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숱한 트렌드 분석서와 예언서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한 치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우연히 일어나는 극단적·충격적인 일들로 움직여 왔다. 때문에 인문·사회과학자들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것을 관찰하고 그 축적된 통계와 트렌드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수많은 연구 기관·학자·전문가가 한 해를 학문적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경험으로 알 수 있듯 그러한 예측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어떻게,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운명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 즉 환경에 의해 규정된다.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있다. 환경은 다름 아닌 풍수(공간 논리)로 풀어낼 수 있다. ‘운명을 바꿀 비방’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인식 내용이 바뀐다.
풍수(風水)라고 하면 발복(發福)을 위한 술수나 미신에 불과하다는 비판부터 제기되지만, 이 ‘술수’나 ‘미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풍수에 대한 강의, 상담, 서적 간행 등이 끊이지 않는다.
2022년에도 풍수 논란이 한창 뜨거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 이전이 그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일임에 틀림없다. 풍수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기업이다. 삼성, SK 등 창업주들과 후대 오너 경영인들의 풍수와 관련된 일화는 무수하다. 사옥 터를 잡을 때부터 설계, 심지어 일하는 층과 방향, 사무실 인테리어까지 풍수를 고려하는 CEO들이 많다. 기업 풍수를 통해 사람은 물론 기업의 운도 상승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김두규 우석대 교수와 매경럭스멘 취재팀이 신간 <부자되는 풍수, 기업 살리는 풍수>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김두규 교수는 국내 손꼽히는 풍수학자다. 대학 강단에서 풍수 이론을 강의하면서도 틈만 나면 풍수 답사를 다닌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풍수 이론의 기초와 함께 이를 응용한 사옥 풍수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간단한 생활 풍수와 인테리어 풍수를 통해 일반인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풍수이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풍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청와대 험지론과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풍수 논란도 이 책에서 설명했다. 소위 산(山)풍수인 청와대 자리와 물(水)풍수인 용산 땅을 역사적 논쟁과 풍수 이론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끝으로 2023년 계묘년(癸卯年) 운세를 예측하는 코너도 실었다. 계묘년 새해 운세는 어떨까? 이미 일본·중국은 말할 것 없고 서양에서도 2023년 운명서와 그 예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필자들은 단순히 새해 운세를 점치고자 함이 아니라, 새해 키워드를 풍수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했다. 풍수의 원리를 통해 생활에 영감과 교훈의 계기를 줄 수 있는 책이다.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고 기후는 따뜻해지고 지구는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 인간 종은 현재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혼란에 대책이 없는 상태다.
진보의 시대를 지나오는 동안 효율성은 시간을 조직하는 최적 표준이 됐고 그에 따라 인간 종은 사회의 풍요를 향상한다는 목표하에 더 빠른 속도와 줄어드는 시간 간격으로 천연자원의 수탈과 상품화,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한 탐구에 몰입하게 됐다. 이러한 지향성은 인류를 지구상의 지배적인 종으로 올려놓은 동시에 자연 세계는 파멸로 이끌었다.
현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이같은 영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며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그는 신간 <회복력 시대>를 통해 죽어가는 진보의 시대를 해체하고 부상하는 새로운 문명의 서사를 제시한다. 그가 8년의 집필 기간 끝에 완성해 11월 1일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동시 출간한 이 책에 50년에 걸쳐 세계 경제와 사회, 거버넌스 혁신,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했다.
저자에 따르면 서구 사회는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이후 진보의 가치를 최선으로 여겼다.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세계관에 뿌리를 둔 서구 사회는 화석 연료를 이용, 지난 400여 년간 발전을 향해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했다. 그 과정에서 의학·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지만, 폭염, 홍수, 태풍 같은 부작용도 속출했다.
저자는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행진했다면, 새롭게 부상하는 회복력 시대는 적응성에 발을 맞춘다고 말한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 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소스 지식 공유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의 전환 등 경제와 사회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일어난다.
젊은 세대는 이미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 의회와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전환하고 있다.
동일선상에서 공감과 생명애가 새로운 규범이 되면서 냉정하고 무심한 이성은 약화하고 있다. 인간 종이 자기 미래에 대해 절망하는 오늘날 저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에 대한 창을 열어주며 지구에서 다시 생명이 번성할 두 번째 기회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저자는 “그간 우리는 어떤 인간도 혼자만의 섬이 될 수 없고 완벽한 자율적 행위자도 될 수 없으며 어떤 식으로든 다른 모든 생명체와 지구 권역의 역학에 의존하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영국의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의 자서전이다. 그는 2017년 루게릭병으로 2년의 시한부를 선고받고 이를 계기로 연구에 나서, 인류 최초의 AI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위,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 장기를 기계로 교체한 뒤, 침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하지 않도록 후두절제술까지 받아 수명을 연장시켰다. 합성 목소리, 가슴에 단 스크린 속 아바타를 사용하여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했다.
“이건 인간의 정의를 다시 쓰는 일이다”라며 “나 같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번영’을 누릴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라고 한 저자는 ‘인간의 번영할 권리’에 대해 말한다. 환자들이 희망이 없어 죽음에 내몰리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하여 삶을 선택할 권리도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피터 2.0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간 그의 기록을 읽으면서 인간은 무엇인지, 기술의 진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인간과 AI의 새로운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미술 칼럼니스트 양정무가 저서 <상인과 미술>을 보완해 선보이는 책으로, 미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짚어보며 미술 시장에서 벌어진 작가와 컬렉터의 생생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소비주의 사회에서 미술의 역할, 미술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무기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았다고 전한다. 화가와 컬렉터를 연결해주는 아트 딜러의 심리·전략과, 그림값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보여준다. 화가들 사이 임금이 차별되는 순간, 그림값을 매기는 기준이 노동력과 재료 값에서 작품의 가치로 옮겨간 순간 등을 엿볼 수 있다.
이어 책에서는 미켈란젤로나 렘브란트 같은 창작자도 피해갈 수 없었던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그리며 이들에 대한 이해를 한층 돕는다. 또 모네와 고흐를 주인공으로 다뤄 미술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상주의 미술을 살펴본다.
마지막 장에는 미술 투자에 대한 전망, 투자 가치가 있는 작품을 알아보는 법, 한국의 호당 가격제, NFT 작품의 가치 등을 Q&A로 실었다.
저자 휘프 바위선은 네덜란드 최고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노인 심리학자다. 이 책은 그가 30년 이상 해온 연구와 치매를 앓은 주변인들을 보살핀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 치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전달한다. 치매가 무엇인지,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 원인, 종류, 증상, 행동 유형 등을 정리했다. 특히 치매에 걸려도 잃지 않는 능력, 특성, 욕구, 희망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가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치매 환자들이 간직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면 ‘고립의 심화’를 늦출 수 있으며 환자와 소통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단계별로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경험하는지 위태로운 자아, 길 잃은 자아, 참몰한 자아의 3단계로 제시한다. 치매 환자를 대할 때의 팁, 소통 규칙, 문제 행동 대처법 등을 알려주고, 더불어 간병 가족을 위한 ‘기운 잃지 않는 법’까지 종합적으로 안내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환상에 가려진 데이터 노동자의 현주소를 파헤치는 책이다. <노동자 없는 노동>은 검색엔진, 앱, 스마트 기기의 배후에는 언제나 노동자가 존재해 왔으며, 이들은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몇 분, 몇 초의 초단기 작업 ‘미세노동’으로 착취되고 있다고 밝힌다.
저개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미세노동은 데이터에 라벨을 지정하고, 짧은 녹취록을 만들고, 알고리즘에게 사진을 식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간단한 일이지만, 노동 시간이 아닌 작업 건수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고되다.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취업과 실업의 상태를 오가면서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회사를 위해 일한다.
저자는 세계 경제가 기술의 발달 이면의, 제 속을 갉아먹는 질병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거대 IT 기업, 플랫폼들이 승승장구하며 성장해온 동안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를 통해 일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지만, 노동자들이 인간이 아니라 연산 인프라로 취급받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김병수·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