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던가. 하물며 산 사람이 싱싱한 음식과 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는다면 건강한 육체에 맑은 정신은 물론, 환하고 아름다운 얼굴빛을 띠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 웰빙 바람과 함께 ‘잘 먹어야 예뻐진다’는 의견이 대중들의 공감을 얻으며 이너뷰티(Inner Beauty) 혹은 뷰티 푸드(Beauty Food)라 불리는 ‘먹는 화장품’ 시장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보건기능식품과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유통되는 일본의 이너뷰티 시장은 2010년 이미 1조5억원을 넘어섰다. DHC, 오르비스, 시세이도 등 선두권 화장품 제조사들이 일찌감치 신사업 분야로 주목해 뛰어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콜라겐 성분이 함유된 피부미용 상품이다.
미국의 경우 레브론, 에이본을 비롯한 뷰티브랜드와 생활용품 제조업체 P&G 등이 경쟁하며 건강기능식품을 건강음료시장에 선보이며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코카콜라 역시 타사와의 제휴를 통해 건강음료분야 진출을 노리고 있다. 유럽은 피부미용에 도움을 증명하는 성분연구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로레알과 네슬레의 합작벤처기업인 이네오브(Inneov)와 오에노비올(Oenobiol)사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규제없어 뷰티·식품·제약사 총집합
국내 이너뷰티 제품들은 식약청 인증을 거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다. 홍삼, 비타민 및 무기질, 오메가3, 알로에 등 다양한 식품군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은 이너뷰티 제품군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광의로 보면 이들 모두 체내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과의 경계도 모호하다. 이너뷰티 제품들이 비타민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다수 있어서다.
작은 의미로 이너뷰티 제품은 식약청에서 체지방 감소, 피부건강, 황산화 등 뷰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인정된 원료를 함유한 제품군이다. 초창기에는 미네랄, 비타민 등 몸의 전반적인 상태를 케어해주면서 피부도 함께 챙기는 간접적인 방식이었다면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들은 히알루론산을 통해 피부의 보습을 향상시키거나, 체내 생리작용을 활성화시켜 장 건강을 돕는 제품, 피부미백, 체지방 감소를 돕는 슬리밍 제품, 주름개선 제품 등으로 발전했다. 복용형태도 알약만이 아니라 분말, 드링크제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주요 소비층은 방문판매나 드럭스토어 등을 통해 구매하는 여성들이지만 최근에는 남성소비자도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남성들도 최근 그루밍족을 바탕으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여드름 치료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나 체지방 감소제품이 인기 품목”이라고 밝혔다. 국내 이너뷰티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해 2008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매년 13∼15%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식약청에 품목제조 신고된 이너뷰티 제품은 2012년 이미 100개를 넘어섰다.
업계는 2009년 50억원대에 불과했던 시장이 지난해 약 40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는 약 5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해외와 비교하면 이너뷰티 사업은 미성숙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황순욱 보건산업진흥원 뷰티화장품사업팀장은 “먹는 화장품이라는 편견, 정보 부족, 효과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이너뷰티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 듯했으나 전체적인 건강기능식품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너뷰티 카테고리는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너뷰티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으로 2002년 브랜드 비비VB(Vital Beauty)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콜라겐을 주성분으로 한 앰플 형태의 ‘슈퍼콜라겐’을 히트시키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한 결과 2011년에 소비자가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12년 3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톱스타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체지방 감소 등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청윤진’을 출시하며 2007년에 이너뷰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초창기 방문판매 인프라를 통해 판매를 늘려나가며 점차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사업시작년에 비해 규모가 6배 이상 성장했다.
베스트셀러 품목인 ‘청윤진 하나미 비컴 궁’은 주원료 복합비타민B군과 돈태반추출물을 부원료로 함유해 여성 활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청윤진 하나미 비컴 시리즈는 2008년 첫 출시된 뒤 높은 재구매율로, 누적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며 “국내 인기에 힘입어 향후에는 베트남과 홍콩, 대만, 이란 등에 청윤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LG생활건강 역시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마찬가지로 슬리밍 라인인 ‘누벨 다이어트 플랜(Nouvelle Diet Plan)’을 선보인 바 있다.
식품회사인 CJ제일제당도 이너뷰티 바람에 가세했다. 2008년 브랜드 이너비(innerb)를 론칭하고 피부보습에 효능이 있는 성분으로 알려진 히알루론산을 주성분으로 한 캡슐, 음료, 앰플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캡슐 형태로 만들어진 이너비 아쿠아리치 등이 누적판매 50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이너뷰티산업의 성장성을 확인한 여러 기업들이 선점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대기업 계열에서는 롯데헬스원이 눈에 띈다. 롯데헬스원은 기존 건강기능식품 제조 노하우를 살려 이너뷰티 브랜드 ‘스킨5’를 업그레이드한 ‘스킨5 슈퍼워터’를 출시하며 이너뷰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코리아나화장품은 2014년도부터 기존 웰빙사업을 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30대의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눈에 띄는 증가점을 착안, 먹기 편한 젤리와 추어블 제제, 다이어트 티 분말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이너뷰티 제품군 확장을 이어갔다. 화장품업계 3위 ‘미샤’도 일찌감치 사업목적에 건강기능식품제조 및 판매를 추가해 시장진출을 준비중이다.
제약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유한양행이 브랜드 뷰티인을 론칭하며 선두권 추격에 나섰고 대상웰라이프(더뷰티)와 현대약품(미에로뷰티)도 뒤쫓고 있다.
“먹으면 얼마나 예뻐져요?”
산업의 확장과 함께 자연스레 효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기대치가 높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망감을 SNS 등을 통해 토로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는 각 업체들이 제품을 건강식품이라기보다 ‘먹는 화장품’이라고 마케팅을 진행한 연유가 크다.
이너뷰티에 효능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너뷰티 제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너뷰티 제품에 많이 들어간 콜라겐은 국민야식 중 하나인 족발에도 함유되어 있다. 족발 속에 함유된 풍부한 콜라겐이 피부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의학상식 중 하나다. 그러나 족발을 섭취했다고 콜라겐이 모두 몸속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분자구조가 커서 대부분 배출된다. 이너뷰티 제품군에 함유된 콜라겐은 몸에 흡수가 쉬운 구조로 구성돼 흡수를 돕는 식이다.
보습을 돕는 제품 역시 신체 일부에만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효능이 미치므로 얼굴에 즉각적인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개인에 따라 효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구매한 경우 실망할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어디까지나 건강기능식품으로서 ‘보충제’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얼굴은 화장품이나 자외선 등 외부변화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눈이나 팔꿈치, 입술 등에 먼저 변화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너뷰티 제품은 복용하는 식품인 만큼 구체적인 사용 설명을 추가로 표기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표시성분에 대한 고시 외에 적절한 복용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여러 종류의 이너뷰티 제품을 복용할 경우 서로 방해작용을 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식이섬유와 비타민류를 함께 마시면 식이섬유가 비타민을 감싸 흡수를 방해하므로 효과를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 스스로도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특정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소비자는 반드시 성분표를 먼저 확인한 후 복용해야 한다.
또한 특정성분의 경우 임산부나 수유기 여성은 섭취를 삼가야 한다. 보습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성분인 히알루론산이나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어 슬리밍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껍질 추출물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건강보조식품이라고 해 무조건 많이 복용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루 섭취량 이상은 흡수가 불가능해 대부분 배변활동을 통해 배출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너뷰티 제품에 대해 대중들이 가진 정보가 부족해 구매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며 “각 업체들은 대중에게 이너뷰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한편 바르는 화장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구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