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고, 기존 사업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동시에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갑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신년사 중 한 대목이다. 차 부회장은 “앞으로 장기불황과 저성장이라는 어려운 경영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시장선도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다지자”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결연한 신년사다. 마무리에는 “올해도 저와 함께 어제의 정답, 어제의 관점이 오늘까지 유효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고객의 진화하는 욕구, 복잡하고 다양한 욕망을 정확히 감지하며, 절대 편해지지 않겠다는 치열함과 새로운 긴장감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펼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 말이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연매출은 4조 3262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4조원 돌파다. 장기 불황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매분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주력 분야인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시장에서 각각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고른 성장을 보였다. 업계에선 “M&A의 귀재로 통하는 차석용 부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활용품 분야가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하며 꾸준한 매출을 보였고, 화장품사업(39%)이 여름철에 주춤하면 음료사업(28%)이 치고 올라오며 부진을 상쇄했다. 이 같은 사업포트폴리오는 약 7년에 걸친 M&A를 통해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하며 첫 발을 내딛은 음료사업은 이후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를 인수하며 제품군과 매출을 늘려갔다. 지난해 음료사업의 매출은 1조2222억원. 코카콜라음료가 한국 진출 46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1년 인수 당시 418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해태음료도 3년 만에 영업이익 80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인수한 영진약품의 드링크 사업 부분도 올해 성장이 예상된다.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화장품사업은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하며 한 단계 올라섰다. 더페이스샵은 인수 이후 3년 만에 국내외 매출 5000억원을 올리며 LG생활건강의 주력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사업이 승승장구하며 화장품사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의 안정적인 사업군을 놓고 CEO프리미엄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그런 이유로 신년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올해가 기대되는 것도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덕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 역신장에도 매출 1조 돌파
지난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화장품사업의 신장세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5% 이상 역신장한 가운데 매출은 전년대비 12.4% 신장한 1조6616억원, 영업이익은 9.9% 증가한 2331억원을 달성했다. 시장은 불황이었지만 시장점유율은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프레스티지 분야에서 ‘후’와 ‘빌리프’가 전년대비 각각 12%, 59% 성장했고 ‘다비’ ‘까쉐’ 등 신규 브랜드를 출시했다”며 “기존 브랜드와 신규브랜드의 백화점 매장 확대와 매장 위치 개선을 통한 고객 접점 확대로 프레스티지 화장품 시장점유율이 전년대비 2.4% 증가한 18.8%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대중적인 브랜드의 선전도 한몫 단단히 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동물실험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에코브랜드 ‘비욘드’의 매출이 전년대비 10% 성장했고 더페이스샵이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며 전년대비 19.4%나 성장했다.
또한 시장성장성이 높은 색조화장품과 향수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발 벗고 나섰다. 색조 전문통합사업부문인 ‘더컬러랩(The Color Lab)’의 CC크림이 히트했는가 하면 색조전문브랜드숍인 ‘VDL(Violet Dream Luminous)’을 확대해 색조 매출 구성비를 21%까지 끌어올렸다.
러시아 메구미의 ‘비욘드’ 매장
해외 화장품 사업 매출 50% UP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화장품 사업의 성과도 눈부시다. 지난해 매출이 3443억원, 7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50%나 성장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올해로 중국진출 18주년을 맞이했다”며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샤넬, 랑콤, 크리스챤 디올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현재 주요 거점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해의 ‘빠바이빤(八百伴)’과 ‘쥬광(久光)’, 북경의 ‘앤샤(燕莎)’ 등 대형 백화점에 들어서면 1층에 LG생활건강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후’를 만날 수 있다. 2005년 중국시장에서 외국 유명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오휘’를 론칭한 LG생활건강은 2006년 8월 ‘후’를 출시하며 중국 내 50여 개 백화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중국 화장품 사업은 철저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며 “최근 중국 여성들의 고급화, 고소득화 추세로 비싸고 고급스러운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우선 ‘후’는 한류를 대표하는 궁중한방으로 차별화했다. 그 결과 2011년과 2012년 약 30%, 지난해에는 70% 이상 신장하며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광고모델로 나선 한류스타 이영애의 인지도도 이러한 성장에 한몫 단단히 했다. 지난 2006년 ‘후’와 전속 계약을 맺은 이영애는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대만 등 중화권 해외시장에서 아시아 대표 모델로도 활동하며 궁중한방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LG생활건강은 올해도 상해, 항주, 중경, 성도 등 중국 내 주요 대도시와 거점 지역 내 주요 백화점에서 봄·가을 대형 메이크업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후 브랜드를 중심으로 VIP초청 뷰티클래스 등 중국 내 상위 5% 고객 공략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현재 중국 상해법인을 중심으로 상해, 남경, 북경 등 중국 내 12개 영업팀(소)을 운영하고 있고 백화점 340여 매장과 전문점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주력브랜드로 성장한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4년 싱가포르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26개국에서 15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국내시장의 포화상태를 해소하는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액은 1284억원. 더페이스샵은 전체 매출의 약 25%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거점국가를 선정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기존에 우수한 성과를 보인 주요시장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올렸다.
중국에선 지난 2007년부터 사업을 진행해온 기존 마스터 프랜차이즈 중 포샨(Fo Shan)과 지난해 9월 1일 합자법인을 설립했다. 기존 마스터 프랜차이즈였던 헝청이 관리해온 매장 약 300여 개가 합자법인을 통해 통합관리된다. 이를 통해 공격적인 매장 확장과 대대적인 마케팅 행사, 신제품 론칭 등을 병행해 올해 중국에서만 7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홍콩과 마카오에선 지난해 말 기준 각각 65개와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선 2011년 4월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과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말 약 465개 매장에 입점한 상태다. 지난 2012년 3월에는 이온과 함께 일본의 시니어 여성을 위한 브랜드 ‘더골든샵(THE GOLDEN SHOP)’을 론칭해 올 2월까지 38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