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은 링컨과 함께 미국을 상징하는 자동차다. 할리우드 영화 속 수많은 VIP가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를 타고 등장했고, 실제로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이 차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전차량인 비스트도 캐딜락 차량이다). ‘XT6’는 캐딜락을 대표하는 에스컬레이드의 바로 아래 동생뻘인 대형 SUV다. 에스컬레이드 ESV의 전장이 5382㎜라면 XT6는 5050㎜로 약 30㎝가 짧다. 그런 의미에서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지만 육중한 차체에 살짝 부담을 느꼈다면 XT6는 충분한 대안이자 최선의 선택지다(카니발의 전장인 5155㎜보다 짧다). XT6에 올라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등 약 300여 ㎞를 주행했다. 그런데 웬걸, 공간 외에도 디자인부터 주행 성능까지 조화로운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차는 클수록 편하다는 말, 괜한 말이 아니었다.
XT6는 XT시리즈의 맏형이다. 에스컬레이드보단 작지만 XT시리즈 중 가장 크고 첨단 기능이 집약된 차량이다. 우선 5m가 넘는 전장에 1964㎜의 전폭과 1784㎜의 전고를 지닌 외모는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유려하다. 길고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교적 슬림한 헤드램프가 자리한 전면부는 묵직하다. 반면 수직으로 길게 내려온 후면부 테일 램프와 앞 범퍼의 주간주행등은 세련됐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한눈에도 캐딜락이란 걸 강조하고 있는데, 이 당당한 모습이 싫지 않다. 이처럼 각진 디자인이 지루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건 캐딜락의 매력 중 하나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 땀 한 땀 꼼꼼히 마무리한 장인의 손길이 묻어난다.
우선 3열에 이르는 모든 좌석에 최고급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했고, 암레스트, 인스트루먼트 패널, 트렁크 내 버튼까지 스티치로 마감했다. V자형 센터페시아는 천연 가죽과 원목, 카본 파이버를 기반으로 양쪽으로 뻗어나가는데,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존심일까.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공간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3열 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의 헤드룸(945㎜)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엉덩이를 좌석 끝에 붙이고 앉아보니 머리 공간은 충분했지만 레그룸은 살짝 아쉬웠다. 2열 좌석은 앞뒤, 기울기 조절이 가능하다. 2열과 3열을 접으면 ‘풀 플랫’ 방식으로 바닥면이 평평해지는데, 3열만 접을 경우 트렁크 용량이 기존 356ℓ에서 1220ℓ로,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2229ℓ까지 늘어난다. 충분히 차박이 가능한 공간이다.
파워트레인은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에스컬레이드도 그렇지만 캐딜락 차량의 주행 성능 중 가장 놀라운 건 큰 차체를 단단히 버티며 부드럽게 반응하는 핸들링인데, XT6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2톤이 넘는 무게를 지탱하는 앞뒤 바퀴의 조향 능력이 탁월했다. 미국 차는 무겁고 연비가 떨어진다는 말, 한물간 고릿적 선입견이다. XT6의 공인연비는 8.3㎞/ℓ(도심 7.1, 고속도로 10.5). 실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과 고속도로를 운행한 후 계기반을 확인해보니 11.4㎞/ℓ가 기록됐다. 물론 고속도로에선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했다. 정속 주행 등 특정한 상황에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연료 효율 향상에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이다.
고속 주행 시 비교적 평온한 실내공간도 장점 중 하나. 14개 스피커가 탑재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나 2열과 3열에 자리한 2개의 USB포트, 콘솔 암레스트의 2세대 무선 충전 패드, 실내 공기를 순화시키는 에어 이오나이저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이 차가 왜 프리미엄인지 일깨워준다. 이 수많은 장점에도 한 가지 아쉬운 건 판매량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집계를 살펴보면 캐딜락은 지난해 99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브랜드 접근성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