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내구성 소비재인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주택 매매나 전세 자금 등 주거비용을 제외하면 가장 지출이 큰 소비 행위다. 이동 수단으로, 제3의 휴식 공간으로 일상생활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게 될 차를 선택하는 과정은 즐거운 동시에 번뇌의 연속이다. 눈길 가는 차는 많지만 허용된 예산은 제한적이라는 게 번뇌의 뿌리다. 내년에 자동차를 새로 장만하려고 마음먹은 이들이 보다 만족스러운 최종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소소한 팁을 소개한다.
기존에 이용하던 차를 처분하고 더 큰 차를 구입하려는 이들은 최근 수년 사이 크게 뛴 신차 가격을 보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연식 변경과 세대 변경을 거듭하면서 자동차 가격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요 신차 모델별 최저 가격은 최근 5년 사이 20% 안팎 올랐다. 신차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자동차의 전장화(전자제품화)로 제조원가에서 전기·전자·정보기술 관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델마다 각종 안전·편의사양이 기본으로 장착되면서 ‘깡통차(옵션을 추가하지 않은 차)’의 기준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아반떼·쏘나타·그랜저 등 현대자동차의 대표 세단 3종의 가솔린 모델 최저가 평균은 2018년형 2224만원에서 2023년형 2842만원으로 27.8% 올랐다. 같은 기간 모델별 최저가 증가율은 아반떼 40.7%, 쏘나타 26.5%, 그랜저 22.8% 순으로 높았다.
아반떼 판매 가격이 눈에 띄게 높아진 이유는 최저 트림(세부모델)에 탑재되는 안전·편의사양 구성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2018년형 최저 트림의 경우,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와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에 공통으로 탑재된 안전·편의사양은 에어백 시스템, 개별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 세이프티 언락(주차 시 운전석 문만 잠금 해제), 타이어 응급처치 키트, 후방 주차거리 경고 등에 불과했다. 차로 이탈 방지 보조 등 지능형 안전 기술이 기본 사양에서 제외된 점은 2018년형 아반떼·그랜저 최저 트림 간 공통점이었다. 아반떼의 기본 성능이 높아지는 사이 그랜저는 첨단 기술을 탑재하고, 편리한 인포테인먼트(내비게이션 등 차내 전자 편의사양)를 갖추며 고급화에 힘썼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기능, 에어컨 광촉매 살균 시스템, 실내 항균 처리 소재 사용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수입차는 가격 상승세가 더딘 편이다. 차량을 해외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수입차는 개별 소비자 맞춤형으로 사양을 구성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수입차는 국산차만큼 트림을 세분화하지 않고 있고, 5년 전 모델과 현 모델 간 기본 사양 차이가 국산차보다는 작다.
국산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자 수입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있다. 여기에는 수입차의 경우 연말 프로모션 기간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으면 동급의 국산차와 판매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자동차는 최초 구입 시 지출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비도 중요하다. 차량을 구입할 때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wnership)’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TCO는 유류비·보험료·자동차세 등 차량 보유에 따라 지출하는 비용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국산차·수입차 구입 시 지출되는 비용을 보다 현실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준대형급 세단 5종을 선정해 TCO를 비교했다. 분석 모델은 ▲현대차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제네시스 G80 2.5T 가솔린 2WD 19인치 ▲아우디 A6 45 TFSI ▲BMW 520i 럭셔리 ▲메르세데스-벤츠 E250 아방가르드 등이다.
신차 구입 후 5년간 운행한 뒤 중고차로 처분하는 상황을 가정해 산출한 모델별 TCO는 ▲그랜저 4772만원 ▲G80 6198만원 ▲A6 7918만원 ▲5시리즈 6739만원 ▲E클래스 7042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운행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잡을 경우 모델별 TCO는 ▲그랜저 8587만원 ▲G80 9627만원 ▲A6 1억2442만원 ▲5시리즈 1억1064만원 ▲E클래스 1억1896만원 등이다. TCO 산출 시 모델별 구입 가격은 선수금 30%, 금리 6%, 36개월 할부 시 총 지출 금액에 취득세·공채할인 액수를 포함했다. 모델별 유지비는 정비비를 제외하고 유류비·보험료·자동차세 등을 종합했다. 유류비는 일반유 사용 기준으로 연간 2만㎞ 주행을 가정했다. 보험료는 32세 남성 1인 한정, 대물 2억원, 자차 포함, 긴급출동 가입 등 조건으로 시중의 다이렉트보험 신규 가입을 가정해 산출했다. 보험료 자체는 수입차가 동급 국산차의 2배 수준이다.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국산차와 수입차 간 비교가 무의미하다.
수입차는 5년간 품질 보증 기간이 만료된 이후가 문제로 꼽힌다. 수입차 부품 가격과 공임비는 국산차의 2~3배 수준으로 높다. 수입차는 품질 보증 기간에 무상으로 수리·정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유지비 부담이 없지만, 보증 기간이 끝난 뒤에는 ‘복불복’이다. 예를 들어 변속기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국산차는 신품 교체 비용으로 200만~300만원이 드는 반면, 수입차는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이상 든다. 중고차 시장에 출고 5년차를 맞은 수입차가 매물로 다수 올라오는 것도 품질 보증 기간 만료 후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살지, 하이브리드차를 살지 고민하고 있다면 따져봐야 할 것은 충전 인프라, 구입 가격, 유지비용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충전소 접근성이다.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거주하거나, 직장·자택에 상시 이용 가능한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면 전기차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자택이나 직장에 충전소가 불충분한 상황이라면 전기차 구입은 재고해야 한다. 생활권에 충전소가 없는 상태에서 전기차를 덜컥 사는 것은 배터리 잔량에 늘 신경이 곤두서고, 충전하기 위해 전기차를 ‘모시고’ 이곳저곳 떠도는 신세가 되는 지름길이다.
비슷한 크기의 차량을 놓고 비교했을 때 구입 가격은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보다 비싸다.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기아 EV6 최저 판매 가격은 4870만원부터 시작한다. 올해 기준 서울에서 구입해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등을 적용받는 경우 총 94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 EV6 구입 가격은 3946만원으로 내려간다. 반면,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판매 가격은 3027만원부터 시작하지만 별도의 친환경차 보조금 혜택이 없다.
정해진 예산에 맞춰 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라면 EV6와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놓고 고민할 수 있다. EV6보다 한 체급 큰 중형 SUV인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3786만원부터 시작해 EV6 시작가보다 160만원 낮지만, 유지비용은 EV6가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낮다. 1년에 2만㎞를 운행하는 경우,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유류비로 약 210만원이 소요되지만, EV6 충전비용은 100만원 안팎에 그친다. 전기차 충전 요금이 인상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전기차 충전비는 하이브리드차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초기 비용이 비슷한 EV6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유지비를 비교하면 운행 2~3년 차부터 EV6가 더 경제적인 이동수단이 된다. 동급 크기의 EV6와 투싼 하이브리드를 비교하면 운행 기간이 10년가량 지난 시점부터 EV6가 초기 비용을 상쇄하는 경제성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다만, 전기차는 고장이 났을 때 문제가 생긴 특정 부품만 갈아 끼우는 게 아니라 모듈(부품 덩어리) 단위로 교체가 필요해 하이브리드차보다 수리 단가가 높다. 또 전기차를 고칠 수 있는 정비소가 여전히 전체 정비소의 10% 미만인 탓에 수리 기간도 상대적으로 더 길다. 현재 중고 전기차의 잔존가치율은 유동적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그치고 있고, 중고차 수요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내연기관 차에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아이오닉5가 첫선을 보인 때는 2021년 5월로, 만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선 잔존가율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주차하다 혹시 남의 차를 긁지 않을까’ 걱정하는 초보운전자나 고정 지출이 많아지는 게 부담스러운 사회초년생이라면 생애 첫 차로 신차를 구입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대안은 2가지다. 차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당분간 차를 사겠다는 마음을 접거나, 합리적인 가격대의 중고차를 찾아보는 방법이다.
중고차 모델별 시세를 알아보려면 케이카, 엔카닷컴, KB차차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된다. 케이카는 자체 인증 중고차 기반의 직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반면, 나머지 플랫폼은 매매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 방식으로 운영된다. 플랫폼별 특징을 이해하고, 소비자 자신에게 유리한 매물을 골라내면 된다.
중고차 구매 시 차량 이력 확인은 필수다. 판매자가 첨부한 성능점검기록부, 보험 개발원 ‘카히스토리’ 등을 통해 사고유무, 주행거리 등을 체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행거리가 짧은 차량이 상태가 좋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짧다면 재확인이 필요하다. 이는 차주의 차량 관리가 그만큼 소홀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년 기준 1만5000㎞가량 운행한 차량이 적정하다. 중고차 구매 시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사고 여부다. 중고차 시장에서 말하는 ‘사고 차량’이란 자동차관리법상 ‘주요 골격 부위’에 대해 판금, 용접 수리, 교환 이력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차체와 루프 사이 기둥 역할을 하는 A·B·C필러, 엔진을 감싼 인사이드 패널, 바퀴가 장착되는 공간인 휠하우스, 뒤쪽 펜더(흙받이) 등에 사고 흔적이 있어야 사고차다. 문, 보닛, 앞쪽 펜더, 트렁크 등 외부 패널(기록부상 외판) 경우 단품으로 교환 가능하고, 교환 시 자동차 성능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사고차로 분류하지 않는다.
중고차를 살 때 지인 간 거래는 지양하는 게 좋다. 자신의 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평소 관리를 투철하게 한 양질의 차량이 아닌 한 지인 거래는 피해야 한다. 중고차는 차량 구입 가격뿐 아니라 언젠가 발생할지 모르는 고장과 이로 인한 수리비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 거래 이후 지인과 아쉬운 소리를 주고받기보다는 웃돈을 주더라도 정식 매매업체를 통해 중고차를 구입하는 게 지인과 의를 지키는 방법이다. 자신이 타던 차를 중고로 값싸게 팔겠다는 지인에게는 헤이딜러, 엔카닷컴, KB차차차, 케이카 등 플랫폼을 소개하면 된다.
문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