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스마일페이, 페이코… 보통 OO페이라고 불리는 ‘간편결제’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간편결제가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을 결제라고 한다. 과거에는 현금(화폐), 수표, 어음 등이 대표적인 거래수단이었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은 지출의 52%를 신용·체크카드로, 32.1%를 현금으로, 14.5%를 계좌이체를 통해 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현금보다 신용·체크카드 사용비중이 높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현금을 불편하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신용·체크카드의 경우 현금에 비해 각종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거래금액의 일정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주거나 아니면 결제금액에서 깎아주기도 한다. 무이자할부서비스도 대표적인 혜택이다. 가장 기본적인 신용카드의 경우 0.7~1% 정도 할인을 해준다.
그런데 신용·체크카드나 현금 등은 온라인 결제를 할 때 보안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과거에는 온라인 결제 시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등 불편한 과정을 겪었다. 이 결제과정을 간편하게 만든 것이 바로 간편결제다.
신용카드 사업은 금융규제를 받는 라이선스 사업으로 소수의 대기업만 진출해 있는 데 반해 간편결제는 전자상거래사업자, IT 회사, 핸드폰 제조회사 등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 기존에 결제사업을 하던 신용카드와 은행도 당연히 간편결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의 앱카드, BC카드의 ‘페이북’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간편결제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주면서 2014년부터 다양한 OO페이 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간편결제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전체 가입자 수는 약 1억7000만 명이고 이용 건수는 23억8000만 건에 달했다. 결제금액도 80조1453억원에 달했다. 80조원 중 신용(체크)카드를 통한 결제가 73조1000억원으로 여전히 신용(체크)을 통한 결제가 많았다. 이는 전체 신용(체크)카드 결제금액 779조7000억원의 9.4% 수준이다.
주요 사업자별로 금액을 살펴보면 전자금융업자(전자상거래사업자+IT회사)가 30조9000억원, 카드회사가 27조1000억원, 단말기제조사가 20조7000억원 순으로 많았다. 그런데 전체 금액 80조원 중 온라인이 60조6029억원, 오프라인이 19조5424억원을 차지했다. 오프라인 결제금액의 81.6%를 삼성전자의 삼성페이가 차지하고 있어 온라인 간편결제는 전자금융업자와 카드회사가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경우 전체 상거래 시장에서 온라인의 거래가 커지면서 자연히 이 시장의 파이를 차지한 것이다. 반면 결국 전자금융업자들은 커진 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해 이 시장의 파이를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가져갈 뻔한 시장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전자금융업자들 중 결제금액 상위 3개사가 차례대로 이베이코리아, 네이버, 쿠팡이라는 점이다. 3개 회사는 모두 전자상거래 사업을 직접 하고 있는 회사다. 페이코, 카카오페이처럼 직접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사업이 없거나 크지 않은 회사들에 비해 e커머스 회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3개 회사가 전체 26개 전자금융업자 결제금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간편결제가 온라인 결제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회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이라는 우리나라의 대표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1위 전자상거래 사업자다. 쿠팡은 직매입과 로켓배송을 통해 이베이코리아를 위협하고 있는 2위 전자상거래 사업자다. 네이버는 직접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지만 검색쇼핑과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사실상 커다란 오픈마켓이 되어버린 상태다. 3개 회사들은 고객이 결제를 할 때 자사 간편결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면서 결제금액을 키웠다.
전자상거래 회사들 입장에서는 고객이 자사에서 운영하는 OO페이를 사용할 경우 두 가지 점에서 이득이 있다. 첫 번째는 신용카드사나 PG사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두 번째는 고객들이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다. 예를 들어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페이로 결제를 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 이는 경쟁사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쓸 수 없다. 쿠팡의 쿠페이도 마찬가지다. 네이버페이의 경우 네이버페이를 사용 가능한 사이트에서만 적립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 네이버 로그인 상태에서 검색을 해야 나오는 곳들이다. 고객들이 직접 G마켓이나 쿠팡에서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들어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이런 사이트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기본적으로 페이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11페이를 SK페이로 업그레이드시켰고 티몬은 티몬페이, 위메프를 위메프페이라는 별도 간편결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 유통회사들도 전사상거래를 강화하면서 간편결제에 힘을 싣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그룹의 L페이와 신세계그룹의 SSG페이다. 롯데는 자사의 통합 온라인사이트인 롯데ON,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에서 자사 간편결제를 최우선 결제수단으로 배치시켜놓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유통회사들이 간편결제로 고객을 내부 채널에 록인시키고 결제비용을 절약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 IT업체들은 모든 유통채널에서 사용가능한 결제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이 가장 많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채널에서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쿠팡이나 G마켓 등은 자사 간편결제와 신용카드 이외의 간편결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다른 전자상거래 회사들도 쿠팡이나 G마켓의 간편결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와 페이코는 쿠팡이나 G마켓을 제외한 대부분의 온라인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간편결제 회사들의 장기적인 목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도 오프라인 간편결제는 가능하다. 신용카드·체크카드 회사들과 손을 잡는 것이다. 온라인에서와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신용카드 회사의 네트워크를 타고 결제가 된다. 하지만 간편결제 회사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직접 오프라인 가맹점을 모집해 QR코드를 통한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카드망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간편결제 회사가 내야하는 수수료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편리하지만 신용카드보다 혜택 낮은 경우 많아
간편결제는 신용카드결제를 대체할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 이미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회사들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결제수단은 신용(체크)카드를 쓰지만 간편결제를 선택하거나 충전, 계좌이체를 통해 간편결제를 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간편결제가 주는 혜택은 신용카드가 주는 혜택보다 떨어진다. 신용카드사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가맹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고, 또 신용대출 등 금융사업을 하고 있어서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고객들에 대한 혜택으로 돌려주고 있다. 반면 간편결제 회사들은 오프라인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거의 없고, 금융사업도 할 수 없다. 만약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결제금액의 0.7% 정도를 돌려받는다면 간편결제는 0.2~0.3% 정도를 돌려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 신용카드로 일상생활의 결제를 하는 고객이라면 굳이 신용카드 대신 간편결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편결제를 사용하여 더 많은 혜택을 얻는 경우도 있다.
첫 번째는 전자상거래 회사가 간편결제에 많은 혜택을 몰아주는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쿠페이다. 쿠팡은 쿠페이로 결제 시 결제금액의 1%를 적립해준다. 그런데 쿠팡의 유료회원제(월 2900원)인 쿠팡와우에 가입할 경우에는 가입 후 1달간 5%를 적립해준다. 다만 쿠페이는 신용·체크카드와 연계가 되지 않아서 은행계좌를 통해 충전한 후 결제해야한다. 쿠팡에서 구매하는 금액이 많은 고객이라면 쿠페이를 사용해볼 만하다.
네이버페이도 혜택이 많다. 기본적으로 결제 시 1%를 적립해주는데 5만원 이상 계좌를 통해서 충전하면 2%, 2만원 이상은 1%를 적립해준다. 예를 들어 5만원을 적립하면 5만1000원이 되고 이 중 5만원을 사용해 결제를 하면 500원을 또 받는 식이다. 충전을 통해 결제하면 적립률이 약 3%가 되는 셈이다.
페이코도 여러 가지 적립률이 높다. 오프라인 결제금액은 1%를 적립해 주는데 삼성페이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온라인 결제금액에서는 0.2%를 적립해준다. 또 충전포인트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2%를 적립시켜준다.
두 번째는 신용카드와 결합된 간편결제다.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PLCC(상업자 표기 신용카드)라고 하는 신용카드들을 내놓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와 유통 회사가 손을 잡고 유통업체에 특화된 카드를 내놓는 것이다. 이 경우 신용카드의 기본혜택에 해당 유통사가 주는 혜택까지 더해진다. 이런 카드들은 대부분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실적이 없어서 기존에 주력 신용카드가 있던 고객도 발급받아서 사용할 만하다.
대표적인 간편결제 PLCC 카드는 이베이의 스마일카드다. 원래 G마켓, 옥션 등에서 스마일페이를 신용카드에 등록해 사용하면 0.3%가 적립된다. 하지만 스마일카드를 발급받아 이 카드로 결제하면 적립률이 2%까지 올라간다. 물론 기존에는 주력신용카드 혜택 +0.3%가 적립되는 것이지만 G마켓이나 옥션에서 구매가 원래 많았던 고객이라면 사용해볼 만하다.
경쟁사인 11번가도 비슷한 카드인 ‘11번가 신한카드’를 최근에 내놨다. 이 카드로 11번가에서 SK페이로 결제하면 최대 4%를 적립해준다. 기본 2% 적립에 11번가 등급에 따라 추가로 1~2%가 적립된다. 다만 검색을 통해서가 아니라 11번가로 바로 들어와서 결제를 해야 한다. 또 2% 적립되는 VIP 등급이 되려면 직전 3개월 동안 구매가 10건 이상, 구매금액이 2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오프라인 중심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도 간편결제와 연계된 PLCC를 내놨다. SSG페이는 ‘SSG카드(전북은행 연계)’가 있다. 이 카드를 가지고 SSG페이로 결제하면 1.5%를 적립하거나 청구할인 해준다. 그냥 신용카드로 결제해도 1%는 적립된다. 신세계그룹 계열 유통사인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결제가 많다면 SSG카드를 발급 받아서 쓸 경우 혜택이 크다. 적립외에도 신세계포인트도 추가로 적립해주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간편결제인 L페이도 롯데카드와 연계된 L.페이 롯데카드를 발급 받으면 L포인트 적립률이 크게 높아진다. 롯데그룹계열사에서 L페이로 결제하면 적립률이 2%까지 오르고 그외 가맹점에서는 1%를 적립해준다. 다만 월 적립한도는 30만포인트(2% 기준 최대 1500만원)다.
유통회사와 연계된 PLCC는 아니지만 간편결제와 손잡은 신용카드는 많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양쪽이 다 있지만 신용카드 혜택은 일반 신용카드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지 않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등을 원하는 체리피커 고객이라면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간편결제 체크카드는 일반 체크카드보다 혜택이 월등히 높아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선택해볼 만하다. 보통 최대 1만원까지만 포인트를 적립해주기 때문에 월 사용금액에 한도가 정해져있는 용돈이나 생활비를 결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면 좋다.
페이코는 우리카드와 연계된 ‘PAYCO 우리체크카드’가 있다. 실적 조건 없이 1.5% 페이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월 최대 1만원이기 때문에 월 65만원 정도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좋다.
카카오페이는 신한카드와 제휴된 ‘카카오페이 신한체크카드(무지)’가 좋다. 카카오페이 결제 시 2%가 적립된다. 월 최대 1만원이기 때문에 50만원 정도만 사용해도 된다. 대중교통 3% 적립, 통신요금 이체 시 3% 적립 등의 혜택도 준다. 네이버페이는 신한카드와 연계된 네이버페이 체크카드가 있다. 적립률은 1%이고 월 최대 1만원이기 때문에 월 사용금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