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대기업 명단에 오른 중견그룹 중 유독 낯선 이름이 있다. 바로 DN이다. DN그룹은 1971년 설립된 동아타이어공업이 모체다. 고무를 다루는 기술을 활용해 1992년 방진 사업부를 설립하며 자동차용 방진부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1999년 자동차용 축전지사업 진출, 2004년 방진부품 계열사 DTR(DTR오토모티브를 거쳐 현 DN오토모티브) 설립 등 자동차 부품의 영역에서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특히 자동차 방진부품(진동 방지용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톱3로 평가받아 왔다.
DN그룹은 8개 계열사의 자산총계가 2021년 말 3조3100억원에서 2022년 말 5조8200억원으로 2조5100억원 급증했다. 신규 지정 기업집단들 중 에코프로그룹, 고려HC그룹, 글로벌세아그룹과 함께 전년 대비 2조원 이상의 자산 증가 폭을 보인 기업집단이다.
자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매출도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전년(9306억원)의 3.6배 수준으로 껑충 뛴 것이다. 영업이익(4457억원)도 전년(896억원)의 5배에 달했다.
그 배경에는 인수합병(M&A)이 있다. 지난해 초엔 그간 핵심 기업이었던 DN오토모티브보다 덩치가 2배나 큰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 인수에 성공하며 단숨에 연매출 3조원 규모로 올라섰다. DN솔루션즈는 1976년 대우중공업의 공작기계 사업 부문으로 출범해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거쳐 2016년 두산공작기계로 독립법인 전환된 후 DN그룹에 편입됐다.
DN의 원래 핵심 회사는 앞서 자동차용 방진부품을 생산하는 DN오토모티브다. DN오토모티브는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차량용 방진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 부품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GM과 스텔란티스의 신차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기술 개발, 투자, 검증, 적용 테스트를 함께 진행한다.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핵심 부품사’인 셈이다. 전자 제어 기술을 통해 능동적으로 진동·소음을 잡는 ‘액티브 마운트 기술’도 2005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09년과 2014년 영국과 이탈리아의 방진부품회사를 연거푸 인수하기도 했다.
DN오토모티브의 주도로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인수전이 본격화된 것은 2021년으로 당시 DN오토모티브의 자산총계는 2020년 말 기준 9618억원 수준이었다. 두산공작기계의 2020년 말 자산총계가 1조5535억원에 이르렀던 탓에 이 인수 도전을 두고 시장 일각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FI(재무적 투자자)의 모집과 차입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하면서 DN솔루션즈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이에 DN오토모티브의 자산총계는 인수 직전인 2021년 말 1조4850억원에서 인수 직후인 2022년 1분기 말 4조5155억원까지 불어났다.
DN솔루션즈 인수 이후 DN은 그룹사 체제로 본격적으로 바뀐다. 두산공작기계는 DN오토모티브의 자회사로 출범했고, 같은 시기 DTR오토모티브 역시 DN오토모티브로 이름이 변경됐다.
DN솔루션즈는 매출 기준 공작기계 업계 세계 3위 기업. 제품 영역이 자동차, IT, 반도체, 항공, 방산, 석유화학, 바이오·의료 등 분야로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다.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나오고 있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DN솔루션즈의 실적을 포함하는 DN오토모티브의 연결기준 상반기 매출은 1조661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579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8%, 71.9% 증가했다. DN오토모티브의 연결 실적 중 DN솔루션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다. DN오토모티브의 매출 성장세는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두드러졌다. 주요 지역별 상반기 순매출액을 보면 미국 3945억원, 유럽 3084억원, 중국 1942억원, 국내 6880억원이다. 전년 동기 순매출액이 미국 3215억원, 유럽 2289억원, 중국 1835억원, 국내 6335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22.7%, 34.7% 늘어났다. 중국과 국내 시장의 매출 성장 폭은 각각 5.8%, 8.6% 수준이었다. DN솔루션즈는 인수 전인 2021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63% 늘었다. 시장에선 방진부품과 공작기계 사업 간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DN그룹은 김상헌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DN오토모티브의 최대 주주로 지분 30.3%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말 부친인 김만수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상헌 부회장 → DN오토모티브 → DN솔루션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춘 상태다(그림 참조).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함께 핵심 계열사의 실적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 부담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DN오토모티브는 DN솔루션즈 인수자금 중 4500억원을 자체 자금, 2200억을 영구채 발행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1조5100억원은 차입으로 해결했다. 실제 DN오토모티브는 연결기준 부채총계가 2021년 7710억원에서 2022년 3조4601억원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08%에서 306%로 치솟았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빚을 상환하고,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려면 2025년까지 IPO(기업공개)를 마쳐야 한다. 기한 내 IPO를 성사하지 못하면 상장사인 DN오토모티브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1월엔 DN오토모티브가 금융기관 차입금 중 18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한꺼번에 차입금 상환 일정이 몰리지 않도록 하려면 DN솔루션즈 IPO를 기한 내에 마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5월에는 주채무계열 기업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주채무계열은 빚이 많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를 평가받아야 하는 대기업을 말한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선 자체 이익 창출 능력을 통해 부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N솔루션즈 인수 직후 369%로 치솟은 부채비율은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기반으로 자본총계가 개선되면서 지난해 말 306%까지 낮아졌고, 올해 1분기 말 275%로 떨어졌다. DN솔루션즈 관계자는 “영업 실적이 나쁘지 않아 부채를 줄일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DN오토모티브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를 부여받았다.
나이스신평은 “방진부품 및 공작기계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의 경쟁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예상되며, 고부가 제품 실적 비중 확대 등으로 우수한 영업 수익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과중한 규모의 기업 인수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나이스신평은 “인수에 소요된 자금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및 신규 투자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가시적인 차입금 감축 등 재무 부담 완화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