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국내 중견가구 업체 ‘까사미아’를 인수하고 약 20조원 규모의 홈퍼니싱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24일 까사미아의 주식 92.35%를 1837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지분은 까사미아 창업주인 이현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92%로 알려졌다. 가구 분야를 강화하려는 신세계와 가업승계보다 기업 발전을 바라는 까사미아 오너 일가의 의지가 인수계약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신세계는 가정용 가구 중심인 까사미아를 인수하면서 5년간 직원 고용을 승계할 예정이다. 다만 까사미아 계열사인 특판용 가구 중심의 까사미아우피아와 라까사호텔, 까사스토리지는 이현구 회장이 계속 운영한다.
1982년 설립된 까사미아는 가정용 가구를 비롯해 소품, 패브릭 등 토털 홈인테리어 사업을 펼치며 2016년 기준 매출 1220억원, 영업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가구업체 중 매출 규모로는 업계 1위인 한샘, 현대리바트, 퍼시스에 이어 6위다. 이번 인수 검토는 신세계백화점이 단독으로 추진해 신세계그룹 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을 만큼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로써 국내 대형 유통 3사(신세계,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가 모두 홈퍼니싱 시장에 진출하게 돼 가구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정유경 총괄사장의 첫 인수합병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는 2015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책임경영이 본격화된 이후 첫 인수합병(M&A)이다. 정 총괄사장은 까사미아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방침이다. 1200억원대인 매출 규모를 5년 안에 4500억원까지 끌어올리고 2028년에는 매출 1조원 대 메가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가두 상권 중심의 72개 매장도 5년 내 160여 개까지 2배 이상 늘리고, 전국 13개 백화점과 그룹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판매 채널과 로드숍을 확대할 예정이다. 외형 확장뿐만 아니라 브랜드 영역도 단순 가구 브랜드에서 토털 홈 인테리어 브랜드로 확장한다. 사업 형태도 가정용 가구 중심의 기업·소비자 거래(B2C) 사업 형태에 홈 인테리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브랜드 비즈니스 분야를 추가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까사미아 인수 이전부터 리빙 사업에 투자해 왔다.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0년 이마트로부터 ‘자연주의’ 브랜드를 넘겨받아 ‘자주(JAJU)’로 리뉴얼하고 연매출 2100억원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웠다. 스타필드 고양에서는 기존 가구 브랜드처럼 시공 서비스도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하면서 백화점은 홈퍼니싱 분야에서 확실한 콘텐츠를 선점했다”며 “반면 까사미아는 유통 판로를 손쉽게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현대 리바트
▶대형유통사의 돌파구, 홈퍼니싱
가구, 인테리어, 생활소품 등을 포함하는 홈퍼니싱 사업은 유통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힌다. 홈퍼니싱은 집을 의미하는 ‘홈(Home)’과 꾸민다는 뜻의 ‘퍼니싱(Furnishing)’을 합성한 단어다.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약 7조원 수준에서 2015년 12조5000억원으로 8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유통업계에선 앞으로 20조원 규모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패션분야 매출이 하락하며 고전 중인 대형 유통사들이 홈퍼니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리빙 부문 매출 신장률이 2015년에 4.9%, 2016년 19.9%, 지난해에는 23.1%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4년간 리빙 부문 매출이 매년 10% 이상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소득이 오르면 집 가꾸기에 대한 소비가 늘었다”며 “국내에도 2030세대의 젊은층이 직접 홈퍼니싱에 나서면서 새로운 고객이 유입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미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하면서 홈퍼니싱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수 이후 2012년 매출 5049억원이었던 회사가 2016년 기준 7356억원, 영업이익 422억원으로 성장했다. 현대리바트 매출 1조 달성을 위해 지난해 미국 최대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 웨스트엘름, 포터리반, 포터리반 키즈 등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현대리바트와 현대H&S를 합병해 매출 1조3000억원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 1월에는 현대백화점 천호점 리빙관을 확장해 재개장했다. 기존 1개 층이던 리빙관을 2개 층으로 확대하고 면적(5300㎡)도 2배나 늘렸다. 롯데백화점도 2015년 ‘프리미엄 리빙관’을 열며 홈퍼니싱 시장에 나섰다. 이 밖에도 리빙전문관 ‘엘큐브’, 편집숍 ‘엘리든 홈’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8층에 자리한 엘리든 홈은 북유럽 브랜드 60여 개와 3000여 개의 제품이 입점해 있다. 2000원짜리 에코 수세미부터 690만원에 달하는 고급 소파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 롯데그룹은 가구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이케아와 손을 잡았다. 이케아 광명점과 고양점에 롯데아울렛이 이케아와 함께 점포를 냈다. 롯데아울렛 광명점은 이케아 영향으로 다른 롯데아울렛 지점보다 지난해 20대 고객의 매출 신장률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롯데아울렛 고양점은 1층을 홈퍼니싱 매장으로 만들었다. 하이마트와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를 모은 편집숍 ‘홈데이(HOMEDAY)’ 등 가전, 가구, 주방, 홈패션 상품군을 한곳에 모았다.
홈데이 롯데고양점
▶온·오프라인 쇼핑몰, 패션업체도 가세
복합쇼핑몰도 홈퍼니싱이 대세다. 서울 용산에 자리한 현대아이파크몰은 지난해 12월 초대형 홈퍼니싱 전문관 ‘리빙파크’를 4, 5, 6, 7층에 개장했다. 1인가구부터 유아, 혼수, 명품까지 인테리어 관련 상품을 입점시켜 도심 최대의 홈퍼니싱 테마파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14일에는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쇼핑몰 5층에 ‘한샘 디자인파크’를 개관했다. 2800㎡ 면적에 리모델링에 필요한 건자재 전시 공간을 가장 넓은 면적(1320㎡)으로 구성했다. 이곳에서 부엌 가구와 욕실은 물론 붙박이장, 창호, 마루, 도어, 조명 등 기본공사에 필요한 건자재까지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
침실, 거실, 자녀방 등 가정용 가구를 실제 생활하는 ‘실(室)’ 단위로 꾸민 공간도 70여 가지, 1100㎡에 달한다. 키친웨어, 패브릭, 수납용품, 조명 등 생활용품 전시 공간은 400㎡다. 각 공간에서 전문가의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리모델링 공사 전문가, 키친&바스 디자이너, 가구 코디네이터, 패브릭 전문가 등 약 50여 명의 전문가가 상주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통일성 있는 공간을 꾸며 준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SK플래닛)도 가구 제조사와 공동 가구 브랜드 ‘코코일레븐’을 론칭하며 홈퍼니싱 경쟁에 가세했다.
11번가의 MD가 상품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11번가 이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 공간 활용도와 포인트 컬러 등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