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가 다시 태어났다. 5년 만에 진행된 완전변경이다. 신형 싼타페의 공식명칭은 ‘디 올 뉴 싼타페’. 기존 모델과 비교해 전혀 다른 모델이라 해도 믿을 만큼 모든 걸 철저하게 바꿨다. 디자인을 총 지휘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은 기존 모델과 전혀 다른 이유를 묻자 “현대차는 패밀리룩을 부정한다”고 답했다. 그는 “태극기 문양에서 영감을 얻은 제네시스의 두 줄 디자인은 계속 진화하지만 현재 현대차의 한 줄 디자인은 바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한 줄이 아니라 다섯줄이 더 기능적이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센터장은 “후면 유리가 직각으로 떨어지는 박스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테일램프(후미등)를 아래로 내려 내부 공간을 최대한 넓혔다”면서 “박시한 차답게 휠 크기까지 키워낸 신형 싼타페는 비례와 균형에 가장 충실한 차”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신형 산타페는 전장 4830㎜, 전폭 1900㎜, 전고 1720㎜, 휠베이스 2815㎜로 기존 대비 최소 35~50㎜씩 공간이 넓어졌다. 후면부의 후미등이 밑으로 내려간 덕에 테일게이트(트렁크) 양 끝 길이를 최대로 뽑아내 웬만한 캠핑용 매트리스도 차에 넣을 수 있다. 수하물 용량은 동일 차급 최고 수준인 725ℓ. 이쯤 되면 골프 가방 4개와 보스턴 가방 4개를 넣기에도 거뜬하다. 2열과 3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테라스처럼 평평한 공간도 가능하다. 차가 곧 집이자 휴식처가 되는 공간인 셈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차 위에 짐을 실을 때 이용하는 ‘손잡이(루프랙)’. 히든 타입 어시스트 핸들이라고 이름 붙인 루프랙을 이용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 지붕 위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이른바 싼타페 프로젝트가 출발한 건 2018년 말이었다. 현대차 디자이너들이 빅데이터를 통해 디자인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단어가 바로 ‘차박’이었고, 전 세계적으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차박과 아웃도어는 일상적인 트렌드가 된다. 도심형 SUV였던 싼타페의 박시한 스타일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됐다. 1세대 싼타페가 SUV를 아웃도어(밖)에서 도심(안)으로 이동시켰다면 5세대 싼타페는 도시의 프리미엄과 아웃도어의 라이프스타일을 적절히 아우르는 차로 진화했다. 현대차 측은 여기에 “현대차 디자인의 헤리티지를 계승했다”고 밝혔다. 갤로퍼와 테라칸의 디자인을 계승했다는 의미다.
중형 SUV인 신형 싼타페는 기존 모델에 비해 외관이 좀 더 커졌다. 구체적으로 휠베이스는 50㎜, 전장은 45㎜, 오버행은 25㎜가량 늘었다. 대신 전면부가 짧아졌다. 전륜구동 차량인데 앞쪽이 짧다니. 이 기술적인 도전은 대형 SUV에 버금가는 실내공간을 낳았다. 이상엽 센터장은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굉장히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놀라운 실내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면창의 와이퍼가 있는 곳부터 뒤쪽 스포일러가 있는 곳까지 거리만 따지면 신형 싼타페가 팰리세이드보다 길다. 이 센터장은 “일자형 테일램프는 그랜저, 쏘나타에 적용된 심리스 호라이즌의 다음 단계”라며 “심리스 호라이즌 디자인에 직선을 넣어 H 형상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후드도 기존 모델보다 한 뼘 가까이 높다. 전체적으로 박스형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공력계수는 0.294를 달성했다. 보통 박스형 차가 3.3~3.4인 걸 감안하면 공기저항에 공들인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차가 공개되기도 전에 온라인상에서 호불호가 갈린 후면부는 뒤창이 일자로 떨어진다. 자동차의 후면부에는 세단의 경우 트렁크가 있고 SUV는 테일게이트가 자리한다. 트렁크는 짐을 싣는 공간이고 테일게이트는 짐을 비롯해 아웃도어에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신형 싼타페는 창이 일직선으로 마무리된 덕에 차박을 할 때 좀 더 넓은 공간이 확보됐다.
신형 싼타페의 실내는 여러 색상을 도입해 프리미엄을 더했다. 12.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자리했고 2개 이상의 무선 충전 패드를 설치해달란 고객들의 주문에 이를 수용했다.
충전 패드 뒤에 듀얼 컵홀더와 USB-C 충전 포트가 있다. 무엇보다 수납공간이 많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 새로 개발된 양방향 멀티 콘솔은 암레스트 수납공간과 트레이를 1열이나 2열 탑승자가 위치한 방향으로 각각 열고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해 활용도를 높였다. 여기에 살균 시스템도 적용돼 팬데믹 이후 강조되고 있는 위생 개념에 대응했다. 국산 SUV를 대표하는 패밀리카답게 USB 포트도 좌석마다 하나씩 마련됐다. 가격은 가솔린 2.5 터보 모델의 경우 익스클루시브가 3546만원, 프레스티지 3794만원, 캘리그래피 4373만원.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익스클루시브 4031만원, 프레스티지 4279만원, 캘리그래피 4764만원이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