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는 주요 시중 은행장들의 후임을 정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화 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 임기가 오는 연말 종료를 앞둠에 따라 차기 은행장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중 조병규 행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중은행장은 모두 초임인 만큼 연임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은행장들의 연임 변수는 ‘금융사고’다.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실적 측면에서는 모두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최근 배임과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 통제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먼저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이재근(58) KB국민은행장은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을 추가, 5대 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3년 차 임기를 지냈다. 2017~2021년 재임한 허인 전 행장의 사례를 들어 두 번째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이 변수로 거론되지만, 이 행장의 발빠른 대처로 조직 안정과 가입자 보상을 이뤄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상혁(60) 신한은행장은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 타이틀을 확보하는 등 ‘영업통’으로서 경영실적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승열(61) 하나은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수성했고, 올해 들어서도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왔다. 한편 함영주(68)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31일 만료되는 만큼 그의 연임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절차도 올해 말 개시된다.
조병규(59) 우리은행장은 사의를 표명한 이원덕 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1년여 동안 은행을 이끌어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후 책임론에 휩싸인 상황이다. 지난해 1월에 취임한 이석용 농협은행장(59)도 첫 2년 임기를 마친다. 지난 3월 109억원 규모 부당대출 배임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까지 배임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게 부담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장의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준(65)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도 올해 12월 31일로 끝나기 때문에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지주 회장과 은행장 연임 여부가 나란히 매듭지어질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현직 행장이 연임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차기 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가 일찌감치 시작됐지만, 최종 후보는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카드사 CEO는 연임 전망 우세
보험·카드사 CEO는 대부분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하는 ‘2+1’ 관행에 따라 자리를 지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드사 중에서는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의 임기가 12월 말 끝난다.
보험사 중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CEO는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다. 다만 신한EZ손해보험은 올 상반기 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47억원 증가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