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를 내야 한다. 부동산 취득세는 부동산의 매매가격 등 지방세법이 정하는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계산된다. 지방세법은 취득의 원인이 매매나 교환과 같은 유상취득인지, 아니면 증여와 같은 무상취득인지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정하고 있다. 주택의 경우에는 매매와 같은 유상취득의 세율이 증여와 같은 무상취득의 세율보다 낮다. 예를 들어 6억원인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에는 취득세율이 1%여서 취득세로 600만원만 납부하면 되지만, 그 주택을 증여받는 경우에는 취득세율이 3.5%여서 취득세로 21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특히 현재 조정대상지역의 공시지가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증여받는 경우에는 취득자가 무주택자라도 원칙적으로 취득세율이 무려 12%에 이르러 그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와 차이가 크다.
이러한 취득세율의 차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실질적으로 증여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형식상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취득세를 탈세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국회는 2014. 1. 1.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증여로 취득한 것으로 본다는 지방세법 제7조 제11항(특례규정)을 신설하였다. 특례규정에 의하면,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주택을 매수하였더라도 아버지에게 자신의 재산으로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버지로부터 주택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즉 취득세를 계산함에 있어 무상취득에 해당하는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아들이 사례와 같이 주인전세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어떨까? 주인전세란 집주인이 세입자로 들어가는 조건으로 실제 매매대금 규모를 줄인 거래를 말한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매매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뺀 차액만 지급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돈으로 고가 주택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도인 입장에서도 급매처럼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집을 빨리 팔 수 있고,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주택자인 아버지와 무주택자인 아들이 주인전세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아버지는 다주택에 따른 세금을 줄이고, 아들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 고가의 주택을 취득한 후 1세대 1주택 관련 여러 세제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특례규정이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한 때에는 ‘취득자의 재산으로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증여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례를 보자. 아들은 아버지인 김철수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그리고 그 임대차계약을 통해 취득한 아버지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채권으로 아버지의 매매대금 채권과 상계했다. 즉 아들은 아버지와의 임대차계약을 통해 취득한 임대차보증금 채권으로 아버지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한 것이다. 이를 두고 ‘취득자의 재산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 아들이 아버지에게 자신의 재산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였다고 볼 수 없다면, 아들은 서초구청에 취득세로 1억 7000만원을 더 내야 할 것이다. 아들은 취득세를 추가로 내야 할까?
안타깝게도 그때그때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선 직계비속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주택을 매수한 경우에 직계비속의 소득증명이 있더라도 대금지급 사실 등이 없는 이상 임대차보증금 부분은 유상거래가 아니라는 행정안전부의 해석이 있다(지방세운영-279). 반면 조세심판원은 여러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유상거래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주인전세를 하게 된 배경, 임대차보증금이 거래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취득자의 향후 임대보증금 반환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법원은 조세심판원보다는 적극적으로 유상거래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은 없다.
앞서 본 것처럼 조정대상지역 주택의 경우에는 취득 원인에 따라 취득세율이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주인전세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 임대차보증금 부분을 유상거래로 볼 수 있는지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사전에 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부장판사)에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