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집값을 측정하는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경우 2월 기준 310.26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0.3% 올랐다. 이 지수는 항상 두 달 후에 발표된다. 2월 인상 폭은 미미했지만 7개월 연속 하락세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또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조사 결과, 지난 3월 주택 판매 가격(중간값)은 지난해 같은 달과 견주어 0.9% 내리는 데 그치고 다시 상승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금리 인상을 주도한 미국의 집값은 지난해 급락하며 금리 직격탄을 맞았다. 2년 전만 해도 주택 담보 대출금리는 연 3%대 초반 정도였다. 하지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해 연 5~5.25%까지 끌어올렸는데도, 일단 집값 하락세엔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렇게 집값을 둘러싸고 분위기가 바뀐 것은 금리의 경우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주택 공급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매물 부족도 집값이 반등하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준금리는 여전히 높은 데다 신규 주택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주택 시장에 아직까지 겨울이 물러나지 않았음을 체감하게 된다”라는 일부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은 봄의 끝자락인 이 시점에서는 완전히 수그러들었을 정도이다. 미국의 보험전문 회사인 ‘네이션와이드’도 “올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고, 노동 시장 여건이 향상된다면 주택 매수 심리가 더 치솟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모기지은행협회(MBA)나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들의 분석처럼 일시적 반등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경기 불황 가능성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 등 악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은 “수요는 있는데 공급은 거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집 주인 아무도 팔지 않기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역대급 고금리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꺾였다. 그런데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은 떨어진다는 금융 상식과도, 수요가 줄면 물품값도 하락한다는 일반 상식과도 어긋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년 전 ‘저금리’로 대출 받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집값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주택 시장에 위협이 되는 핵심 요인은 ‘가격 적정성(Affordability)’이다. 다시 말해, 소득에비해 주택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2019년 코로나 사태 이후 집값과 모기지 이자율의 상승은 월별 대출 상환액을 거의 두 배로 늘렸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질로(Zillow)’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 가정의 가구당 수입 대비 모기지 비용 비율은 각각 27%, 30% 그리고 37%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Redfin)’은 2023년 주택 구매자의 대출 월 상환액이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에 비해 63%나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재 미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빨리 지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부동산은 2~3년 슬럼프를 겪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올라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보장될 것으로 분석한다. 물론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실수요자와 집 주인 간에 가격 합의가 안 되면서 부동산 거래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과 더불어 동전의 양날처럼 긍정적인 영향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금리가 높아지면, 예금금리가 올라가고 예금이 쑥쑥 늘어나게 되어 ‘저축이라는 임팩트’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같은 때에 현찰을 쥐고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는 적정 가격에 거래하기 위해 대기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은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나게 되어 주택 시장의 안정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거꾸로 금리가 낮을 때는, 무리하게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해 능력에 한참 벗 어나는 집을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는 결국 주택 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촉진하고, 거품이 잔뜩 끼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을 구매할 때 더욱 신중하게 대출을 하게 되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집값이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이는 투자를 촉진하고, 더욱 많은 주택 공급을 유도하며, 궁극적으로 주택 가격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25만달러짜리 집을 산다고 하면 대출 금리 등은 어떻게 될까. 실수요자는 우선 계약금으로 20%에 해당하는 5만달러를 지불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20만달러의 경우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된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은 상환기간이 30년 등 상당히 긴 편인 데다 고정금리가 적용되는게 일반적이다. 변동금리 비율이 압도적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주담대의 70% 이상이 30년 고정금리다. 금리 변동과 관계없이 한 번 받은 대출금리가 만기까지 계속 유지된다는 뜻이다. 미국 부동산 분석 업체 ‘블랙나이트’는 “3월 말 기준 미국 주담대의 3분의 2가 연 4%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30년 만기의 모기지 대출을 받는다면 달마다 160만원에 해당하는 1248달러를 내야 한다. 20년 만기의 고정금리의 경우 1491달러(약 200만원), 15년 만기의 경우 1674달러 (약 220만원)를 금융비용으로 지출하게 된다. 이러한 금융비용은 대출 기간이 짧아질수록, 대출 금액이 늘어날수록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은행들은 주택 대출은 말 할 것도 없고 신용대출 등을 권유하게 된다. 특히 리스크가 아주 클 것으로 보이는 신용대출에 대해 더욱 그렇다. 이로 인해, 신용점수가 낮거나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들은 집을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부동산의 경우 집을 사지 않고 임대 시장으로 이끌어, 임대료 상승을 촉진할 수 있다. 최근 잇따른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상승이 임대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두드러진 영향을 준다.
첫째, 주택 구매자에게 대출 이자 부담을 늘린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주택 구매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게 되며, 임차인은 늘어난다. 이는 임대주택 시장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며,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기준금리 상승은 부동산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대출보다는 현금에 비중을 둔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줄이며, 임대주택 공급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역시 임대료 상승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부동산 개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개발비용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개발 회사들은 새로운 임대주택을 지을 의욕이 줄어들게 되며,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임대료를 상승시키고 임대인들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임대주택 투자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이는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결국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임대주택 시장에 전반적으로 임대료 상승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재건축 등에 들어가는 자재와 가정용 가구 등을 포함하여 인테리어 시장에 큰 파급 효과를 준다. 그 가운데 주택 리모델링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이자율을 높여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인다. 집 주인이 리모델링을 고려할 때도 그 재정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결국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넷째, 부동산 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는 점이다. 집값이 하락하면, 집 주인들은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우선 고려한다. 리모델링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처럼 금리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는 단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욱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또 기준금리 인상은 건설업체와 리모델링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자율 상승으로 이들 업체의 운영비가 높아져 리모델링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이라는 상품은 국내든 미국이든 기획부터 개발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단 한 건을 구매하는 데도 어떠한 금융 자산보다 더 많은 발품을 들여야 하며 시간에 따른 인내력이 필요한 자산이다. 게다가 보유하는 기간도 길어, 경기 침체로 불황의 터널에 들어가면 단기간에 현금화하기가 어렵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 투자자들은 과연 집을 사서 임대수입을 올릴 것인지 고민할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국면에서 은행대출이 불필요할 정도로 현찰이 든든한 투자자에게는 아주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한 번 집 값이 올라갈 것 같은 기대감과 더불어 기준금리가 올라가서 임대료도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집값 낙폭이 컸지만 여전히 수요가 건재한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서부지역을 노려보는 것도 지금 같은 혼돈의 시기에 현명한 투자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