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제조사부터 포털, 인터넷 기업까지 IT관련 기업들이 전방위로 뛰어들고 있는 간편결제 전쟁이 스마트폰에서 손목 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X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가능했던 국내 온라인 결제 방식이 글로벌 추세에 맞춰 간편 결제로 바뀌어감에 따라 빠르게 성장해온 간편결제 경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가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올해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220억달러(약 24조7000억원) 수준에 달하며 2025년엔 700억달러(약 78조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앞으로 3년간 웨어러블 시장이 매년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웨어러블 시장을 바라보는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LG전자,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은 새로운 신작을 발표하며 결제기능을 결합시키는 등 웨어러블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LG전자, NFC 기반 결제 상용화
앞장서서 달리고 있는 회사는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 3월 27일 자사의 최신 스마트워치 ‘어베인 LTE’를 선보이며 결제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결제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사용자는 어베인 LTE를 손목에 착용한 상태로 결제기기에 밴드부분을 갖다 대면 결제가 완료되는 식이다. 특히 5만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캐시비와 제휴를 맺어 전국 가맹점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NFC 결제 방식은 스마트워치에 내장된 NFC 전용 칩이 결제 단말기를 인식해 결제가 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방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오프라인 결제 방식 중 하나로 가장 주목받는 결제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NFC 결제를 도입한 만큼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며 “기술 고도화를 통해 보안성을 강화하면서도 사용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웨어러블 결제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26일 국내 출시한 애플워치 역시 NFC칩을 탑재했다. 아이폰6부터 애플페이라 불리는 NFC 기반 간편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애플이 애플워치에도 간편결제를 도입한 셈이다. 애플페이는 미리 개인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사용카드를 선택한 후 지불기기에 갖다 대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지난해부터 시작한 애플페이는 아이폰6와 애플워치 등 NFC기술칩을 탑재한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최근 영국에서 25만여 곳의 제휴점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하철, 카페, 매장 등 영국 주요 결제 가능 매장과 제휴를 맺은 애플은 은행들과도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캐나다 등 글로벌 스마트워치 결제 시장에 진출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애플이 지불결제 단말기 제휴를 맺은 곳이 없어 사용에 한계가 있다. 현재 애플 측은 국내에서 결제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제휴처를 찾고 있는 상황이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에서도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6의 인기가 높아져 사용자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최근 출시한 애플워치 역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모아가고 있는 입장이라 이러한 애플페이의 도입이 빨라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LG WATCH Urbane LTE, 삼성기어S
삼성, 차세대 스마트워치에 탑재
스마트워치 시장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섰던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웨어러블 결제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작 기어S에는 NFC 기반 결제기능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차세대 스마트워치인 기어A(가칭)에 NFC 결제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마트워치를 찬 채 손을 쥐었다 펴면 결제가 되는 특허를 내는 등 웨어러블 기기에 결제기능을 탑재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NFC 결제 가맹사로 T머니와 협력해 이러한 NFC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전자와 애플의 최신 스마트워치에 결제 기능이 탑재된 만큼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스마트워치엔 차별화된 결제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간편결제 기술인 삼성페이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6와 S6엣지를 공개하며 실체를 드러낸 삼성페이 시범 운용을 진행하는 등 간편결제 기술 상용화를 눈앞에 뒀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올해 초 미국 결제 전문 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빅마켓인 미국, 중국 등에서도 손쉽게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갤럭시S6에 포함된 MST 방식 기술이 웨어러블 기기에도 확장된다면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결제시장에서도 한발 앞서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워치 제조사는 아니지만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 역시 이러한 스마트워치 결제 대전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결제 기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안드로이드 페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웨어러블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에서도 이러한 결제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IT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비롯한 모든 업체에서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기술 경쟁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워치 에디션
금융권도 스마트워치 앱카드 결제 서비스
이처럼 스마트워치를 중심으로 간편결제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나섰다. 신한카드는 업계 최초로 스마트워치로 앱카드를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지난 6월 28일 밝혔다. 앱카드란 플라스틱카드 형태의 기존 신용카드를 스마트 기기로 옮겨 결제, 조회, 알림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신한카드는 안드로이드웨어 운영체제에 3개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고 12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워치에서 전용 앱을 실행하면서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결제용 바코드나 1회용 카드번호가 생성돼 이를 오프라인 가맹점 등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결제뿐 아니라 이용대금 명세서, 최근 이용내역, 다음달 결제 예정금액, 이용가능한도 조회 기능을 스마트워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간편결제를 완전히 손목 위로 옮겨놓았다. 또 올댓쇼핑&월렛 앱에서는 모바일 쿠폰, 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쇼핑 관련 할인 알림을 실시간으로 보내는 등 스마트워치에 특화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시작으로 금융권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웨어러블기기 전용 앱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서비스 경쟁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간편결제 및 앱카드 경쟁이 조금씩 웨어러블 기기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라며 “금융권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좀 더 편리하고 간편하게 금융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 전용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웨어러블 기기에 결제 기능을 경쟁적으로 탑재하는 이유로는 스마트워치의 간편성에 있다.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처럼 자리 잡고 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의 경우 24시간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스마트워치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의 보조자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독자적인 영역을 찾아나가고 있다”며 “기술 수준이 발전함에 따라 자체통신 기능을 포함해 다양한 기능이 새롭게 생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결제기능은 이러한 스마트워치의 독자적 기능 중 돋보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번거롭게 스마트폰을 그때그때 꺼내거나 할 필요 없이 손목을 단말기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혁신적인 방식이다. 이렇다보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자연스레 웨어러블 시장에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다만 스마트워치를 통한 결제에서도 해결해야 할 몇몇 문제는 있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어떤 방식의 간편결제가 스마트워치에 가장 적합할지는 일단 두고봐야한다. 현재는 NFC 기반 결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또 어떤 신기술이나 새로운 방식이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또 고가형 모델에 탑재된 결제기능이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저가형 웨어러블 밴드에도 탑재될 수 있을지 여부도 이러한 스마트워치 결제 시장 확대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 세계 판매량 1, 2위 웨어러블 기기는 핏빗과 샤오미의 웨어러블 밴드 기기로 10만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헬스케어와 관련된 핵심 기능만 탑재됐다. 이러한 저가형 스마트밴드에도 결제기능이 탑재된다면 스마트워치를 통한 간편결제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고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안 문제도 선결돼야 하는 과제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IT 기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레 따라오는 문제가 바로 보안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24시간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해킹이라도 당한다면 결제 정보를 포함해 개인정보까지 유출돼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보안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 결제에도 큰 위험성이 있는 셈이다.
웨어러블 시장에서의 결제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무대다. 앞으로 다양한 기기에서 여러 방식으로 펼쳐질 결제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좀 더 시장을 지켜봐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웨어러블 결제 시장이 일상에 가까워지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현욱 핏빗 한국지사장은 “웨어러블 결제 시장은 웨어러블 기기 성장과 함께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떤 기술과 어떤 제조사가 이러한 결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