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로봇산업은 현재 로봇생산 및 부품제조 등을 포함한 ‘제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개인서비스 로봇, 전문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크게 보면 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파생되는 무인자동차, 무인항공기, IT·NT 생산장비 등의 신산업이나 로봇기반 서비스를 통한 복지, 교육, 국방 등도 넓은 의미의 지능형 로봇산업에 포함된다.
산업의 태동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지능형 로봇산업을 주도해 온 분야는 제조용 로봇이다. 2012년 세계로봇시장 규모는 133억달러(약 14조원)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이중 제조용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65.2%인 86억8400만달러(약 9조2000억원)가량이다. 전 세계적으로 임금상승을 극복할 대안으로 선진국은 물론 중국, 태국 등 신흥국들 역시 제조용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 관련 산업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인 로봇산업의 중심축은 기본서비스에 로봇융합을 통해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서비스 로봇분야로 점차 무게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으며 각국의 정책적 지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문 서비스로봇 분야는 교육, 의료, 실버, 국방, 건설, 해양, 농업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시장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2012년 세계 서비스 로봇산업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약 2배가량 성장했다.
국내 로봇시장을 살펴보면 지난 최근 10여 년간 20% 이상 성장해온 것과 다르게 최근 정체된 모양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로봇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시장이 글로벌 경기 불황 및 내수침체, 설비투자 감소로 전년대비 0.6% 감소한 2조1327억원 규모를 유지하며 세계시장과 다르게 오히려 역성장 했다. 제조용 로봇분야가 자동차·조선 등 국내 제조업 경기침체에 따라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나마 중국·인도·태국 등 신흥국 진출 확대로 수출이 확연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내수시장이 녹록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후발주자들의 기술상승으로 수출성장세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
서비스용 로봇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2년 3314억원의 생산액을 기록해 전년대비 7.7% 성장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반쪽짜리 성장에 불과하다. 세계 서비스용 로봇시장은 수술 치료를 비롯한 전문 의료분야, 청소·레저 가정용 로봇, 무인항공기·지뢰탐지 국방 분야 등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서비스용 로봇시장은 삼성과 LG 등이 뛰어들어 캐치업(Catch-up)전략을 펼쳐온 로봇청소기 시장(1900억원)과 KT, SKT 등 통신사가 주축이 되어 개발한 교육용 로봇(587억원)에 편향되어 있다. 군사용(126억원)과 의료 로봇(31억원)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특히 전문서비스용 로봇의 사업화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편이며 사회 안전 및 극한작업용 로봇(93억원), 엔터테인먼트 로봇(48억원)도 미비한 수준이다.
로봇산업, 캐치-업 전략보다 시장선도 필요
중소기업 중심 산업구조 극복할 협력 클러스터 절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1970년대 후반 최초 제조업용 로봇을 도입하며 시작됐다. 초창기 로봇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나 정책적 도움은 전무했으나 산업계 및 학계에서 제조업 로봇 중심의 자체적 연구개발이 시작되었다. 1978년 국내 최초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일본 토요타의 다점용접 로봇이 도입된 이래 81년 대우중공업에서 고유모델 1호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997년 IMF위기에 따른 산업구조의 재편, 업계의 구조조정 등으로 LG산전, 대우중공업, 기아정공 등 대기업이 제조용 로봇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2002년 이후 총 1조원가량의 정부예산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투자금액 대비 몇 배씩 성장하던 타 산업군에 비하면 미비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2011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 온 로봇산업은 연 2조5000억원대의 규모로 커졌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제조업용 로봇분야에 편향되었다는 점과 로봇관련기업 90% 이상이 중소기업으로만 형성되었다는 점은 풀지 못한 숙제로 자리하고 있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임이사는 이에 대해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인건비 낮춰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조용 로봇에 접근이 쉽고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기술을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력과 인프라가 필요하며 타 분야와의 효율적인 융합을 위해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사이에 로봇산업은 성장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유치산업(幼稚産業)이라는 인식이 높아 R&D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조 이사의 설명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적대적 M&A를 통한 기술유출 위험도 배제하기 힘들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 개념이 중요한 로봇산업의 특성상 각국의 특허등록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