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드디어 칼을 뽑았다.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 2월 14일 본격 시행된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기업 조사인 만큼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책이 국회를 통과한 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대비책을 마련했던 만큼, 이번 공정위의 조사가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실제 개정 공정거래법 발의 이후 대기업들은 지난 6개월 동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책을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법안 발의 당시만 해도 최대 92곳에 달했던 규제대책 기업들 중 17곳은 아예 법인 등기가 소멸됐으며, 규제 대상 기업들 상당수가 사업부문 인수합병과 거래처 변경 등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규제한도 이하로 줄였다. 또한 일부 오너 일가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예 보유 지분을 매각한 곳도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과정에서 재벌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권이 더욱 탄탄해졌다는 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책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 간 사업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2세들의 지배력이나 보유주식 가치가 늘어난 곳이 상당수 있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막아 중소기업들을 돕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대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집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공정위가 내놓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책’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라는 엉뚱한 반전를 낳은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한 대기업들을 10대그룹 위주로 살펴봤다.
삼성그룹 : 에버랜드 사업재조정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 19.34%를 보유한 2대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자리잡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주주명부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5.1%) 이부진(8.37%) 이서현(8.37%) 등 삼성가 3세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3조37억원이다. 이중 그룹 관련 특수관계매출액은 1조4172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47.2%에 달했다. 공정위가 내놓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령에서 정한 내부거래 비중 30% 비율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같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9월 관계사였던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분을 1조6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이에 따라 3조원대였던 삼성에버랜드의 매출액은 5조원대로 늘어났으며, 내부거래가 거의 없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해 내부거래 비중을 줄였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4일 주요 사업부분 중 하나였던 건물관리사업을 계열사인 에스원으로 4800억원에 넘겼다. 또 같은 날 식자재공급사업 부문은 ‘삼성웰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물적 분할해 계열사로 만들었다.
동양증권 박성호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내부거래가 없었고, 에버랜드의 건물관리 부문은 전액 내부거래에 의존했다고 가정해도, 이번 사업조정을 통해 에버랜드의 내부거래 비중은 24%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식품사업부도 분사시키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인 만큼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주목할 부분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인 이후 에버랜드의 가치다. 재계관계자들은 “이번 사업재조정을 통해 삼성에버랜드가 명실상부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먼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인수로 그룹의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의 모체는 고 이병철 창업주가 설립한 삼성물산에서 출발한다. 이어 이 창업주는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설립해 오늘날의 삼성그룹을 일궈냈다. 특히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에겐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때 그룹의 재무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제일모직 출신 임원들이 삼성그룹의 성장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일모직 출신들은 여전히 그룹 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며 “엘리트 사관학교로 불렸던 제일모직, 그중에서도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만큼 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정통성을 계승하게 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고 밝혔다.
게다가 사업재조정을 거친 에버랜드의 가치 역시 크게 상승했다. 먼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인수를 통해 삼성에버랜드의 총매출액은 5조원대를 돌파하게 됐다.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넘기기는 했지만, 식자재부분은 100% 계열사로 분사시켜 핵심사업 역량을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14일 수도권 최고의 골프장으로 평가받는 레이크사이드CC를 삼성물산과 함께 인수해 주목받았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에버랜드가 이전까지는 오너 일가를 통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사업재조정을 통해 패션과 레저를 잇는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며 “삼성에버랜드의 주식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사업재조정은 이뿐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삼성SNS(구 서울통신기술)도 삼성SDS에 합병됐다. 삼성SDS와 삼성SNS는 이재용 부회장이 각각 8.8%와 45.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70%와 55%에 달할 정도로 높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은 높아지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과징금 부과대상에서는 오히려 제외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단독 혹은 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에는 과징금이 부과되는데,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20% 이하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 현대엠코 합병 이어 지분 매각 나서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면서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갔다. 비상장사인 현대엠코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5.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역시 10%의 주식을 갖고 있다.
현대엠코는 지난 2012년 기준 내부거래 금액이 1조7588억원에 달했다. 공정위가 밝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기업 208개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회사였다.
반면 합병 대상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부거래 매출비중이 4%대에 불과했다. 그 결과 존속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부거래 비중은 37.6%로 낮아졌고, 정의선 부회장 등이 보유한 총수 일가 지분은 16.4%로 낮아졌다. 공정위의 규제 한도였던 오너 일가 지분 20% 이하를 지킨 셈이다.
재계에서는 앞으로의 행보를 더 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의 IB 담당자는 “현대차그룹이 엠코와 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함과 동시에 현대건설과의 합병 가능성을 열었다”면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사실상 같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두 회사가 합병하거나, 다시 한 번 사업재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 담당자는 “이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엔지니어링 주식의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은 공정위가 밝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리스트에 12개 계열사의 이름을 올려 두고 있다. 광고계열사인 이노션과 부품 계열사 삼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이노션은 지난해 말 기준 내부거래 금액은 2005억원이며, 전체 매출액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20%, 맏딸인 정성이 고문이 40%, 정의선 부회장이 40% 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했지만,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7월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비영리법인 정몽구재단에 무상증여했다. 증여된 지분 중 10%는 지난해 말 사모펀드(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되사들였다.
철강 가공 계열사인 삼우는 아예 상장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우는 정몽구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신 시장의 자녀들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철→하이스코→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현대차의 철강 수직계열 시스템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우는 내부거래는 통해 지난해 총 77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차를 통해 5559억원, 기아차에서 2048억원, 현대하이스코에서는 1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룹 내부 일감이 전체 매출액의 88%에 달해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다.
삼우는 이에 외부투자자들을 유치했다. 지난 1월 KoFC QCP-IBKC PEF로부터 총 3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KoFC PEF는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에 각각 160억원을 사용했다.
이에 따라 삼우에 대한 신성재 사장 일가의 지분율은 39.47%까지 줄었으며, 내년 FoFC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추가적인 지분 확보도 가능하다. 이 경우 총수일가의 삼우 지분은 32.6%까지 떨어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조정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과세에서 벗어나려는 유인이 크지만, 멀리 보면 정의선 부회장의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며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를 긴 안목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 SKC&C 내부거래 비중 대폭 축소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C&C가 대표적인 내부거래 계열사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이 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C&C는 SK그룹의 지주회사다. SKC&C는 SK(주)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으며, SK(주)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건설, SK해운 등을 소유하고 있다.
종합 IT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삼다보니, SKC&C는 내부거래 비중이 유독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자주 조사를 받았다. 지난 3월 14일에도 공정위가 경기도 분당의 SKC&C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공정위 조사 당시에는 SKC&C 직원이 공정위가 확보한 증거서류를 탈취해 달아나는 대담한 행동을 저질러 조사방해 혐의로 제재와 함께 3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후 SKC&C는 지난해 SK그룹을 통한 내부거래 비중을 10% 가까이 줄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C&C는 지난 2012년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9806억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지난해 총매출액 1조5286억원 중 64%가 넘는 매출을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올린 셈이다. 하지만 2011년 내부거래 금액이 1조47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소폭 줄었음을 알 수 있다.
SKC&C는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의존했던 SK텔레콤의 매출 비중을 4966억원에서 4089억원으로 18% 가까이 줄였다. 또 SK네트웍스와 SK건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매출 비중도 각각 15.8%, 19.34%, 16.78%로 감소했다. 이외의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도 평균 38% 정도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였다.
반면 지난해 인수한 SK하이닉스와의 내부거래는 500% 가까이 늘어났다. SKC&C는 지난해 SK하이닉스를 통해 43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에도 776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SK플래닛과 SK브로드밴드, SK에너지 역시 44.20%, 13.15%, 10.57%씩 내부거래 비중이 늘었다.
이밖에도 SKD&D가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내부거래 비중을 줄였고, SK그룹 내에서 위탁급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후니드는 태영그룹의 태영매니지먼트와의 흡수합병을 통해 개정 공정거래법의 내부거래 비중을 피해갔다.
롯데그룹 : M&A로 외부일감 늘리기
롯데그룹은 지난 2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국세청이 조사가 종료됨과 동시에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 산하의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 등 4개 사업본부에 65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재계에서는 롯데에 내려진 국세청의 과징금을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이 롯데시네마의 직영 매점 사업 등을 통한 세금 탈루와 시네마 산업에 대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황금알 사업으로 손꼽히는 영화관 내 매점사업을 오너 일가 소유 회사들이 독점으로 넘겨왔었다. 이 과정에서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과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이 소유한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이 영화관 내 매점 운영을 독식했다.
이밖에 그룹의 물류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롯데로지스틱스는 외부 일감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 2012년 기준 2조원대 총매출액 중 주요거래사인 코리아세븐·바이더웨이·롯데쇼핑 등 3곳과의 내부거래 금액이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계열사들까지 포함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96%로 사실상 내부거래가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7월 그룹 내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물량 1550억원을 외부로 돌렸다. 하지만 이 물량은 전체 매출의 7%에 불과하다.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등 계열사 편의점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93%에 달하기 때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롯데의 고민이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은 유통부분에 사업역량을 집중해 성장한 대기업이기 때문에 사업구조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외부 일감을 가져온다고 해도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당분간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22일 한진칼홀딩스와 대한항공 두 회사로 인적분할한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한진칼홀딩스는 칼호텔네트워크, 정석기업, 제동레저, 한진관광, 토파스여행정보, 진에어, 호미오세라피 등 7개사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중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 후보는 정석기업과 토파스여행정보다. 두 회사는 대한항공이 각각 48.28%, 67.35%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들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정석기업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내 계열사들과 부동산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려왔다. 2011년 기준 362억원의 매출액에 58억원의 내부거래가 있었다.
정석기업이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오너 일가가 이 회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서다. 조양호 회장이 27.21%, 이태희 대한항공 상임법률 고문(조 회장의 매제)이 8.06%, 2세들인 조현아 부사장과 조원태 부사장이 각각 1.28%를 보유하고 있다.
토파스여행정보는 대한항공 외에 유니컨버스투자가 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유니컨버스투자는 유니컨버스가 100% 소유하고 있는데, 바로 이 유니컨버스를 조양호 회장(5%), 조현아 부사장(24.98%), 조원태 부사장(35.04%), 조현민 상무(24.98%)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토파스여행정보는 2011년 기준 53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중 266억원(50%)을 내부거래로 통해 올렸다.
기타 그룹 : 합병·지분매각으로 대부분 회피
이밖에도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책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간 합병이나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개정 공정거래법이 정한 규제를 회피할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실제 GS그룹과 부영그룹, 태광그룹, 대성산업 등이 M&A를 통해 규제대상으로 제외됐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 친척이 대주주로 있던 STS로지스틱스와 승산레저를 합병시켜 내부거래 비중을 줄였으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일가족이 대주주인 신록개발과 부영CNI,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족이 대주주인 티시스와 티알엠도 합병을 통해 규제비율을 벗어났다.
또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은 친족이 대주주로 있는 서울도시산업을 합병했고 윤석민 태영그룹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태영매니지먼트도 개정안 입법예고 직후 계열사 간 합병으로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업체들도 적지 않다.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과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형제는 15%씩 지분을 보유하던 시스템통합(SI)업체 디케이유엔씨의 지분 전량을 지난해 11월 81억원을 받고 유니온스틸에 매각해 규제를 피하게 됐다.
STX건설과 포스텍은 감자와 유상증자로 대주주이던 강덕수 STX그룹 회장 가족의 보유 지분이 2% 미만으로 낮아졌고, 세아네트웍스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일가족이 지분 25.23% 전량을 세아홀딩스에 매각해 규제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한라아이앤씨는 대주주였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지분을 모두 계열사에 넘겼고 이수영 OCI그룹 회장 일가족은 쿼츠테크 지분을 20.79%에서 15.44%로 낮춰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