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즌이 위대하지는 않았다.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8년 초반 반짝하다 부진에 빠졌다. 팔꿈치 수술 후 맞이한 2019년엔 투수로 뛰지 못했다. 2020년엔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1패에 그쳤다. 타율도 2할을 밑돌았다.
반전은 2021년에 왔다.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 2패, 평균자책 3.18. 그때까지 던지는 날에는 타석에 서지 않았던 오타니는 그해 4월 4일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 투수와 타자로 나섰다. 15분 사이에 시속 161㎞짜리 강속구를 던지고 시속 185㎞로 뻗어가는 홈런을 날렸다. 5월 12일엔 투수 겸 2번타자로서 삼진 10개를 잡고 안타를 치고, 강판된 뒤에는 우익수로 옮겨 상대 땅볼 안타를 처리했다. 7월엔 메이저리그 최초로 투수와 타자로서 동시에 올스타에 선발됐다.
경기장 안팎에서 메이저리그가 돌아가는 방식을 세밀하게 분석해 ‘오타니 현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가령 2017 시즌이 끝난 뒤 미국행을 선언한 오타니를 둘러싸고 역대 가장 뜨거운 영입 경쟁이 벌어진 것은 특출 난 재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무렵 메이저리그의 규정이 바뀐 덕에 스물세 살 오타니는 아마추어로 분류됐고 25세 이상 선수에 비해 입찰액 상한선이 낮았다.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구단에도 해볼 만한 판이었다.
일본에서 보여준 투타 겸업이 빅리그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에인절스 구단은 처음에 오타니 사용법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지칠까 다칠까 전전긍긍하며 오타니를 “도자기 인형”처럼 조심스럽게만 다뤘다. 고삐를 푼 것은 2020년 취임한 조 매든 감독이었다. 2021시즌에 그는 오타니를 등판 전날에도 타석에 세웠고 한 경기에 투수와 타자로 내보냈다. 더 뛰고 싶다는 본인의 뜻을 존중해 “오타니를 오타니이게” 하자 오타니는 펄펄날았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보고, 야구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란다.” 2018년 야구 시즌에 에인절스 연고지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직전 두 해에 비해 4% 늘었다. 오타니 선발 경기는 다른 경기에 비해 관중이 5000~6000명 더 들어온다. 오타니는 만족하지 않고 야구를 바꿔나가는 중이다. 저자는 오타니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투타 겸업의 가능성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드물지만 오타니처럼 겸업을 시도하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재조명 받고, 오타니의 성공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고자 하는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얼핏 만화 주인공의 뻔한 서사 같은, 우리가 아는 오타니 스토리에는 사실 빠진 부분이 많다. 메이저리그 전담 기자로서 오타니를 옆에서 지켜본 저자는 책을 통해 오타니 서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을 소개한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변화, 선수로서 승리와 우승에 대한 유난한 집념,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애정 등 오타니의 성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와 코멘트들은 그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책 <장수하는 뇌>의 저자인 일본 최고의 뇌의학 전문의 시라사와 다쿠지가 30년 넘게 진행한 초고령자 연구의 결과를 담았다. 100세를 넘긴 2000명 이상의 건강 비법을 분석한 자료와 오랜 임상진료 경험은 알츠하이머, 치매, 아스퍼거증후군 환자들의 뇌를 치료하는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다. 저자는 병간호하는 간병인,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가족을 돌보는 사람 등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는 이들의 텔로미어를 조사한 논문을 소개했다. 그들의 텔로미어는 대체로 짧아져 있었는데, 스트레스가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책은 높은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몸에 안 좋을까, 혈압이 200㎜Hg 이상이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할지 등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건강 상식들을 바로잡는다. 뇌를 건강하고 만드는 실행방법으로 올바른 식사법, 피로 관리법,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도 알려준다.
영미 지정학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저자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발표한 책. 지정학을 바탕으로 미국이 취해야 할 외교정책과 세계 전략을 제시한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해도 독일을 서유럽에서 여전히 강한 국가로 남겨 소련에 대항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 유라시아 동쪽에서 걱정해야 할 요소는 중국이어서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저자의 예언은 실제로 전개됐다는 평이다.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의 저자 제니퍼 D. 스쿠바는 팬데믹, 일상화된 테러와 신냉전체제의 배경에 “경험해보지 못한 80억이라는 인구”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 위원이자 인구참조국 이사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세계의 경제 성장, 외교 정책, 보건 의료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인구’를 제시한다. 20세기의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의 인구 증가가 기하급수적이었다면, 21세기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차별적 인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출산 문제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가 하면, 한국, 일본, 러시아, 북한의 고령화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세계 질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변화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구통계학적 사유라고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 > <만들어진 신> 등 세기의 논쟁작으로 화제를 모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한평생 과학과 생물학을 연구한 그가 80세 생일을 맞아, 그동안 감탄하며 읽은 책들에 대해 쓴 서문과 후기, 에세이, 서평, 대화 등을 한데 모아 책을 냈다. 책 각 장의 서두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 스티븐 핑커, 로렌스 크라우스, 매트 리들리 등 세계적 석학들과의 대화로 시작된다. 자연에 대한 찬사, 인간에 대한 탐구, 신앙에 대한 질문 등 진화론·자연선택·과학철학·종교를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이어서 도킨스의 ‘인생 책’들이 펼쳐진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부터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프레드 호일의 <검은 구름>, 댄 바커의 <신은 없다>까지 과학책, 과학소설, 무신론자의 회고록 등 주제가 다채롭다. 도킨스는 책의 매력을 선명하게 보여주면서도, 서평 대상이 다루는 주제를 무대로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드러낸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