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의 사연을 접할 때가 있다. 실무상 오로지 절세 목적에서 이혼하는 부부는 보기 어렵다. 반면 사례와 같이 남편에게 전처소생의 자녀가 다수 있을 때 아내가 남편의 사망 직전 남편과 이혼하고 재산분할을 받는 경우는 적지 않다. 상속분쟁을 피하면서 상속세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어떤 세금이 부과될까? 남편 명의로만 재산을 보유하던 부부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였다고 가정하여보자. 아내는 외도를 한 남편을 상대로 재산분할청구권과 위자료청구권을 갖는다.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위자료로 현금 1억원을 받았다면, 아내는 세금을 낼까? 위자료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이어서 소득세법상 과세소득에 해당하지 않아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무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것이 아니기에 증여세 역시 낼 필요가 없다. 남편 역시 아무런 세금을 내지 않는다. 만약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위자료로 현금이 아닌 부동산을 받았다면 어떨까? 같은 이유로 아내는 소득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반면 남편에게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위자료는 원칙적으로 돈으로 지급해야 한다. 남편은 부동산을 팔아 그 매각대금으로 위자료를 지급한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재산분할로 현금 20억원을 받았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재산분할을 혼인 중에 부부가 함께 이룩한 공동재산을 나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내는 남편 명의로 되어 있던 재산 중 원래 자기 몫을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소득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남편 역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재산분할로 시가 20억원의 부동산을 받았다면 어떨까? 같은 이유로 아내는 소득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재산분할은 공유물분할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위자료와 달리 남편 역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앞의 사례를 보자. 철수에게는 자녀가 4명이 있어 영희의 상속분은 3/11에 불과하다. 거기에 고액의 상속세까지 납부해야 한다. 반면 이혼을 하면 재산분할로 약 절반의 재산을 받을 수 있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철수와 이혼을 하고 재산분할을 받는 것이 유리한 이유다. 그런데 영희와 철수의 이혼에 문제는 없을까? 영희는 철수와 이혼한 후에도 철수와 동거하여 철수를 간호했다. 그렇다면 가장이혼으로 무효는 아닐까? 대법원은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적법한 이혼을 할 의사가 있었다면 그 협의이혼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조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혼을 한 것으로 의심되고, 이혼 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가장이혼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판결이 여럿 있다.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철수와 영희의 이혼은 유효하고 결론적으로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는 위법하다.
만약 영희가 철수로부터 재산분할 명목으로 철수의 재산 100억원 중 90억원을 받았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재산분할이 상당성을 결여하여 지나치게 과대하고 조세회피의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희가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재산분할의 상당한 범위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50%를 넘는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영희에게는 적어도 40억원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으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