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자동차 기업들을 예로 들면 이들 요소는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단절되어 다른 요소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요소가 핵심으로 더해지는 형태로 진화해왔다.
포드는 컨베이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조부문에서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면서 자동차산업을 지배했다.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고 자동차가 대중화되는 길을 열었다. 그러나 “고객은 원하는 색상의 포드차를 살 수 있다. 단, 그 색이 검은 색이기만 하면”이란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처럼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서 그에 맞춘 제품을 내놓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GM은 목표고객을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를 고객의 입맛에 맞추어 내는 선도적인 마케팅으로 포드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는데, 제조기술력과 그에 따른 품질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BMW나 벤츠의 ‘재미’와 ‘품격’이라는 각각의 브랜드도 기술과 마케팅의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도요타의 경우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환경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 특정 제품 라인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의 대규모 리콜사태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세간의 예상보다 빠르게 도요타가 그 타격을 회복한 데는 환경과 관련해서 쌓은 평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 평판을 구축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하면, 기부금을 내는 것과 같은 일방적인 퍼주기식 사회공헌활동을 바로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그런 활동이 제품을 팔고 수익을 내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단순하게 기부금을 내는 것과 다르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 자체를 자신의 비지니스 모델로 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는 많이 있다.
마이클 포터가 주창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라는 개념도 이런 경향과 맞닿아 있다.
파타고니아 이야기
지난 5월 초 파타고니아(Patagonia)라는 회사가 미국 달러 2000만달러를 환경 관련 벤처를 위한 기금으로 내놓는 ‘$20 Million & Change’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빌 게이츠나 웨렌 버핏과 같은 사람의 몇 백억 달러의 기금 단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2000만달러는 너무 약소해 보일 수 있다. 관심을 끌만한 거리가 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이 파타고니아의 2000만달러짜리 프로그램은 비지니스위크에까지 크게 다루어질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그런 홍보효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했을까? 이 회사의 역사를 보면 이해가 간다.
파타고니아의 역사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미국에 건너가 LA 근처에서 서핑과 암벽등반을 즐기며 자란 이본 슈나르(Yvon Chouinard)는 손재주가 남달랐다. 암벽등반에 사용하는 하켄(Haken)을 직접 만들어 쓰며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하다가, 1958년 18세 때 아예 암벽등반용품 회사를 설립했다.
처음 출발부터 취미 생활의 연장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1966년에 우편 주문배달을 시작하며 슈나르는 회사의 주문서 한쪽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기재했다. “5월과 9월 동안은 신속한 배달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5월에서 9월은 슈나르와 그의 동료들이 암벽 등반을 즐기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겨울철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 때문에 신속 배달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과연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1970년에 이르러서는 미국 내 암벽등반용품 부문 1위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1위에 오른 직후에 슈나르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미국 암벽등반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내 거대 암벽인 엘 캐피탄(El Capitan)에 오르면서 하켄에 의해 암벽 곳곳에 생긴 흉물스런 상처 자국을 본 것이다. 이때부터 슈나르는 하켄 대신 쐐기처럼 갈라진 틈새를 손으로 박으면서 자연 손상을 최소화하는 알루미늄 촉스(Chocks)를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이룬 ‘업계 1위’의 사업 기반을 포기하고 당시 미국 암벽등반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암벽등반술의 전도사가 된다. 슈나르는 ‘1위의 암벽등반용품 업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고 1970년대 중반, 자신의 회사를 야외 취미 활동을 위한 의류업체로 업종을 전환해 연간 매출 6억달러에 이르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다른 기업들과 다른 파타고니아만의 일처리 방식과 마케팅 원칙이 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제품을 산 고객들에게 옷이 해지거나 구멍이 났을 경우 파타고니아에 되돌려 보내서 수선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무료로 수선을 해준다. 일반적인 의류제품 기업들이 매 분기, 혹은 매년 새로운 패션의 제품군을 내놓으며 구매를 유도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주로 어른들을 대상으로 의류를 만들던 파타고니아는 뒤늦게 어린이 대상의 의류 라인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라인 확장을 시도한 이유가 어른 옷을 만들고 남은 천 조각들을 버리느니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취지에서였다고 한다.
당연히 어떤 경우 무늬나 색깔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우리로 치면 누더기 패션같은 형태의 의류가 나왔는데 고객들은 그러한 어린이용 제품에 실린 ‘폐기 자원의 극소화’ ‘환경 훼손의 극소화’라는 아이디어를 높게 샀고 그 결과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2000년 여름, 제품 카탈로그를 가장 친환경적인 무염소의 재활용 용지로 만들면서 파타고니아는 고민에 빠졌다. 제품 사진들의 질이 아주 떨어졌던 것이다.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올 수 있는 종이로 카탈로그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열렸는데, 모든 사람들이 매출 감소를 가져올지라도 친환경 용지를 써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이들은 생산비가 25% 오르고 그에 따라 매출이 20%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무릅쓰고 그들 의류에 들어가는 목화 원료를 전량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목화로 바꾸었다. 파타고니아는 직원들이 환경단체에서 봉사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유급휴가 처리를 하며 매출액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이번에 ‘$20 Million & Change’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파타고니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매출은 2배, 이익은 3배 이상이 늘었습니다. 회사 운영하는데 쓰는 자금 이상으로 현금이 쌓였는데 지구를 위한 좋은 일에 쓰는 것이죠.”
‘환경’이라는 사회성을 지닌 브랜드 의미를 명확히하며 실제 행동과 부합되게 그 원칙을 지켜 수익 측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위에 사진 탐스 콩고
탐스의 사업 확장
수익 측면을 파타고니아보다도 더 고려하지 않고 사회성만을 생각하며 출범한 기업도 있다. 사례로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소개된 탐스(Toms)다. 탐스는 ‘One for One’, 신발 한 켤레를 사면 경제 형편이 안돼 신발을 신지 못하는 저개발국의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보내주겠다는 개념으로 출발했다. 별 장식이 없이 기체조하는 중국 노인들이 신는 것과 같은 디자인의 신발이 헐리우드 배우들도 즐겨 신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탐스 신발은 재료비를 생각하면 매우 비싸다.
그러나 비싸다고 생각하며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두 켤레를 산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도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행동을 했다는 뿌듯함이 지불한 돈을 합리화시켜 준다. 탐스가 사회 전반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사업적으로도 성공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활동을 두 가지 포착했다.
지난 5월 탐스에서 ‘ECI(Eastern Congo Initiative)’라는 재단과 협력해서 만든 새로운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ECI는 내전으로 황폐하게 된 아프리카 콩고 지역의 주민과 지역사회를 돕자는 취지에서 영화배우로 유명한 벤 애플렉(Ben Affleck)이 2010년 설립한 단체이다.
당연히 콩고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무늬로 탐스 신발의 디자인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이 제품에 한해서 기존 신발이 없는 아이에게 신발 한 켤레가 기부되는 것에 더해서 ECI에 5달러가 기부되도록 해서 기부하는 영역도 넓혔다.
2011년 6월 탐스는 신발만이 아니라 다른 제품으로 진출을 발표했다. 봉인된 비밀상자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백화점 앞에 놓아두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통적인 기법이었지만 홍보 효과는 만점이었다.
안경(Eyewear)이 그들의 새로운 제품라인이었다. 안경도 신발과 마찬가지로 ‘One for One’의 콘셉이 적용됐다. 탐스 안경 하나를 구입하면 저개발국의 안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는 형식이었다. 얼마 전 모 타이어 회사에 가서 강연하며 탐스 사례를 소개해주며 이런 얘기를 했다.
“탐스 타이어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새 타이어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 터질 위험이 농후한 얇아진 헌 타이어를 계속 써 사고가 실제로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탐스 타이어를 사면 저개발국에도 타이어를 보내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겠다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강연을 듣던 회사 분들이 동의를 했다. ‘One for One’이란 콘셉 하에 탐스가 앞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다. 사회에 이로운 것이 회사에서도 이로울 수 있다는 아주 명확한 실례를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여러 대륙에 퍼져 있는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른쪽에 있는 여러 문제들을 IBM과 협력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도시들이다.
IBM은 2010년에 ‘Smarter Cities Challenge’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세계의 유수 대도시들이 가진 문제점들을 파악, 진단, 해결하는 과정에서 IBM에서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나 기기 등을 제공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3년이 지나는 동안 세계 모든 대륙에서 100개 도시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한다. 참여하는 IBM 임직원들이 무보수로 자원봉사하고 무상으로 기기나 시간을 제공는 것은 아니다. 엄연한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고, 2015년까지 그 조직의 매출을 100억달러까지 올린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비슷한 경우가 GE(General Electric)에도 있었다. GE는 1970년대 초 이래 거의 30년간을 지켜왔던 ‘We Bring Good Things to Life’ 슬로건을 ‘Imagination at Work’로 2003년 바꿨다. 이어 2005년 ‘Imagination at Work’라는 우산 아래 하나의 부분 요소로 환경을 주제로 한 일련의 캠페인을 전개하며‘Ecomagination’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제는 GE의 거의 모든 기업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Ecomagination’에 집중돼 있다. ‘Eco’와 ‘Imagination’의 합성어인 ‘Ecomagination’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아이디어로 출발했으나 바로 GE의 환경 비지니스와 연계되면서 원래의 슬로건보다 더욱 많이 알려졌다. 공식적인 슬로건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실제 많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뉴욕주의 젓줄인 허드슨강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 GE는 수질오염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환경 비지니스의 잠재력을 실감한다.
<거대한 갈증>이란 책에 의하면, GE는 허드슨강 정화사업에 10억달러 정도를 쓴 데 반해, 1999년부터 물 관련한 회사를 인수하는데 40억달러 이상을 썼고, 10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물 관련한 사업뿐만 아니라 GE의 엔진, 발전 등에도 친환경 콘셉이 접목되면서 큰 사업단위를 형성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공익적인 사업으로 기업이미지 형성에 긍정적인 효과까지 발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정보사업 전개
사상 유례없는 대형 쓰나미가 일본을 덮친 2011년 일본의 혼다자동차는 자사의 ‘인터내비(Internavi)’를 장착한 자동차들로부터 3G네트웍을 타고 오는 신호를 통해 재해지역 내의 통행가능한 도로를 시시각각 알려주는 지도를 만들었다. 그것들을 혼다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방송과 SNS 등 모든 가능한 매체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구호, 피난 작업에 공헌했다.
올해 3월 혼다는 역시 자사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차의 정보를 활용해 급제동이 잦은 지역 등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을 지도에서 보여주는 ‘세이프티 맵’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들 정보는 등급에 따라 각기 다른 요금으로 다른 차량에도 제공되는 사업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도요타도 공인된 순정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330만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교통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수집 실시간 교통량, 사고, 공사 등의 교통정보는 일정 부분은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실시간뿐만 아니라 보다 빅테이터 형태로 모여진 기록들을 분석한 고급정보는 공공, 민간기업, 개인으로 나누어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닛산도 역시 2013년 내에 환경 관련 전기차의 대표 브랜드인 리프의 주행 데이터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력 사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얻게 된 정보의 양이 많고 그를 분석하는 기법과 기술도 갖춤에 따라 자동차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업이 출현할 수 있다. 공공의 이익과 연계된 이런 사업들은 이들 일본 3사가 환경, 쾌적한 교통 등의 ‘공공의 선(善)’이란 명분을 내세우듯이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그것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리고 수익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