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에서 SOOP(옛 아프리카TV)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SOOP은 지난 3월 주총을 통해 이전 아프리카TV에서 사명을 교체했다. 다만 현재까지 방송 플랫폼 명칭은 아프리카TV로 유지하고 있다. 트위치코리아가 철수한 이후 아프리카TV는 국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트래픽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맞서 네이버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치지직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위치코리아가 철수한 이후, 아프리카TV는 독주 체제를 확립했다. 트위치코리아의 철수 이후 아프리카TV는 이적 스트리머들의 정착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4월부터 6월까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평균 시청자는 15만 18명으로 치지직의 8만 2174명과 비교해 1.83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4월 1.58배, 5월 1.76배였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결과이다. 이러한 추세는 연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SOOP의 글로벌 동시 송출 성과가 가시화되면 신규 스트리머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OOP은 지난 6월 5일 글로벌 SOOP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태국 현지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하반기 본격적인 국내/글로벌 동시 송출을 예상한다.
다만 글로벌 성과는 2025년부터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현재 현지 스트리머와 국내 일부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기술 테스트 중이나 아직 트래픽은 미미한 상황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SOOP이 연말까지는 실시간 번역, 결제 시스템 등 원활한 운영을 위한 기술 검증 기간을 가진다”라며 “2025년부터 현지 스트리머 영입, 현지 리그 개최 등 및 마케팅을 본격화할 계획으로 하반기부터 비용 증가가 예상되나, 본격적인 비용 증가 역시 2025년부터 나타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진출 관련 비용 증가에도 국내 별풍선 매출의 탄탄한 성장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SOOP은 버추얼 스트리머의 성공 가능성도 크게 점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버추얼 스트리머 이세계아이돌 멤버인 ‘릴파’의 단독 콘서트가 양일 전석 매진되며 버추얼 아이돌 팬들의 구매력과 충성심을 입증했다. 이 콘서트는 4월에 있었던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콘서트보다 큰 규모였으며, 입장권 가격 역시 높아 버추얼 시장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네이버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치지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도입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중간 광고를 도입하고 광고 제거 상품인 ‘치트키’를 월 1만 3000원에 출시했다. 치트키는 트위치의 터보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며, 중간광고는 스트리머가 설정한 간격마다 시청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광고 수익은 프로/파트너 등급 스트리머가 분배받는 형식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치지직은 기부경제매출(치즈)이 아닌 광고 매출을 통해 플랫폼과 스트리머의 수익을 증가시키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라며 “중간 광고와 치트키 모두 도입 초기인 만큼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최대 수익을 창출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숫자로 보면 SOOP은 트위치의 철수 후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별풍선 판매량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2분기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누적 별풍선 개수는 7억 4000만 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SOOP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5% 증가한 31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성장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OOP의 주가는 최근 1개월간 19.86% 상승했으며, 연초 대비 61.7% 증가하여 시가총액 1조5748억원을 기록했다.
SOOP은 네이버 치지직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세계 시장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쪽 다 활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트리머라 하더라도 해외시장까지 고려한다면 SOOP을 선택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리하다”라며 “SOOP은 태국 현지 리그 개최와 마케팅을 통해 이용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고 다른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SOOP에도 당면한 숙제는 있다. SOOP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바꿨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조치란 설명이다. 일부 스트리머의 일탈로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찬용 대표는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플랫폼 서비스가 TV라는 인식 속에 갇혀 있지 않고, 더욱 펼쳐 나가기 위해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SOOP은 상표권 관련 법적 분쟁에 직면했다. 배우 공유, 공효진, 수지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숲은 SOOP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매니지먼트 숲은 공지를 통해 “최근 주식회사 아프리카TV가 상호를 ‘주식회사 숲’으로 변경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아프리카TV의 이러한 행위는 당사의 상표권, 상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행위가 계속되는 경우 당사가 쌓아 온 명성, 신용이 훼손되고, 당사 소속 배우들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되며, 이러한 손해는 사후적으로 회복될 수 없다”라고 가처분 신청 배경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TV에서 기존에 일부 스트리머의 자극적인 방송이나 욕설 등 일탈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 사명 변경에 나선 만큼 해결 과정에 주목할 만하다”라며 “새롭게 시작한 SOOP의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얼마나 매끄럽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은 트위치의 철수 효과로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크게 늘렸으나, 사용자당 평균 사용 시간 등 내실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치지직 MAU는 228만8429명으로 SOOP의 234만5794명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수혜를 봤다. 그러나 사용자당 평균 사용 시간은 598분으로 SOOP의 1076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스트리머 열성 팬 결집도와 플랫폼 수익성에서 SOOP에 비해 약세를 보인다는 의미로 분석할 수 있다.
치지직은 트위치 사용자의 일부를 성공적으로 흡수했으나, 플랫폼 생태계와 수익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스트리머 이적과 같은 변화가 내년 초에 있을 수 있으며, 이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또한 네이버는 치지직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SOOP이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현지 스트리머를 영입하고 있는 것처럼, 치지직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네이버는 동영상 콘텐츠 확대를 위해 클립과 치지직을 연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클립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네이버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창작자 확보 노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클립 창작자 2500명도 모집하며 숏폼 콘텐츠 확대를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달 10개 이상의 숏폼 콘텐츠를 올린 클립 창작자 전원에게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10만원의 활동비가 매달 지급되며 활동 성과에 따른 어워즈 수상, 클립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총 25억원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처럼 네이버는 클립을 통해 창작자 수익 모델을 도입하고, 치지직과의 연동을 통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거대 기술중심 기업과의 경쟁에서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한편 네이버는 앞으로도 동영상 콘텐츠 확보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기존에는 자격을 갖춰야 창작자로 활동할 수 있던 ‘네이버TV’를 누구나 콘텐츠를 공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블로그,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서 구독자 100명 이상을 보유해야 채널을 만들 수 있었다. 이에 일반 창작자는 네이버TV에서 활동하는 데 일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영향에 네이버TV 월 이용자 수(MAU)는 최근 감소 추세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나우(네이버TV 애플리케이션) 앱의 6월 MAU는 31만여 명으로 5월(61만여 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양한 창작자들이 네이버 TV에 동영상을 게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허들을 없앴다. 이를 통해 동영상 생태계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조건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7호 (2024년 8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