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송골송골하게 여민 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요, 덕분에 필드는 간혹 하얀 눈밭이다. 하지만 골프용품업계에 한파는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골프시장 위축세에도 승승장구하며 재미 본 브랜드는 업그레이드를 선언했고, 반전을 노리는 브랜드는 심기일전해 대박신화를 꿈꾸고 있다. 오프시즌인 1월에도 줄줄이 신제품을 쏟아낸 각 브랜드의 신춘대전, 결국 올해도 힘과 스피드가 관건이다.
2013년 가장 뜬 브랜드는 캘러웨이, 던롭
지난해 골프용품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건 이른바 ‘스피드’였다. 힘이 좋아야 장타가 나온다는 공식이 스피드로 기울었다. 물론 관련제품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초 ‘스피드 프레임 페이스’(임팩트 시 공이 페이스 중앙에 맞지 않고 중심을 벗어나 주변 지점에 맞더라도 큰 손실 없이 볼 스피드를 높여주는 기술)가 적용된 ‘X-HOT’ 우드를 출시한 캘러웨이골프는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제대로 어필했다. 지난해 6월 자사가 주최한 장타대회에서 한 아마추어 골퍼가 페어웨이 우드로 338야드를 날리자 드라이버보다 멀리 치는 우드란 입소문이 고스란히 판매로 이어졌다. 실제로 매일경제 이 이마트, 골프존마켓, AK골프, G마켓, 11번가, X골프, 가도골프 등 총 7곳의 유통사를 선정해 지난해 집계한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2위와 현격한 차이로 1위에 오른 X-HOT을 확인할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의 ‘스피드 포켓’도 스피드가 강조된 기술이다. 클럽 헤드 솔 부분의 작은 홈이 임팩트 시 스프링 같은 효과를 발휘해 볼 스피드가 높아진다. 테일러메이드 측은 이 기술이 적용된 우드를 쓰면 기존 제품보다 최대 17야드까지 볼이 더 나간다고 설명한다. 같은 기술을 적용한 ‘스피드 블레이드 아이언’에는 정확한 방향성과 볼을 더 멀리 보내는 기술까지 담았다.
드라이버는 던롭의 ‘젝시오7’이 테일러메이드를 앞섰다. 던롭의 성공은 곧 박인비의 기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젝시오7을 들고 연속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하며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올해의 선수까지 선정됐으니 어찌 이보다 아니 좋을 수 있을까.
2014년 핫 브랜드의 주인공은 누구?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필드 위의 경쟁, 과연 올해의 승자는 누구일까. 우선 지난해 박인비 효과를 톡톡히 본 던롭스포츠코리아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던롭은 2012년 출시된 ‘젝시오7’ 드라이버가 박인비의 드라이버로 알려지며 국내에 수입된 5만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박인비 볼로 알려진 ‘스릭슨 New Z-Star’도 전년 대비 30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2014년 던롭의 신무기는 ‘젝시오8(XXIO8)’이다. 2000년 첫 발매 후 14년간 일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젝시오 시리즈의 8번째 모델이다. 드라이버·페어웨이우드·유틸리티·아이언으로 구성된 젝시오8은 한국 전용 스펙이 마련돼 남성용·여성용·왼손용이 각각 출시됐다.
가장 특징은 이른바 역발상이다. 헤드 무게는 1g 늘었지만 그립과 샤프트의 무게는 11g이나 줄여 클럽 전체 무게가 10g 줄었다. 여기에 샤프트 중심을 그립 쪽에 더 가깝게 이동시켜 빠른 스윙이 가능해져 헤드 스피드와 볼 스피드가 모두 증가했다. 핵심기술은 젝시오8부터 적용된 ‘스윙 관성 모멘트’ 설계다. 기존 스윙 웨이트 밸런스(스윙 시 골퍼가 느끼는 무게감) 중심의 설계 대신 스윙하는 골퍼의 어깨가 중심이 된 회전운동이 기초가 됐다.
테스트 결과 젝시오8의 스윙 밸런스는 젝시오7에 비해 두 단계 오른 D3였고, 헤드 스피드와 볼 스피드도 각각 0.2m/s, 0.5m/s씩 증가해 비거리가 5야드 이상 늘었다. 홍순성 던롭스포츠코리아 대표는 “지금까지 출시된 젝시오 시리즈 중 가장 ‘골프를 쉽게’ 라는 젝시오의 모토에 충실한 모델”이라며 “클럽 설계에 있어 스윙 관성 모멘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은 골프 클럽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만한 큰 변화다. 실제로 한 달 앞서 발매된 일본에선 젝시오7을 뛰어넘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아이언으로 승부, 테일러메이드
지난해 9월 출시된 테일러메이드 코리아의 ‘SLDR 드라이버’는 KLPGA 장타 1위인 장하나의 2연승을 도우며 하반기 유망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11월에 출시한 ‘SLDR 페어웨이 우드와 레스큐’도 세계 랭킹 5위 저스틴 로즈가 투어챔피언십에서 사용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테일러메이드가 올 2월에 새롭게 출시한 제품은 상급자용인 ‘투어 프리퍼드 시리즈’ 아이언이다. 이 제품은 특히 공식 출시 전인 지난 12월에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태국 골프 챔피언십(Thailand Golf Championship)’에서 ‘투어 프리퍼드 MC’를 사용, 우승과 홀인원을 동시에 달성해 주목받았다. 투어 프리퍼드 시리즈는 블레이드 아이언의 타구감과 조작성에 캐비티 아이언의 관용성을 갖춘 ‘투어 프리퍼드 MC’, 긴 비거리와 안정성이 특징인 주조 아이언 ‘투어 프리퍼드 CB’, 부드러운 타구감으로 투어 프로들이 즐겨 쓰는 블레이드 스타일의 단조 아이언 ‘투어 프리퍼드 MB’ 중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심한보 테일러메이드 대표이사는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투어 프리퍼드 시리즈를 통해 테일러메이드의 아이언이 한국 시장에서 최고의 아이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간 테일러메이드의 상급자용 아이언을 기다렸던 골퍼들의 플레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초 8축 샤프트, 혼마의 신무기
혼마골프는 ‘혼마 베레스(HONMA BERES)’의 새로운 시리즈 ‘S-03’ ‘IS-03’로 새해를 시작했다. 골퍼가 추구하는 최대한의 비거리를 실현하고자 개발된 새로운 시리즈는 특히 샤프트 개발에 신중을 기했다.
최신탄소섬유 프리프레그 시트와 8축 시트의 조합을 통해 비거리 외에 방향의 안정성까지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후문이다. S-03드라이버는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고탄도와 적정한 스핀으로 최대한의 비거리를 실현했고, IS-03 아이언은 비거리와 방향성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리즈가 탑재된 신개발 샤프트 ‘ARMRQ8’은 휘어지는 강도는 예전과 동일하지만 뒤틀림의 강도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더 강력해진 비거리, 캘러웨이골프
지난해 흥행작 X-HOT의 후속모델이 과연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캘러웨이골프의 ‘엑스투핫(X2HOT)’시리즈가 주목받는 이유다. 300야드 스푼(3번 우드)이라 불리며 화제가 된 ‘X-HOT 페어웨이 우드’가 출시 4개월 만에 완판 됐으니 아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한 것도 사실. 갤러웨이 측은 “스피드프레임페이스 기술이 한층 더 개선돼 전작을 뛰어넘는 비거리를 보장한다”고 제품을 설명했다. 실제로 캘러웨이 자체 테스트 결과 기존 모델에 비해 비거리가 약 7야드 증가했다. ‘하이퍼 스피드 페이스(Hyper Speed Face)’ 기술로 명명된 이 기술은 고강도 단조 페이스의 두께를 더 얇고 넓게 제작해 스윗 스팟을 최대화하고 반발력을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 X2HOT의 드라이버와 페어웨이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까지 모든 제품에 적용됐다. 골프업계에선 최초로 컵 페이스 디자인이 적용된 하이브리드도 출시된다. ‘X2HOT 하이브리드’는 고강도 단조 페이스를 적용해 전작보다 약 22% 높아진 반발력으로 공이 스윗 스팟을 벗어나 맞더라도 비거리 손실을 줄여준다. 새로 개선된 워버드 솔이 역동적인 샷은 물론 어떤 라이각에서도 쉽게 공을 쳐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캘러웨이 자체 테스트 결과 기존 모델보다 비거리가 약 15야드 늘었다. 캘러웨이골프 관계자는 “2013년 X-HOT 시리즈로 선도해온 비거리 열풍을 올해는 X2HOT 시리즈로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전작의 우수성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발전하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