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중식 다이닝 레스토랑 ‘금룡’이 도심 한가운데로 내려왔다. 올해로 오픈 3주년을 맞는 ‘31금룡(금룡 삼일빌딩점)’이다. 광둥식을 베이스로 다채로운 식재료가 담백하고 우아하게 어우러진 금룡의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비즈니스 다이닝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고객이 상황과 기호에 맞게 선택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청계’ 코스부터 가성비 높은 인기 코스 ‘흑룡’, 비즈니스 미팅의 품격을 높여줄 ‘청천’ 코스까지 총 8가지 다양한 가격대의 코스 메뉴를 점심과 저녁 구분 없이 운영하고 있다. 캐주얼하게 일품요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금룡은 중국 고대부터 자연의 신성한 힘과 상서로운 기운을 상징했다. 31금룡은 정통과 현대 조리기법의 조화로 자연에서 온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컨템퍼러리 중식을 선보인다. 1990년 워커힐 호텔을 시작으로 하얏트 호텔, 메리어트 호텔 등 약 30년의 호텔 중식 경력을 보유한 대만 출신의 왕상진 헤드셰프가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왕 셰프는 2010년 금룡의 주임셰프, 부조리장을 거쳐 지난 2022년 1월 31금룡의 조리장으로 부임했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프라이빗 룸은 차분히 그 시간에 머물러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체 80석 중 52석이 룸 안에 있다. 김진선 31금룡 지배인은 “풍수지리학적으로도 31금룡은 북악산 지맥과 청계천이 만나는 ‘갈룡음수형(渴龍飮水形·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러 산에서 내려오는 입지의 형태)’ 명당에 위치해 있다”며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31금룡을 찾는 분들이 좋은 기운을 받아 결실을 맺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31금룡의 시그니처 메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금사오룡(金絲烏龍)’이다. 해삼 안에 새우와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튀긴 뒤 채소, 특제 소스와 같이 볶은 요리다. 왕 셰프는 “금사오룡을 채소와 함께 볶을 때 튀김 안쪽으로 소스를 흡수시키는 조리기법으로 간이 잘 맞고 부드럽게 만든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해삼의 쫄깃한 식감은 한입 베어 물 때 재미를 더해주고 부드러운 속은 입안 가득 고소한 맛을 풍긴다.
금사오룡의 ‘금사’는 요리 위에 채 썰어 올린 죽순과 버섯 등 채소가 금실을 뿌려놓은 것 같다는 뜻이고, ‘오룡’은 해삼을 검은 용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금사오룡은 예부터 중국에서 원기 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금사오룡은 흑룡 코스의 메뉴로 제공되고, 일품요리로도 주문 가능하다. 김 지배인은 “금사오룡의 스토리를 재밌어 하시는 분들도 많고 무엇보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잡게 됐다”고 전했다.
31금룡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북경오리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담백하다. 기름기 많은 오리고기를 하루 반 정도 서서히 말린 뒤 굽는 과정에서도 가슴 안쪽의 기름을 아래로 떨어뜨려 완성했다. 오리고기 위로 기름기 없는 껍질만 남기면서도 너무 건조해 말리거나 딱딱해지지 않도록 했다. 구워낸 북경오리를 셰프가 직접 카빙해보이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다이닝에 걸맞게 북경오리 쌈도 홀 직원이 그 자리에서 직접싸서 제공해 번거로움이 없다.
모든 코스 메뉴는 제철 식재료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금씩 변화한다. 8가지 다채로운 코스 가운데 귀중한 손님 접대로 추천하는 코스로는 황룡 코스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품전채, 향라 해삼 송이, 활 바닷가재 전복 마늘찜, 금룡 불도장, 송로버섯 쇠안심, 식사, 후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특품전채는 연어와 새우, 전복, 오징어 등 해산물을 한입 거리로 구성한 전채 요리다. 상큼한 소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날것 그대로의 느낌보다는 깊은 풍미로 미각을 자극한다. 이어 제공되는 향라 해삼 송이는 향긋한 송이버섯과 해삼을 함께 볶아낸 요리로 쫄깃한 식감과 향으로 버섯 샐러드처럼 즐길 수 있는 메뉴다.
활 바닷가재 전복 마늘찜은 주문과 동시에 31금룡 내 수조에서 바로 잡은 바닷가재(랍스터)와 전복을 셰프의 광둥식 노하우로 맑게 쪄낸 요리다. 통통하고 고소한 살이 담백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소스에는 마늘의 알싸함보다는 은은한 단맛을 살려 랍스터 본연의 맛에 집중하게 한다. 왕 셰프는 “한국에서 랍스터를 100% 라이브 상태로 조리에 들어가는 레스토랑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금룡 불도장으로 불리는 메뉴는 따뜻한 국물에 다양한 식재료의 맛과 향을 담아낸 맑은 국물요리다. 소고기와 닭고기를 푹 끓여 만든 육수를 베이스로 건관자, 송이버섯, 전복 등 10여 개 재료를 함께 넣고 끓여 깊고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하게 몸을 데워준다. 송이버섯은 국물과 조화롭고, 전복은 일반적인 쫄깃함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왕 셰프는 “금룡 불도장은 보신에도 굉장히 좋다. 특히 국물은 꼭 다 드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송로버섯 쇠안심은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을 팬에 한 번 구워 핏기를 날리고 육즙을 가둔 뒤 전분을 얇게 입혀 빠르게 튀겨내고, 이를 셰프가 직접 개발한 특제 송로버섯 소스를 곁들인 요리다. 육심은 뜨거운 기름 안에서 튀겨질 때 전달되는 열로 서서히 익힌다. 언뜻 일반적인 스테이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운 소고기 튀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고기가 기름을 먹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전분 튀김옷은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워낙 얇게 입혀져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처음 먹을 때의 바삭함만 살짝 줄 뿐이다.
식사는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메뉴 중 선택할 수 있다. 현재 31금룡은 계절 메뉴로 굴짬뽕도 운영하고 있다. 김 지배인은 “식사 메뉴 중에는 겨울엔 굴짬뽕, 봄에는 냉이 탄탄면 등으로 제공하는 계절 메뉴가 시그니처 메뉴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후식으로 자색 고구마를 갈아만든 크림을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제공되고 있다.
31금룡에서는 와인, 고량주 등 중식에 어울리는 주류 페어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 지배인은 “황룡 코스는 약주를 하면서 먹는 인기 코스인 경우가 많아 테이블 분위기나 식사하시는 고객 분들의 취향 등을 읽어 그때그때 적합한 술 종류를 추천해 드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연태 블루, 연태 레드를 찾는 고객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왕 셰프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해 서울에 정착하게 됐다. 그는 “제 나이 또래의 아버님들은 다 중국집을 하셨고, 아버지는 물론 아버지의 형제나 친인척분들도 호텔 주방마다 있을 정도였다”며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중식 요리를 접하면서 셰프의 길을 걷게 됐는데 아무래도 화교이다 보니 중식 조리에 있어 유리한 점도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메뉴를 개발할 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많이 기울인다는 왕 셰프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느끼면서도 이를 소스나 조리법 등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며 “31금룡의 지금 코스 메뉴들도 다 저 혼자서 한 것들이 아니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준 것들이고, 또 홀에서 여기 오시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반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31금룡이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계속 변화해나가는 이유다.
왕 셰프는 한국에서 많은 후배 셰프들을 기르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가장 첫 번째 목표는 31금룡의 영업이 잘 되는 것이지만, 주방에서 요리를 업으로 하려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솔직한 얘기로 레시피는 주방장들 목숨이나 마찬가지인데 요리를 진짜 자기 직업으로 삼고 열심히 하는 후배들한테는 성심성의껏 가르쳐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31금룡
장르 광둥식 모던 컨템퍼러리 중식
위치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85 2층 금룡 삼일빌딩점
헤드셰프 왕상진 셰프
영업시간 월~금 11:30~21:00 (14:30~17:30 브레이크 타임), 주말·공휴일 휴무
가격대 7만5000~25만원
프라이빗 룸 5개(8인석 1개·10인석 2개·12인석 2개), 룸 4개 개방 시 최대 44인석 단체룸 가능, 사전 예약제(룸 이용료 5만원)
전화번호 02-6255-9931
주차 발레파킹
[송경은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1호 (2024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