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전시 룽강구에 위치한 화웨이 스마트 시티 센터
AI 클라우드 플랫폼 아틀라스 900으로 생태계 확장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 IT 기업들이 밀집된 난산구에서 서쪽으로 차를 타고 40여 분 달리니 약 3㎢(약 51만 평)의 넓디넓은 부지에 화웨이 본사 빌딩들이 속속 들어온다.
‘중화민족을 위한다’는 중화유위(中華有爲)라는 뜻을 담은 화웨이는 중국 인공지능(AI) 개발의 심장부로 꼽힌다.
화웨이는 올해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Huawei Connect) 2019’에서 인공지능(AI) 컴퓨팅을 기반으로 ‘화웨이와 연결된’ 글로벌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모든 산업과 영역에 적용이 가능한 ‘올 시나리오 프로세서 라인업’을 완성시키겠다는 야심이다.
특히 화웨이는 세계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 인공지능 트레이닝 클러스터인 ‘아틀라스 900(Atlas 900)’을 공개하기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천문학부터 유전 탐사까지 다양한 과학 연구와 비즈니스 분야에 화웨이의 AI 칩을 심겠다는 비전이다. 이른바 인공지능 굴기다.
푸젠성에 설치된 화웨이의 스마트 아파트 단지 솔루션
▶스마트 시티 심장부를 만든 화웨이
화웨이 본사에는 ‘뉴 ICT 전시관’이 있다. 각종 인공지능 칩을 활용해 실생활에 화웨이가 보유한 AI 기술력이 어떻게 접목되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특히 이곳 한쪽 벽면에는 LED 모니터 24개를 이어 붙인 거대한 단일 스크린이 있다. 중국 선진시 룽강구의 모습이다.
스마트 시티 센터로 이름 붙여진 대시보드는 룽강구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스마트 시티 컨트롤 타워다. 화웨이 관계자는 “이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의 대뇌”라면서 “그동안 사람의 감각에 의존했던 도시 행정을 이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첨단 센서 등을 활용해 분석적으로 실시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시보드는 크게 전체 현황, 결정사항 지원, 모니터링과 경고, 긴급 상황 통제로 4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또 전체 현황을 누르면 다시 차량 흐름, 쓰레기 흐름, 사건 사고 발생, 신호등·CCTV 현황 등이 세부적으로 나타나고 이를 다시 클릭하면 해당 안건을 볼 수 있다. 화면 서북쪽에 ‘오일 탱크 전복 사고’라는 알림이 떴다. 담당자가 이를 클릭하니 도로 현황이 입체 화면으로 전환되고 7톤 오일 탱크 트럭이 어떠한 경위로 사고가 났는지 화면에 영상으로 나타난다. 도로에 있는 CCTV에 포착된 오일 탱크를 추적해 입체화한 것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사건 사고나 테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그동안 신고에 의존해야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도시 곳곳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고 없이도 실시간 확인과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이 대시보드는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주민 만족 지수, 생활 지수, 정부 활동 지수 등을 생성해 룽강구 공무원들이 얼마만큼 주민을 위해 뛰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화웨이 전시관에 있는 스마트 시티 대시보드는 단순히 전시용이 아니다. 똑같은 제품이 이미 작년 11월 룽강 스마트 파크에 있는 룽강 스마트 센터에 구축돼 작동 중이다. 룽강구 관계자는 “룽강 스마트 센터는 화웨이에서 수행한 첫 번째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라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각종 부서를 네트워킹해 의사 결정자를 위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CCTV와 센서라는 도시 말초신경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각 부서인 중추신경계로 전달하고 다시 이를 지휘 본부라는 도시 전체 신경계로 전송해 주민 생활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스마트 CCTV 영역이 미치지 않는 공간에서 사건 사고가 접수될 경우에는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유한 단말기를 통해 사진을 촬영하고 동영상을 전송하도록 했다. 이 같은 스마트 시티 센터는 화웨이의 고성능 AI 칩이 있기에 가능하다.
화웨이의 인공지능 트레이닝 클러스터 아틀라스 900(Atlas 900)
▶아틀라스 900으로 AI 플랫폼이 되다
몇 해 전부터 AI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화웨이는 올해 9월 최첨단 인공지능 트레이닝 클러스터인 ‘아틀라스 900(Atlas 900)’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화웨이가 내놓은 아틀라스 900은 클라우드에 클러스터 서비스로 구축돼 플랫폼 역할을 한다. AI를 활용하고 싶은 기업과 연구소는 화웨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손쉽게 인공지능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셈이다.
AI 성능은 레스넷-50(ResNet-50)을 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평가하는데 아틀라스 900은 이 프로그램을 머신러닝하는 데 59.8초가 걸려 종전 기록을 10초 이상 앞당기기도 했다.
또 8월에는 어센드910을 발표한 바 있다. AI 반도체 칩인 어센드910은 전력 소비가 310와트로 당초 계획(350와트)보다 훨씬 적으면서도 뛰어난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화웨이 측의 설명이다. 특히 어센드910은 AI 모델을 트레이닝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핵심인 연산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고 성능 CPU 50개와 맞먹는 성능으로 일반 AI 칩셋보다 50~100%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화웨이가 대대적으로 AI 반도체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미래는 AI 컴퓨팅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중국 상하이 엑스포 센터 및 세계 엑스포 전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Huawei Connect) 2019’에서 “컴퓨팅은 앞으로 5년 내에 2조달러 이상에 달하는 매우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컴퓨팅이 세계 모든 컴퓨팅 파워의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2024년까지 개발자 프로그램에 15억달러(약 1조7563억원)를 추가 투자해 500만 명 이상의 개발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화웨이는 전 세계에 걸쳐 약 130만 명에 달하는 개발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개발자 양성은 화웨이의 인공지능 칩을 세상으로 뻗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 분쟁이 불거지면서 ‘개방’과 ‘생태계’로 전략을 크게 수정했다. 대내외적으로 폐쇄적이지 않다는 것을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화웨이가 보유한 AI 기술력을 토대로 AI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화웨이커넥트 2019 행사에서 연설하는 화웨이의 클라우드 코어 네트워크 제품 라인 담당인 마이클 마(Michael Ma) 사장
▶스마트 아파트에서 천문관측까지
화웨이의 빅데이터·AI를 기반으로 한 분석 능력은 이미 2016년 입증된 바 있다. 당시 선전에서 6세 아동이 실종됐는데 납치범을 하루 만에 검거해서다. 부모가 제출한 아동의 사진을 토대로 경찰이 화웨이의 플랫폼을 분석했고 그 결과 아이와 유사한 어린이의 동선을 CCTV로 추적할 수 있었다. 한 청년이 아동을 데리고 선전 기차역에 나타난 것을 확인했고, 청년이 탑승한 기차를 확인해 선전에서 1000㎞ 이상 떨어진 후베이성 우한에서 그를 체포했다.
화웨이는 현재 스마트 도시 외에도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시티 건설에도 앞장서고 있다. 푸젠성에 설치한 스마트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스마트 아파트는 주민들의 얼굴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아파트 출입 시 안면 인식으로 이를 허가해 준다. 또 엘리베이터도 안면 인식으로 작동한다. 외부인은 아파트에 출입이 불가능한 셈이다. 화웨이의 어센드910이라는 AI CPU를 탑재한 스마트 CCTV 앞에 서면 연령대, 성별, 마스크 착용 여부, 상의 색상 등 각종 정보가 실시간 확인된다. 아울러 이 아파트는 화재 발생은 물론 낙하물 인식 등을 머신러닝 기반으로 인지한다. CCTV가 포착한 붉은색이 불꽃인지 여부를 확인하며 낙하하는 물체를 포착해 몇 층에서 떨어지는 물건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스마트 단지 시스템은 화웨이 본사도 활용 중이다. 화웨이 곳곳에는 스마트 CCTV와 스마트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스마트 CCTV는 차량 흐름은 물론 일반인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체류 시간이 얼마인지를 분석해낸다. 만약 담장 근처에 사람이 오래 서성이면 경비실에 경고음을 울리는 방식이다. 또 스마트 신호 등은 차량 흐름을 실시간 통제해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고 있다. 화웨이의 인공지능 칩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한다. 대표적으로 수많은 사람과 PC를 동원해 169일이 걸릴 20만 개의 행성 스캔 작업을 불과 10초 만에 끝낼 정도다. 화웨이는 현재 이를 실험하고자 천문 관측소와 협업 중이다.
호주 서부 사막에 있는 SKA(Square Kilometer Array) 관측소는 행성과 은하의 탄생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KA관측소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는 글로벌 13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화웨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AI 지원을 맡았다.
특히 SKA관측소가 촬영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인 펄서와 같은 천문학 이슈에 머신 러닝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천문학 분야에서도 데이터 시각화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새로운 행성들을 빠른 속도로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가 개발한 스마트 시티 대시보드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독자생존 전략
하지만 화웨이의 인공지능 굴기에도 상당한 제동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수출통제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한 상태다. 미국은 중국이 공산권 국가이고 중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기업측에 요구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기업 리스트는 미국의 안보 및 외교 정책에 위해가 되는 기업, 개인, 정부 등을 정리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기관들과 수출이나 재수출 사업의 이전을 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License)를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5월 화웨이는 물론 화웨이의 68개 해외 관계사를 수출통제 기업 리스트에 추가한 바 있다.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경우 미국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허가를 할 가능성은 낮다. 화웨이는 그동안 퀄컴과 인텔 등에서 반도체 칩을 수입하고 구글로부터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 등을 받아 사용하고 있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미국 외 지역에 디지털 주권을 강조하면서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이달 ‘디지털 주권, 말이 아닌 실천할 때’를 주제로 라이브 방송을 했다. 런정페이 회장은 “미국 정부가 미국 업체에 거래 라이선스를 주지 않아서 화웨이가 (미국과) 거래를 못하고 있다”면서 “덕분에 화웨이는 더 열심히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거뜬하게 생존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화웨이는 많은 부품을 독자 개발하는 방식으로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출도 증가세다.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6108억위안(약 10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 늘었다. 2018년 전체 매출액은 7212억위안(약 120조원)이었다. 다만 부품 재고의 하락과 수출 차질로 인해 매출 성장세가 정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공지능 R&D에 집중하는 화웨이
미국의 제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화웨이는 R&D에 박차를 가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보유 기술력을 높이면 미국의 제재에도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어서다.
때문에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9월 화웨이는 처음으로 중국 AI 주요 기업인 ‘아이딥와이즈(ideepwise)’에 투자를 단행했다.
아이딥와이즈는 중국과학원과 칭화대 출신 과학자로 구성된 ‘뇌 모방(Brain-like)’ 인공지능 스타트업으로 ‘멀티 모드 상태 심층 언어 의미 이해 엔진 및 인간-기계 교류 기술’을 개발해 명성을 쌓았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등 다양한 비구조화된 데이터 이면의 심층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AI 엔진이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해 컴퓨터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이딥와이즈의 목표다.
화웨이는 작년 AI 개발을 위한 5대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AI 연구 투자를 강화하고 모든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이른바 풀스택(Full-stack) AI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고 종전 제품군을 업그레이드해 운영 효율을 함께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화웨이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결정·추론 영역에서 머신러닝 기술 강화를 위한 연구 투자를 확대 중이다. 당시 에릭 쉬 순환 회장은 “화웨이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포괄적인 AI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