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카이스트 사회적기업 MBA 1기 졸업식에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앞줄 가운데), 그 오른쪽에 이병태 KAIST 교수
사회적 기업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 유럽 국가에서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사회적 기업은 날로 증가해 현재 3000여 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개념이 생소한 게 현실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의 구멍이라 할 수 있는 사회 취약계층에게 사회(공공)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취약계층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 조직을 의미한다.
2007년 사회적 기업육성법 시행 이래 설립된 국내 사회적 기업은 3000여 곳이 활동 중이다. 정부의 인건비·세제감면 혜택 등이 끊긴 이후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 가치창출과 경제적 이윤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기업은 20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사회적 기업 생산성 높이는 선진형 모델 제시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은 기업인은 단연 SK의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평소 사석에서도 사회적 기업이 정부의 공공성과 기업의 영리적 목적을 겸비해 정부 정책과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자주 역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사회적 기업가 양성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젊은 인재 기업인을 양성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사풍과 일치한다.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한 최 회장의 신념은 지난해 10월 옥중에서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최 회장은 “혼자보다 둘, 둘보다는 여럿일 때 우리는 더 멀리 가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도록 하는 해답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사회 성과 인센티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회 성과 인센티브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년간 사회적 기업을 정리하며 옥중에서 펴낸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이 제도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 낸 성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새로운 시도다. 이를 위해 SK는 지난 4월 서울 종로에 있는 사회적 기업인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에서 정부기관, 사회적 기업 및 관련 연구기관, SK그룹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 성과 인센티브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이문석 사회 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장은 “주는 복지만으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어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인센티브 제도는 창조경제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공동추진단장 역시 “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과 재무적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사회 성과 인센티브가 도입되면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센티브 제도의 핵심은 성과 계량화다.
단순한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적 기업이 창출하는 고용·환경·복지·문화 등 각 분야의 사회적 성과를 구체적인 금액으로 계량화하고 그 규모에 따라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 것이다. SK 측은 사회 성과의 규모와 가치를 평가해 인센티브가 제공되면 이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 노력에 동기 부여가 되고, 다시 사회 성과 창출에 재투자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사회적 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추진단 측은 이 같은 사회 성과 인센티브 도입에 대해 “국가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성장대안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이 KAIST와 공동으로 개설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이수 중인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35개 기업 시작으로 지원금액 700억으로 늘릴 것
추진단은 프로젝트 출범에 동참한 35개의 사회적 기업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참여기업을 늘려갈 방침이다. 시행 1년 뒤인 내년 4월 참여한 사회적 기업들의 성과를 평가해 사회 성과를 보상할 계획이다. SK그룹은 향후 참여 기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가 시스템 개선에도 나선다. 온라인 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효율성도 높일 계획도 세웠다. 향후 사회 성과 인센티브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회적 기업들이 생존 경쟁에서 벗어나 사회문제 해결에 보다 집중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에 대해 “기업의 성과와 발전은 미래를 짊어진 유능한 리더들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사회 성과 인센티브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혁신과 변화가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사회적 기업과 청년 창업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재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5년 후에는 누적 지급액이 700억원 이상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 ‘동부케어’ 진락천 대표는 “사회 성과 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의 본래 목적을 더욱 확실하게 할 뿐 아니라, 그를 통해 새로운 미션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사회적 기업이 보다 많은 잠재적 고객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토대가 되길 희망한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세계 최초 사회적 기업가 MBA 성과
전문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해 SK그룹이 신설한 MBA과정도 결실을 보이고 있다. 최근 SK그룹과 카이스트(KAIST)가 국내 최초로 개설한 사회적 기업가 MBA 1기 졸업생 20명이 배출됐다.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2년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결실을 보인 것으로, 사회적 기업에 특화된 세계 첫 풀타임 석사과정이다. 이 과정은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적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SK가 학비전액을 지원한다.
이번에 졸업한 1기생 20명은 2013년 1월 입학해 2년 과정의 소셜벤처 창업 특과 MBA 과정을 마쳤으며, 2014년 입학한 2기생 20명과 올해 입학한 3기생 14명 등 34명은 사회적 기업 창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기생들은 사회적 기업 창업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계 최초로 개설된 사회적 기업가 MBA라는 사회적 관심만큼이나 성과도 높았다. 1기 졸업생 20명 중 18명은 창업했거나 창업을 준비 중이고, 2명은 사회적 기업 지원 전문인력으로 양성됐다. 입학 전부터 창업한 사회적 기업의 사업모델을 MBA 과정을 통해 보다 확장하거나, 혁신적 아이디어에 사회적 가치를 접목해 신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등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이다. 실제 예술 콘텐츠 관련 사회적 기업 ‘위누’를 창업해 운영하다 입학한 허미호 대표는 2년의 MBA 과정 동안 오프라인 기반의 문화예술 전시·기획을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확장,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예술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허 대표는 ‘위누’의 사업 확장 모델에 대한 혁신성 등을 인정받아 SK행복나눔재단으로부터 임팩트 투자(사회영향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원예를 통해 현대인의 정서 결핍 해소에 기여하고자 사회적 기업 ‘LIAF(리아프)’를 창업한 남슬기 대표는 가업이었던 원예사업을 스트레스 해소 및 정서적 치유와 결합한 체험형 사업모델로 발전시켰고, 친환경 농산물 유통 사회적 기업 ‘모숨’을 창업한 김선혁 대표는 개별 농부가 작성하는 영농일지를 스토리텔링 형식의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농산물 유통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중고물품 유통을 통해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 ‘자락당’ 김성경 대표는 MBA 과정을 통해 기존의 대학 중심의 야외 마켓 등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 중이다. 미술작품 판매·대여 및 이벤트 기획·운영 사회적 기업 ‘에이컴퍼니’ 정지연 대표를 포함해 이들 모두 외부의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 수준으로 사업모델을 발전시켰다.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스포츠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휴브’ 정지혜 대표 등은 창업 후 사업모델을 보다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K는 이번 졸업생 가운데 이미 창업해 사회적 기업을 확장하는 단계(임팩트 투자 유치 기업)에 있는 이들에게는 SK 관계사와의 사업협력을 지원하는 등 성장을 돕고, 사업모델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는 졸업생들에게는 사회적 기업이 안정화에 들어설 수 있도록 임팩트 투자 유치 및 사업모델을 심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 졸업생들 간의 상호협력 인프라 차원에서 동문 커뮤니티 운영이나 동문기업 홍보, 동문주관 행사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국내 사회적 기업 3000여 개 가운데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200여 개에 불과할 만큼 사회적 기업의 존속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사회적 기업가 MBA를 마치고 역량과 열정을 갖춘 20명의 청년 사회적 기업가는 앞으로 한국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4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린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그램 춤범식에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최태원 SK 회장 출연 사재, 사회적 기업 수혈 시작
최태원 SK 회장 사재로 출연된 창업자금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기업에 투자된다. 지난해 최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만든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이하 KAIST 청년창투)가 전도유망한 청년 사회적 기업가 5명을 첫 투자 대상자로 선정했다.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SK의 의지가 결실을 보인 것이다.
KAIST 청년창투는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 모델과 사업화 역량을 갖춘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하고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시드머니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첫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사회적 기업은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연금술사(대표: 박진숙)’, 신진작가들의 창작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에이컴퍼니(대표: 정지연)’, 원예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리아프(대표: 남슬기)’, 그리고 자원 재활용을 사업모델로 한 ‘터치포굿(대표: 박미현)’과 ‘자락당(대표: 김성경)’ 등 5개 기업이다. 선정된 투자대상 기업 중 연금술사를 제외한 에이컴퍼니, 리아프, 터치포굿, 자락당 등 4개 기업의 대표들은 모두 SK그룹이 지난 2012년 혁신적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해 KAIST와 세계 최초로 개설한 사회적 기업가 MBA 1기 졸업생들이다. SK그룹은 이번 투자가 창업 초기 및 사업 확장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 조달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성장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KAIST 청년창투는 단순한 기대 수익률보다는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사업모델의 우수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 정도에 따라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규모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특히나 혁신적인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맞게 투자금의 절반 이상은 청년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청년의 사회적 기업 창업을 장려하고,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 위해 최태원 회장이 조성한 ‘사회적 기업 창업지원 기금’의 첫 투자”라며 “이번에 선정된 5개 기업 모두 지속가능한 경영기반을 마련해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선순환적 구조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SK그룹 사회공헌재단인 SK행복나눔재단이 유망한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내기 위한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잠재력 있는 사회적 기업을 선정하기 위한 ‘세상 임팩트 투자 공모전’을 통해 투자할 기업을 고른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 추구와 사회공헌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에게 제도권 금융보다 우호적인 조건으로 자본을 제공하는 투자다. SK행복나눔재단은 이번 ‘세상 임팩트 투자 공모전’에서 스타트업(연 매출 3억원 미만)과 성장기(연 매출 3억원 이상 또는 설립 3년 이상) 사회적 기업 10여 곳을 뽑을 계획이다.
선정된 기업에는 6월 중에 종잣돈이 제공되며 SK행복나눔재단은 이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집중 육성프로그램인 ‘IR캠프’와 사업계획 발표회인 ‘데모데이’ 등의 행사도 열 계획이다. 임팩트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은 5월 31일까지 홈페이지(www.se-sang.com)에 사업계획서를 접수하면 된다.
최태원 회장의 사재로 투자한 사회적 기업① 연금술사 (대표: 박진숙, 2011년 설립)
맞춤형 도시락 판매사업(단체, 케이터링 등)을 통해 NEET 청소년의 직업훈련 및 일자리를 제공, 자립을 지원
② 에이컴퍼니 (대표: 정지연, 2011년 설립)
‘브리즈아트페어’라는 작품판매 플랫폼 보유, 정부와 기업 대상 아트컨설팅을 제공하며, 미술작품 판매와 렌털, 복합문화공간 운영을 통해 신진작가들의 창작환경 개선을 위한 미술시장 확대에 기여
③ 리아프 (대표: 남슬기, 2014년 설립)
합리적인 가격의 원예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물품 판매를 통해 고령자에게 건강한 일자리 제공 및 정서적 결핍 해소에 기여
④ 터치포굿 (대표: 박미현, 2008년 설립)
비즈니스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행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 버려지는 자원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기업의 매립 폐기물을 감소시키는데 기여
⑤ 자락당 (대표: 김성경, 2013년 설립)
온·오프라인 마켓을 통한 중고 물품 매입과 교환, 위탁판매 등을 통해 쓰지 않고 버려지는 물건의 재사용과 재순환을 통한 생태적, 친환경 문화 형성에 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