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해외직구(직접구매)가 늘면서 쇼퍼들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직구의 시대’다. 소비자가 직접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제품을 구입, 해외 배송업체를 통해 인도받는 직접 구매는 질 좋은 제품을 국내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이용자가 느는 건 당연한 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건수는 1115만9000건으로 이용금액이 10억4000만달러(약 1조1029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794만4000건, 7억720달러) 건수는 40%, 이용금액은 47%가량 급증한 수치다.
해외직구 증가세에 물류업체들의 국제 특송도 늘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올 1~2월 항공 특송물량이 전년 동기대비 20.5% 증가한 34만여 건이나 됐다. 업계에선 “지난 12월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의 무료배송 프로모션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을 통해 반입된 품목 중에는 ‘유아용품 및 의류’가 약 30%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그 밖에 가방 등 잡화류가 28%, 식품류가 14%, 전자제품이 11%를 차지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질 좋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저렴하게 사려는 해외 소비자들의 해외직구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과연 존재하긴 하는 걸까.
새로운 수출 활로, 중소기업 화장품 인기
정답부터 공개하면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이른바 역(逆)직구다. 최근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중소 판매자들의 성장률과 판매량을 분석한 ‘베스트 온라인 수출상품 10선’을 살펴보면 역직구 1위를 차지한 국산제품은 화장품이었다. 스킨케어, 모발관리 등 중소기업제품이 대부분이다.
업계에선 “해외소비자를 겨냥한 역직구가 중소기업 수출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아르헨티나가 전년대비 2012년 155%, 지난해 57%나 판매량이 늘었다. 이스라엘도 전년대비 2012년 74%, 2013년 58% 증가했다.
유럽에선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각각 42.5%, 32.7% 성장했고, 남미에선 멕시코가 84%나 성장하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역직구를 통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올 2월부터 국내종합쇼핑몰 최초로 역직구 서비스를 개시한 롯데닷컴은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등 19개국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신설된 ‘롯데닷컴 글로벌관’에는 2000여 개 브랜드, 70만개 상품이 해외 소비자의 클릭을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해외고객은 국내 공인인증시스템 등의 문제로 구매 대행만 가능했다. 롯데닷컴은 해외고객이 직접 자국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주문된 상품은 우체국 국제 특송과 DHL 익스프레스를 통해 배송된다.
국내 패션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가수 싸이의 활약과 한국 드라마 열풍 등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한류를 등에 업고 온라인 역직구 사이트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직접 해외 현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하는 것보다 투자비용과 위험부담이 현저히 낮고 단시간에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성주디앤디의 ‘MCM’이 현재 글로벌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구축 중이고 패션잡화 브랜드 ‘지나미(JINAMMI)’도 영문 온라인 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엠티콜렉션의 핸드백 브랜드 ‘메트로시티’도 영문판 쇼핑몰을 오픈할 예정이다. 반응에 따라 중국어와 일본어 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자사 브랜드 풀을 최대한 활용한 영문 및 중국어판 직구매 사이트(www.wannabk.com)를 개설했다. ‘쿠론’ ‘슈콤마보니’ ‘럭키슈에뜨’ 등 해외 인기 브랜드를 비롯해 남성 의류 ‘SERIES’와 ‘CUSTOMELLOW’, 여성 의류 ‘QUA’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한섬도 핸드백 브랜드 ‘덱케(DECKE)’를 론칭하며 브랜드 홈페이지(thedecke.com)에 영문 온라인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