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전기차로의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엔 태양광차의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랍에미리트(UAE) 현지 언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장거리 주행 태양광 전기차, 이른바 ‘솔라카(Solar Car)’가 내년부터 중동·유럽에서 상용화된다. 현재 UAE 샤르자 연구기술혁신단지(SRTI)에는 내년 초 인도를 앞둔 시작(試作·Production-ready)차가 입고된 상황이다.
이 솔라카는 네덜란드 전기차 스타트업 ‘라이트이어’가 제작한 ‘라이트이어 제로(0)’다. 차량 지붕에 장착된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로 하루에 70㎞ 주행이 가능하며 최고 속도는 160㎞/h다. 60㎾h 용량의 배터리팩을 장착해 한 번 충전으로 625㎞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라이트이어 제로는 2013년 태양광 발전으로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대회인 ‘월드 솔라 챌린지’에서 1위를 기록했던 모델로, 라이트이어는 이를 양산형으로 제작했다.
딱 150대 생산한 시작차량인 데다 가격이 25만유로(약 3억5000만원)지만 모두 판매가 완료된 상태다. 라이트이어는 연내 ‘제로’를 946대만 만들 계획이며, 내년 말 선보일 예정인 차기 모델 ‘라이트이어 2’부터는 가격을 3만유로(약 4200만원)까지 떨어뜨린 다음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라이트이어 제로는 차량 윗면인 후드와 루프, 트렁크가 태양광 패널로 구성돼 상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매시간 9.6㎞ 주행 수준의 배터리가 충전된다. 라이트이어제로는 별도 충전소 방문 없이 최대 624㎞ 연속 주행이 가능하다. 테슬라 ‘모델3’의 최대 주행거리인 약 602㎞와 비교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처럼 태양광이 쏟아지는 지역에서 통근 거리가 35㎞ 안팎이라면, 최대 7개월은 충전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태양광 패널로 수시 충전이 가능한 만큼, 기존 배터리의 무게 또한 대폭 줄였다. 다른 전기차들보다 40% 가벼워 전비 역시 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솔라카 스타트업인 ‘앱테라 모터스’도 100㎾h 이상의 배터리팩 충전으로 주행거리 1000마일(1600㎞)을 찍는 2인승 3륜 태양광 전기차 ‘sEV’를 내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3만2000대 넘게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앱테라는 지난 9월 앱테라 ‘감마(Gamma)’의 디자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앱테라는 당초 2005년 설립됐다가 자금 확보 실패로 2011년 폐쇄되기도 했다. 이후 전기차 보급이 가시화된 2019년 창업자들이 재설립에 나서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도 솔라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 기업인 ‘소노모터스’는 ‘더 시온’을 앞세우고 있다. 시온은 54㎾h 배터리팩으로 305㎞까지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속도는 140㎞/h다. 시온 역시 사전주문량이 4만2000대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노모터스는 시온을 내년 중반에 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2만5000달러(약 3500만원)로 미국·유럽 등에 출시된 전기차보다 저렴하다. 소노는 핀란드 기업과 시온 생산을 위해 계약을 맺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연간 25만7000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밖에 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포드 출신 연료 전지 엔지니어와 페라리·피아지오 출신 자동차 전문가들이 모여 창립한 ‘험블모터스’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5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험블 원(Humble ONE)’을 앞세우고 있다. 험블모터스에 따르면 차량 지붕과 창문에 약 80ft²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험블 원은 완전 충전 시 250~300마일 주행이 가능하다. 생산 시작은 2024년이며 고객 인도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가격은 10만9000달러(기본 버전 기준)부터 시작해 경쟁사나 전기차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차량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함으로써 ‘보조 충전’을 하는 것이 아닌, 100% 태양광으로만 동력을 얻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태양광 충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 트렌드 때문이다. 햇빛을 동력원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내연기관은 물론, 기존 배터리 전기차보다도 탄소중립 측면에서는 월등한 경쟁력을 갖췄다.
게다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전기차의 효율성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높다. 가솔린차의 경우 차를 움직이는 데 사용되는 연료 비중이 12~30%고, 나머지는 모두 엔진과 휠에서 소모된다.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연료의 21~40%만 동력 생산에 활용된다. 반면 전기차는 에너지 전환 효율성이 60~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태양광 패널의 발전 효율성이 20~30% 수준으로 낮다보니, 차량 크기를 키우거나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패널 수를 늘릴 경우 무게 때문에 효율이 더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국가별로 일조량의 차이가 있다 보니 순수 태양광만으로 움직이는 전기차가 대중화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는 메인 동력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태양열 지붕인 ‘솔라루프’가 대표적이다. 솔라루프는 일본의 도요타가 2009년 ‘프리우스’에 처음 장착했고,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2019년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최초로 탑재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스타리아 라운지 캠퍼, 그리고 제네시스 G80 전기차 등에 장착된 솔라루프는 지붕 위 솔라패널을 통해 태양광을 전력으로 변환해 저장하는 장치다. 솔라시스템은 메인 동력이 아니라 보조 동력이다. 솔라시스템이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내연기관 자동차 동력 일부를 돕는 형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세대 실리콘형 솔라루프, 2세대 반투명 솔라루프, 3세대 차체형 경량 솔라리드 등 세 가지 형태의 솔라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친환경차 일반 루프에 양산형 실리콘 태양전지를 장착한 형태다. 내연기관 모델에 적용할 2세대 반투명 솔라루프는 개방감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투과·개폐형 옵션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솔라시스템이 확대 적용되면, 총 대상 차종 판매량이 증가해 북미·유럽·국내 지역별 탄소 크레디트를 통한 환경법규 비용 절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모델에 적용하기 위해 선행연구 중인 3세대 차체형 경량 솔라리드도 있다. 출력 극대화를 위해 차량 리드(보닛 부분)와 루프 강판에 태양전지를 일체형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솔라시스템은 솔라패널과 제어기, 배터리 세 가지로 구성된다. 먼저 솔라패널에서는 태양광이 태양전지 셀 표면에 입사되면 전자와 정공으로 분리되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100W급 솔라패널 장착 시 1Sun 기준(여름철 정오·1000W/㎡ 광량)으로 100W를 생산해낸다. 즉 1시간 태양광을 받으면 100Wh의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제어기에서는 MPPT(Maximum Power Point Tracking)와 변압이 이뤄진다. MPPT란 솔라셀에 모인 전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압, 전류를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발전된 DC 전력은 제어기를 통해 차량 기준전압으로 변압돼 배터리에 저장되거나 알터네이터 부하를 낮추는 데 사용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9년에 1세대 솔라루프 개발에 성공했다. 차량의 선루프 위치에 태양광 패널을 제작해 붙이고 솔라제어기를 통해 자동차의 배터리가 충전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개발은 연비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더욱 미래적 기술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1세대 솔라루프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여름철 하루 58%, 겨울철에는 하루 30%까지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며, 실제 도로 운전에서의 연비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도 현저히 줄어든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실리콘 태양전지는 무게가 나가고 최고 효율(26%)도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손잡고 차세대 모빌리티용 태양전지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과거 솔라루프는 무겁고 생산되는 전력량도 많지 않아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3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솔라루프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반도체 물질을 핵심 소재로 사용하는 전지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바꾸거나 전기를 빛으로 바꿀 수 있어 조명·레이저 등에도 응용된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가 1000℃ 이상 고온 생산 공정이 필요한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는 400℃ 이하의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백 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수준의 얇은 박막 형태에서 전력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물 외벽이나 차량 외장재 등을 코팅하듯 설치할 수 있다. 그 외 기존 패널은 장파장(적외선)만 흡수할 수 있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단파장(자외선) 흡수도 가능해 전력 생산량이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가볍기 때문에 솔라루프에 적용했을 때 전비가 높아지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해당 기술이 전기차에 적용되면 기존 선루프뿐 아니라 후드·펜더·트렁크 등에서 전력 생산이 가능해진다. 관련 업계에서는 주행·주차 중 하루 5시간만 태양광에 노출되면 1일 최대 5㎾h, 연간 1800㎾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오닉5, 니로EV 등 상용 전기차 전비가 ㎾h당 4.5~5.3㎞ 안팎임을 감안하면, 연간 1만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전력량 300㎾h의 60%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유섭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