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수도권 북동부 지역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았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지난 3월 12일 신세계그룹 본사에서 신세계와 의정부 산곡동 일대의 복합문화 쇼핑단지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의정부시는 산곡동 396 일원에 약 56만3000㎡ 부지에 3600억원대를 투자해 문화·관광·쇼핑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복합형 단지를 2018년 9월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의정부시 산곡동 일대에 신세계사이먼을 통해 1100억원을 투자한 프리미엄아웃렛 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그룹은 경기도 여주, 파주에 이어 의정부까지 수도권 남동부에서 북서부로 이어지는 아웃렛 벨트를 확보하게 된다.
신세계그룹의 거침없는 행보에 롯데그룹 역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경기도 파주 운정 신도시 외곽에 프리미엄아웃렛 단지를 시작으로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 두 번째 프리미엄아웃렛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이 공을 들여왔던 경기도 의왕시 부지 역시 선점했다.
프리미엄아웃렛 사업을 놓고 두 유통명가가 치열한 부지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과거처럼 유통전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는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면세점에 이르기까지 유통업종 각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프리미엄아웃렛 사업을 놓고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 두 유통명가의 신경전을 살펴봤다.
대형화 VS 물량 공세
“유통업은 야구장, 테마파크와 경쟁해야 생존할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28일 경기도 하남의 신개념 복합쇼핑몰 ‘유니온스퀘어’ 착공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향후 2~3년 안에 전국에서 6곳의 교외형 복합쇼핑몰이 차례로 추진될 계획”이라며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기본 콘셉트는 쇼핑, 여가, 외식, 문화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라고 강조했다.
이로부터 6개월 후인 지난 3월 신세계그룹이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에 새로운 복합쇼핑몰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산곡동 일대에 문화와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밝힌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이처럼 복합쇼핑몰 사업에 공격적인 이유는 바로 이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도심 외곽에 쇼핑과 외식, 문화, 레저시설을 모두 갖춘 교외형 복합쇼핑몰이 유통업계의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며 “대형화·복합화를 통해 다양한 특징을 가진 복합쇼핑몰을 지속적으로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2016년까지 약 8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부지 약 11만7000㎡에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착공에 들어간 하남유니온스퀘어가 바로 그것이다. 신세계 측은 이곳에 연면적 33만여㎡ 규모의 쇼핑,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대규모 쇼핑몰을 지을 예정이다.
또한 인천 청라 국제도시에도 약 16만5290㎡ 규모의 복합쇼핑몰 건립계획을 추진 중이며,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도 약 9만6500㎡의 부지를 매입해 쇼핑몰 건립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안성과 대전에서 프리미엄아웃렛단지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신세계그룹은 앞으로 전국에 10여 곳 이상의 ‘복합쇼핑몰’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전략은 ‘대형화’다. 하남유니온스퀘어를 비롯해 경기도 의정부와 청라 국제도시까지 대부분 약 10만㎡ 이상의 규모를 자랑한다.
넓은 부지 위에 프리미엄아웃렛 등 다양한 시설을 집중시켜 테마파크 같은 공간으로 연출하겠다는 게 신세계그룹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반면 롯데그룹은 프리미엄아웃렛과 복합몰을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통해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형 매장보다 접근성이 좋고 배후 시장을 갖춘 곳에 출점하겠다는 다점포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단 올해 5월 개장 예정이었던 제2롯데월드 내 롯데월드몰의 개장 시기를 늦췄다. 하지만 롯데몰 수원역점과 부산 롯데 복합쇼핑몰을 오는 8월과 12월에 개장할 계획이다. 이 중 부산 롯데 복합쇼핑몰은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 랜드마크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이다. 지상 4층 건물에 프리미엄아웃렛을 포함해 쇼핑몰과 대형마트, 극장 등이 들어선다.
또 고양시, 구리시, 광명시 등에 롯데아웃렛을 잇달아 출점하고 오는 2017년까지 상암DMC, 경남 김해, 경기도 파주, 오산, 의왕, 인천터미널단지 등에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아웃렛 단지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인천터미널 단지는 특히 프리미엄아웃렛 외에도 극장과 백화점까지 모두 들어서는 대형 쇼핑단지로 출범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측은 “저성장시대를 맞아 ‘가치소비’를 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아웃렛업종 역시 성장하고 있다”며 “먼 거리에 있는 쇼핑몰보다는 가깝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더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은 이미 전국에서 10곳의 프리미엄아웃렛단지를 운영 중이다.
2008년 광주 월드컵점을 시작으로 단 4년 만인 2012년에는 매출이 1조원을 달성했으며, 지난해에도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아웃렛
아시아 최대 규모인 롯데 이천 프리미엄아웃렛
신세계와 롯데, 모든 사업부문에서 경쟁 중
재계에서는 국내 대표 유통명가로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구도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출점 경쟁을 시작으로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구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12월 ‘위드미FS’를 인수하면서 편의점 시장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T커머스를 통해 홈쇼핑시장에도 나서며 두 대형 유통그룹 간의 채널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백화점-면세점-아웃렛-할인마트-편의점-홈쇼핑’으로 이어지는 롯데그룹의 유통채널에 비해 열세를 보여 왔다. 면세점과 편의점, 홈쇼핑이라는 유통채널이 신세계그룹 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1월 미래 먹거리 사업 계획 발표와 함께 10년간 3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이 밝힌 공격 투자 대상이 바로 복합쇼핑몰 건립계획을 포함해 홈쇼핑과 편의점, 면세점 등이었던 것이다. 이미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편의점 부분은 올해 초 대대적인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며 확장을 준비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위드미에 적극적인 자금투입에 나서며 매장을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파라다이스부산 면세점을 인수하며 사업을 시작한 면세점 부문도 올해 공격적인 확장을 계획 중이다. 김해공항 내 면세점은 정상운영을 시작했고, 인천공항을 비롯해 해외 면세점 운영까지 고려하고 있다. 모든 사업부문이 겹치다보니 두 그룹 간의 경쟁 역시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실제 롯데는 신세계가 몇 해에 걸쳐 공을 들여왔던 경기도 의왕 쇼핑몰 부지를 한발 앞서 높은 가격을 주고 지난 4월에 매입했다. 또 2012년에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주해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사들이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대로 신세계 역시 2009년 롯데가 매입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던 경기도 파주 프리미엄아웃렛 부지를 선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가 공격적인 출점 경쟁을 하는 것을 놓고 과잉투자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양사의 주력 부문인 백화점이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복합쇼핑몰과 아웃렛 출점 등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치킨게임(둘 중에 한 명이 포기할 때까지 직진만 하는 것)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아웃렛은 백화점과 소비층이 겹치는데, 국내 소비층은 사실상 한정돼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복합몰과 아웃렛 모두 고성장을 하기는 어려워, 롯데와 신세계가 너무 경쟁적으로 출점을 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