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테슬라’로 요약되는 하이트진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테슬라는 올해 출시된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의 합성어. 테슬라가 식당에서 폭탄주를 주문할 때 쓰이는 신조어로 인기를 끌자 하이트진로의 3분기 실적도 크게 들썩였다.
지난 11월 14일 발표된 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351억원, 영업이익은 49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 6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레트로 포스터
▶돌아온 진로… ‘진로이즈백’
각 부문별로 살펴보면 소주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9.2% 성장한 2774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9% 성장한 505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만 국내시장 점유율 60%, 영업이익률 18%를 달성하며 전에 없던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주류업계 안팎에선 ‘진로이즈백’의 인기가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4월 25일 뉴트로 감성을 담아 출시된 ‘진로’는 40대 이상에게 향수를, 20~30대에겐 새로운 제품으로 인식되며 입소문을 타고 인지도를 높였다. 실제로 진로는 출시 72일(7월 6일 기준) 만에 판매량이 1000만 병을 넘어섰다. 출시 당시 하이트진로가 내세운 연간 판매량을 단 2달 만에 달성하며 출시 첫 주 대비 6월은 4배, 7월은 8배 이상 판매 속도를 높였다.
팝업스토어 ‘두꺼비집’
여기에 진로 전성기의 주점을 재현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도 젊은 층의 시선을 모았다. 두꺼비집은 홍대와 강남에서 45일간 운영해 총 1만2631명 방문, 평상시 업소 운영 대비 평균 25% 매출 상승 효과를 거뒀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뉴트로 제품은 95년 전통의 하이트진로만이 선보일 수 있는 제품”이라며 “참이슬과 돌아온 진로를 통해 소주 시장의 성장을 이끌며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테라
▶올 여름에만 2억 병 팔린 ‘테라’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증가한 2182억원,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했다. 새로운 맥주 테라의 매출은 늘었지만 발포주 필라이트와 수입맥주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테라의 성장이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테라의 성장세가 독보적이었다. 7월과 8월 여름 성수기에만 300만 상자(한 상자당 10ℓ 기준) 이상 판매되며 출시 160일(8월 27일 기준) 만에 2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초당 14.6병씩 판매된 양이자 병을 누이면 지구 한 바퀴(4만2411.5㎞)를 돌릴 수 있는 길이(4만6500㎞)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시 101일 만에 1억 병을 판매하고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59일)에 1억 병을 보태 판매 속도가 2배나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맥주와 소주 점유율 상승은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의 판매 침체 속에 나 홀로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지난 10월까지 약 1년간 미국 뉴욕주를 돌며 참이슬 래핑트럭을 운용했다
▶해외에서도 판매망 확대 나서는 참이슬
그런가하면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시장 확대도 눈여겨볼 부분. 하이트진로는 최근 한국 소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대 주류 전문 체인 ‘베브모어(BevMo!)’에 ‘참이슬후레쉬’ ‘진로24’ ‘딸기에이슬’ ‘청포도에이슬’의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일품진로1924’를 미국 전역에 출시해 미국 내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최근 소주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타깃을 세분화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반영, 시장 성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일품진로1924는 2014년 하이트진로 창립 90주년 기념주로 출시된 ‘진로1924’의 아들격인 프리미엄 소주다. 진로1924의 재출시 요구가 이어지자 4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해 국내에 출시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미국법인장은 “2016년 소주세계화 선포 이후, LA·뉴욕 등지에서 참이슬 래핑트럭을 운용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소주 알리기에 앞장서왔다”며 “현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해 제품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판매망 확대를 통해 현지인들이 어디서든 한국 소주를 즐길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