용성을 넘어 스타일과 세련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커프 링크스에도 화려한 장식이 더해져 상류층 권력자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고급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왕실 행사나 중요한 자리에서 커프 링크스 착용을 보편화시켰고 이니셜이나 가문의 문장을 장식해서 부와 지위를 강조했다. 커프 링크스 시장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무직과 신흥 부유층이 늘어나 수요가 급증했는데, 대량생산 및 금속의 전기 도금이 가능해지면서 저렴한 제품이 대거 공급된 것이다. 모조 보석, 금도금, 은도금, 에나멜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어 마침내 일반 대중들도 커프 링크스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풀 먹인 흰색 셔츠가 중산층 사이에서 보편화되었는데, 딱딱한 소매에 일반 단추를 끼우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커프 링크스는 필수였다.
이 시기에는 대중문화도 커프 링크스의 인기 상승에 한몫했다. 1844년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거대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당글라르 남작의 커프가 다음과 같이 남성의 권위와 우아함을 드높이는 최상의 액세서리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화려한 장식을 소유한 사람은 모두의 시선을 끄는 부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의 셔츠에 반짝이는 거대한 다이아몬드와 단추 구멍에 매달린 붉은 리본을 바라볼 때 말이다.”
19세기 후반에는 커프 링크스 내부에 연인의 사진을 넣어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경우도 있었고 경마나 요트 경기 같은 스포츠 테마의 커프 링크스가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유색 보석이 장식된 커프 링크스는 원래 소수의 남성들만 착용했는데, 영국의 왕세자(훗날 에드워드 7세)가 파베르제의 컬러풀한 커프 링크스를 애용하면서 광범위하게 유행했다. 하지만 1920년대에 스포츠 셔츠의 개발과 풀 먹임 없는 소매의 부활로 커프 링크스는 점차 필수 액세서리로서의 지위를 잃어갔다. 클럽이나 파티와 같은 특별한 자리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유지되었지만,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일상적인 착용은 크게 줄어들었다.
요즘 들어 커프 링크스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프렌치 커프(더블 커프)가 세련된 스타일의 표본으로 인식되면서 유명인사와 정치인들 사이에서 핫한 아이템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제임스 본드가 20세기 커프 링크스의 아이콘이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데이비드 베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라이언 고슬링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커프 링크스를 즐겨 착용하며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앞서가는 트렌드세터들은 프렌치 커프 셔츠와 반바지, 스니커즈의 조합을 비롯해 일반 셔츠에도 커프 링크스를 착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뽐내고 있다. 이렇듯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착용 방식은 기능성에서 시작한 커프 링크스가 지위 상징을 거쳐 개인의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커프 링크스를 TPO에 맞게 연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블랙타이 행사와 같이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골드나 플래티넘 커프 링크스를 선택하거나, 드레스 셔츠의 스터드와 세트로 맞춰 고급스러운 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 비즈니스 룩에서 개성을 살리고 싶다면 손목시계나 셔츠의 패턴과 매칭하거나 젬스톤, 패턴, 모노그램 등 디테일을 살리는 것도 방법이다. 셔츠만 단독으로 입는 일이 많은 이 계절, 커프 링크스를 활용해서 스타일을 격식 있게 끌어올리는 것은 어떨까. 손을 들어 설명하거나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릴 때, 심지어 건배를 제의하는 순간마다 당신의 센스가 돋보일 것이다.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적 정보,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다. 저서로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잇 주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