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매력을 탐닉하는 세대가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취미를 붙이지 못했다면 첫 모금을 다시 블렌디드 위스키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싱글 몰트위스키가 대세라던데?”라고 반문한다면, 그렇다. 이견이 없다. 수년째 국내외를 막론하고 싱글 몰트위스키가 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판매 순위 상위권은 ‘조니워커’ 등 여전히 블렌디드 위스키가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다르니까 말이다. 특히 MZ세대 사이에 열풍이 불면서 싱글 몰트위스키 품귀 현상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됐다. 물론 코로나 시기에 세계적인 물류난과 맞물린 탓도 있지만 대형 마트나 주류 전문점에 특정 위스키가 입고되기를 기다렸다가 오픈런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 열정의 대상이 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단일 증류소의 몰트위스키 원액을 사용하는 싱글 몰트위스키는 과감하게 그 증류소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 위스키 생산량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개성과 희소성. 매력적인 요소지만 싱글 몰트위스키는 마치 홍어와 같다. 삭히지 않은 홍어처럼 무난한 맛을 경험하고 차차 빠져들 수도, 삭힌 홍어에 난색을 표할 수도, 반대로 호불호가 심한 그 향이 취향에 딱 들어맞아 인생 음식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바텐더들에게 처음 위스키를 접하는 손님에게 어떤 술을 권하겠냐고 물었을 때도 대부분 블렌디드 위스키를 꼽는 이유다. 호불호가 거의 없는 부드러운 풍미가 위스키에 대한 호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란 게 그렇다. 좋으면 이어지고 나쁘면 멀어진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부상으로 종종 블렌디드 위스키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의 균형 잡힌 배합이 위스키 명가들이 수백 년간 유지해온 ‘의도된 무난함’임을 생각하면 가히 예술에 가깝다.
블렌디드 위스키의 키 몰트에 해당하는 싱글 몰트위스키를 함께 마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생 첫 위스키를 위한 두 번째 추천이다. 키 몰트란 블렌디드 위스키의 맛과 향에 중점적인 역할을 하는 몰트위스키다. 예를 들어 조니워커는 ‘카듀’ ‘탈리스커’ 등의 키 몰트위스키가 있다. 발렌타인의 경우 2017년 키 몰트 시리즈 ‘밀튼더프’ ‘글렌버기’ ‘글렌토커스’를 출시하며 싱글 몰트위스키 시장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두 위스키를 번갈아 시음하며 키 몰트가 블렌디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위스키를 따르는 잔은 크게 온더록 글라스와 니트 글라스 두 가지가 있다. 높은 도수에서 오는 향이 거칠게 다가온다면 온더록 글라스에 얼음을 함께 넣고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좋다. 섬세하게 풍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글라스 입구 부분이 튤립처럼 모아져 있는 니트 글라스가 알맞다. 위스키를 따른 후 글라스를 스월링(Swirling·잔을 휘젓는 일)한 후 멈추면 흘러내리며 발자국을 남긴다. 이 발자국은 레그(Leg)라고 하는데, 지금 마시고 있는 위스키의 보디감을 추정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레그가 얇게 형성되고 빨리 흘러내릴수록 라이트하다. 스월링은 위스키와 공기의 마찰을 순간적으로 늘려 불필요한 알코올 향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위스키에 상온의 물을 두세 방울 떨어트리는 것도 테이스팅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물이 떨어지면서 위스키 온도가 순간 상승하며 아로마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다 마신 후 글라스에 남은 잔향을 맡아보는 것도 잊지 말자. 여기까지가 진짜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거니까.
사실 처음 위스키를 마실 때 컬러나 향, 풍미를 구별하고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몇 년을 마셔도 의식하면서 훈련하지 않으면 역시 감지하기 어렵다. 이쯤에서 머리가 아파온다면 다시 위스키와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하자. ‘하이볼’이면 어렵지 않다. 현재 위스키 매출 상승을 견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바텐더에게 전해 들은 ‘집에서도’ 맛있는 하이볼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첫째, 롱 글라스를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 차갑게 만든다. 상온의 글라스일 경우 조각 얼음을 가득 채워 휘저어준다. 둘째, 이때 얼음의 빙질이 일정한 것이 중요하다. 성에는 제거하고 깨지지 않은 얼음만 사용한다. 셋째, 잔에 생긴 물을 따라내고 빈 공간에 얼음을 다시 채운다. 넷째, 위스키를 30㎖ 부어준다. 다섯째, 소다(탄산수)로 잔의 남은 부분을 채워준다. 이때 소다가 얼음에 부딪히지 않도록 잔 벽쪽에 따르거나 젓가락 등을 사용해 소다가 막대를 타고 흐르도록 따른다. 어렵지 않게 바에서 마시는 것과 같은 하이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싱겁지 않고 탄산이 살아 있는 한 잔 말이다.
장새별 F&B 콘텐츠 디렉터
먹고, 주로 마시는 선천적 애주가. 미식 매거진에서 활동 후 현재는 스타앤비트를 설립해 F&B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