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의 연말 임원인사가 재계의 화두다.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을 제외하곤 상당수 그룹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중폭 이상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각 기업들의 상황이 척박하다. 임원들 입장에선 노심초사다.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울리는 시기에 석별의 정을 나누진 않을까 고심 중이다.
최근 연구개발 부문 임원 3명을 한꺼번에 경질한 현대차그룹은 R&D 부문 대폭 인사가 예상된다 총수 부재라는 최대 위기를 맞은 SK그룹은 안정과 성장을 위한 인사가, LG그룹은 전자와 화학 등 흩어져 있는 에너지 사업 통합 가능성이 제기돼 인사 폭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12월 초 사장단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삼성그룹도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재편이 잇따른 데다 실적 부진 계열사에 대한 인적 쇄신성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176개 공공기관 중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진 기관을 경영평가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거나 과잉 복지 등을 시정하지 않는 기관은 2015년부터 성과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10여 곳에는 임금삭감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액연봉을 둘러싼 논란도 임원들의 입장에선 편치 않은 대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들의 보수를 공개하기 위한 세부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11월 29일 이후 제출하는 분기 및 반기 실적보고서 등에 해당 임원들의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한 중견기업 임원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데 지금 같은 시기엔 나서지 않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게 최고”라며 “정중동을 곱씹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헤드헌팅업체 임원은 “인력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몰려드는 이력서가 외환위기를 떠오르게 한다”고 상황을 밝혔다.
금융업과 제조업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각 기업 임원들을 비롯한 구직자들이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인자는 기본에 충실하되 구성원들의 마음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자와 구성원 사이의 완충제가 돼 1인자의 추진력이 힘을 받도록 가교역할을 해야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맥스웰은 저서 <리더의 조건>에서 “리더십에 있어서 모든 것은 유동적이지만 한 가지 바뀌지 않는 건 내면으로부터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리더의 자질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바깥으로 표출된다. 결국 사람들은 당신을 따르고 싶어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저서를 중심으로 현 시기에 임원이 갖춰야 할 조건을 재구성했다.
Check Point 1.재능은 선물이지만 성품은 선택이다
입사 후 18년 만에 별을 단 A이사는 올해로 3년차 임원이다. 그의 임원승진 당시 사내 곳곳에선 놀라운 탄식이 이어졌다. 특히 후배들 사이에서 그의 스토리는 기승전결이 뒤바뀌며 오래도록 회자됐다.
요약하면 불쌍한 선배 A의 인간승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A이사는 과장 시절부터 무슨 일이든 도맡아 했다. 상사가 시키는 일에 절대 NO라 말하는 법이 없었다. 늘 ‘예’라는 답이 입에 붙어 예스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누가 봐도 과중한 업무를 군소리 없이 처리하니 당연히 불쌍하다는 말이 돌았다. ‘불쌍한 선배’란 꼬리표는 1남3녀를 둔 그의 가정사에서 나왔다. ‘네 아이의 아빠이니 열심히 할 수밖에’ ‘잘리면 끝이니 예스맨이라도 해야지’란 수군거림이 돌았지만 당시 A이사는 돌처럼 꿈쩍도 안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후배들의 평은 극과 극이었다. 불쌍하다란 말 뒤엔 늘 의리맨이란 말이 붙었다. A이사는 임원이 된 후에도 과중한 업무를 후배들에게 전가하는 일이 없었다. 공은 후배들에게 돌리고 자신은 묵묵히 과정을 이끌었다. 시키는 일에 토 다는 일이 없으니 만만하게 보던 상사들도 미들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임원이 된 지 3년이 지난 현재, A이사는 승진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불쌍한 선배란 꼬리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존 맥스웰은 “진정한 리더십은 언제나 타인을 염두에 둔다”며 “리더의 성품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고 더 이상 따르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혼자만 앞장서고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홀로 걷게 된다는 당연한 진리다. <성공증후군>(The Success Syndrome)의 저자이자 하버드 의대 심리학자인 스티븐 버글래스는 “엄청난 성취감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탱할 기본적인 성품이 없다면 파멸로 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한 이들은 결국 4가지 A중 적어도 하나 이상에 빠져들게 된다고 충고한다.
‘거만’(Arrogance)
‘외로움의 고통’(Painful Feeling of Aloneness)
‘파괴적인 모험 추구’(Destructive Adventure-Seeking)
‘간음’(Adultery)이 그것이다.
Check Point 2.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할 수 있다.
2년 전 중소 제조업체에 부임한 B부사장은 지난해 말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업계에서 인정하는 중견기업 출신에 40대 후반이었던 B부사장은 부임할 때만 해도 직원들의 로망이자 멘토였다. 든든한 리더가 새로 왔으니 ‘뭔가 해보자’는 기운이 충만했다. 하지만 그랬던 분위기는 한 달 만에 푸념으로 돌아섰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또 두드린 후 건너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문제였다. 일례로 누가 봐도 든든한 대기업 납품제의에 직원들의 의견이 기초가 된 보고서를 올렸지만 단칼에 반려됐다. 담당임원에게 떨어진 불호령은 부정적인 면을 보강하라는 것이었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방향설정도 쉽지 않았다. 장밋빛 청사진도 B부사장 앞에선 안 되는 일이 수십 가지가 넘었다. 신중한 경영방침에 후한 점수를 줬던 경영진도 그로 인해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B부사장의 출근길은 부임 1년 만에 멈추고 말았다. 그의 퇴사 사유는 ‘긍정부재’이었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60대 후반의 나이에 뉴저지 주 웨스트 오렌지에 14개 동이나 되는 복합연구단지를 세웠다. 본관 건물은 미식축구장 세 개를 합친 것보다 컸다. 연구실 테이블에서 잠들 만큼 이곳을 좋아했던 에디슨은 1914년 12월, 연구소 화재라는 커다란 사건과 마주한다. 연구소 밖에서 불타는 건물을 바라보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얘들아, 어머니를 모시고 오너라. 우리 생전에 이런 불구경을 언제 또 하겠니.”
어이없는 반응이지만 에디슨은 달랐다. 그는 화재 직후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내 나이 이제 예순하고 일곱입니다. 새 출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는 않았어요. 나는 평생 이런 일들을 숱하게 이겨냈습니다.”
에디슨은 연구소를 새로 지었고 그 후로 17년간 일에 매진했다. 만일 그에게 긍정의 힘이 없었다면 팔순이 넘은 나이까지 연구에 매달릴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동기가 부여되길 기다린다. 그리고 자신의 태도는 전적으로 주변 환경 탓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태도가 환경을 바꾼 것일까 아니면 환경 때문에 태도가 바뀐 것일까. 중요한 사실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오늘 자신이 취하는 태도는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로고테라피란 심리요법을 창안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인류의 마지막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가 우리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공의 10대 원리>의 저자 데니스 웨이틀리는 “승리자의 강점(Edge)은 타고난 재능이나 높은 IQ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적성(Aptitude)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태도(Attitude)에 달려있다. 태도는 성공의 기준이다”라며 태도가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태도를 위한 적절한 자가진단법은 없을까. 존 맥스웰은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라고 조언한다.
“당신은 어떤 목소리를 듣고 있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자신을 무시할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진 않은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실패할 것이란 소리가 들리진 않은가. 만일 부정적인 메시지가 계속 들려온다면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격려의 말을 들려줘야 한다. 자신의 태도를 재정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삶이 부정적인 곁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마음을 동여매는 것이다.”
Check Point 3.오직 볼 수 있는 것만 잡을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몽상가라 불리는 미국의 경영자 월트 디즈니는 최초의 음성만화, 최초의 올 컬러 만화, 최초의 애니메이션을 만든 인물이다. 당시 나름의 비전이 확실치 않았다면 시도조차 어려웠던 성과였다. 디즈니의 비전이 만든 최고의 걸작은 누가 뭐래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다. 두 걸작의 시작은 토요일 아침이면 어린 두 딸과 LA의 놀이동산이 놀러가곤 했던 월트 디즈니의 일상에서 비롯됐다. 특히 그는 ‘흥겨운 잔치(Carousal)’이란 놀이 기구에 매료됐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놀이기구가 멈췄을 때 페인트가 벗겨지고 금이 간 낡은 목마들 중 오직 바깥 쪽 목마만 오르락내리락 작동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화려함 속에 눈속임을 알고 실망했지만 그는 직접 환상이 사라지지 않는 놀이동산을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의 비전은 이후 디즈니랜드로 구현됐다.
비전은 리더의 모든 것이다. 비전이 리더를 이끌고 리더가 조직을 이끌기 때문이다. 비전이 없는 이는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이들은 기껏해야 정해진 테두리 안을 맴돌 뿐이다. 누구도 비전을 구입하거나 구걸해 빌릴 수 없다. 비전이 없다면 자신에 대한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비전을 찾을 수 없다면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리더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고 그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 월트 디즈니의 형제 로이 디즈니 부회장이 행한 일 중 하나다. 미국의 광학기기 제조업체 폴라로이드를 창업한 에드윈 랜드는 비전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당신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사람들에게 비전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거의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 느끼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라면 충분히 할수있다고 말해야 한다.이때 비전은 성취하려는 자들에게서 강한 힘을 끌어낸다.”
직장인 10명중 7명 “떠나고 싶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현재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취업포털 워크넷이 남녀 직장인 4334명에게 이직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9.5%가 현재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40대 70.1%가, 50대 이상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수준인 50.5%만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직 이유로는 ‘현 직장에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가 29.1%로 가장 많았다. ‘현재 받고 있는 연봉이 적어서’(17.2%), ‘체력적으로 힘들고 쉬고 싶어서’(15.1%), ‘근무환경, 복리후생이 좋지 않아서’(11.8%) 등의 항목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9.2%가 연봉이나 업무강도 등 근무조건에 대한 불만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고 이밖에 ‘상사 및 동료와 잘 맞지 않아서’ ‘잦은 야근, 주말 출근 등 업무가 너무 많아서’ 등이 이유로 꼽혔다.
한편 사업이나 창업 등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이직을 준비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10.7%에 불과했다. ‘개인사업 및 창업을 위해’라는 답변은 남성(10.7%)이 여성(7.3%)에 비해 많았고 ‘상사 및 동료와 잘 맞지 않아서 이직을 고민한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10.0%)이 남성(8.3%)보다 많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민은 실제 퇴사로까지 이어지고 있을까.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5%가 이직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퇴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의 53.6%, 여성의 56.8%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사경험이 있다고 답해 여성의 이직고민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