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망하면, 사망한 사람(피상속인)의 재산은 상속받을 권리가 있는 배우자, 자식 등(상속인)에게 이전된다. 이를 상속이라 한다. 법적으로 자식들의 상속분은 동일하므로 장남이나 차남 모두 철수의 상속재산을 똑같이 받을 권리가 있다. 한편 매매를 통한 부동산 취득에 등기가 필요한 것과 다르게 상속을 통한 부동산 소유권 취득에는 등기가 필요 없다. 철수가 사망하면, 그 즉시 서울 오피스텔 소유권은 장남과 차남이 절반씩 상속받는다. 철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그대로 남아 있더라도 장남과 차남이 서울 오피스텔을 공유하게 된다.
만약 상속인들이 모여 특정 상속인이 상속분보다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상속받기로 합의할 수 있을까? 위 사례에서 장남과 차남이 서울 오피스텔을 차남이 단독으로 상속받기로 합의한 것처럼,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상속분과 다르게 상속받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보자. 차남은 장남의 서울 오피스텔 지분 2분의 1을 철수가 사망한 2020. 7. 1.에 상속으로 취득한 것일까? 아니면 장남과 차남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한 2023. 7. 1.에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취득한 것일까?
앞서 본 설명을 종합하면 장남과 차남은 철수가 사망한 2020. 7. 1.에 서울 오피스텔을 각 2분의 1씩 상속받았다. 그렇다면 차남은 이미 상속받은 서울 오피스텔의 2분의 1에 더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2023. 7. 1.에 장남으로부터 서울 오피스텔 2분의 1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은 그런 경우 차남은 ‘법적으로’ 철수가 사망한 2020. 7. 1.에 서울 오피스텔을 단독으로 상속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민법 제1015조는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으면 법적으로 장남은 처음부터 서울 오피스텔을 상속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게 된다.
여기서 세금의 문제가 발생한다. 민법 제1015조에 의해 법적으로는 차남이 처음부터 서울 오피스텔을 상속받은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장남이 자신의 서울 오피스텔 지분 2분의 1을 차남에게 증여한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특정 상속인이 상속분보다 ‘더 많이’ 상속받을 경우, 이를 세법상 증여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은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소급효를 이유로 세법상 증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즉 상속이 개시된 후 상속인들 사이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특정 상속인이 상속분보다 더 많이 상속받더라도 증여세 과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분할비율에 따른 상속세 과세 문제만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다소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 대법원은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시기의 제한 없이 자유로이 할 수 있고, 특히 기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해제하고 새로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의 태도를 따른다면 차남이 서울 오피스텔을 단독으로 소유하다가 10년 후인 2033년에 다시 장남과의 사이에 장남이 서울 오피스텔을 단독으로 상속받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할 수도 있고 이 경우에도 법적으로 장남이 2020. 7. 1.에 서울 오피스텔을 상속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소급효를 이용하여 공동상속인들은 서로에게 증여세 부담 없이 편법 증여를 할 수 있다.
상증세법 제4조 제3항은 위와 같은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등기로 각 상속인의 상속분이 확정된 후에 상속재산 협의분할 결과 특정 상속인이 당초 상속분을 초과하여 취득하는 재산은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차남 명의로 단독으로 등기가 이루어진 후 기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해제하고 ‘장남이 단독으로 서울 오피스텔을 상속받는다’는 새로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였다면, 경제적 실질을 중시하여 차남이 장남에게 서울 오피스텔을 증여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2021. 7. 1. 장남과 차남 공유로 상속등기가 경료되었으므로, 2023. 7. 1.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상증세법 제4조 제3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현재 법원은 실질적인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어야 상증세법 제4조 제3항이 적용된다는 입장에 있다. 즉 사례에서는 장남과 차남 사이에 실질적인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없었으므로 상증세법 제4조 3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세무세의 증여세 부과는 위법하다.
그런데 많은 세무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기 전까지 가능하면 상속등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앞 사례에서는 장남이 단독으로 상속등기를 마쳤지만, 이와 달리 장남과 차남이 함께 상속등기를 신청했다면 실질적인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속인들은 잠정적인 분할협의를 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세무서나 법원은 그 합의가 실질적인 합의여서 상증세법 제4조 제3항이 적용된다고 볼 위험이 적지 않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으로 근무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