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했던 ‘창조경제’의 사전적 의미다. 이 말은 지난 2001년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가 자신이 쓴 책인 에서 처음 사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강조한 ‘창조경제’에 대해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창조경제’란 말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4년 전부터 이와 유사한 단어가 사용돼 왔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009년 취임사에서 밝혔던 ‘창조경영’이 그것이다. 당시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열린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을 3대 경영철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후 4년간 포스코는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사회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포스코가 추진하는 ‘성과공유제’를 통해 중소기업과 포스코의 경쟁력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곧 포스코의 성장동력이 된다는 원칙 아래 묵묵하게 중소기업 지원에 나선 포스코의 지난 4년을 살펴봤다.
협력사를 방문한 정준양 회장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 육성
지난 2011년 10월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에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제1회 아이디어마켓 플레이스가 개최된 것. 이곳에서는 아이디어 제안자와 이를 사업화하려는 투자자 및 자문 역할을 하는 각계의 전문가 집단이 참여했다. 이곳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거래까지 가능토록 한 장터 같은 곳인 셈이다.
이날 행사는 포스코가 국내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현장에서 제안된 아이디어 중 사업적으로 실현가능한 아이템은 곧바로 멘토링을 거쳐 사업 아이템으로 채택됐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300억원의 엔젤 투자기금을 마련해 이날 채택된 사업 아이템의 인프라 구축비용으로 지원했다.
이 같은 벤처 지원 프로그램은 올해까지 총 4회가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을 포스코는 ‘포스코 벤처파트너스’라고 부른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포스코는 매년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1차로 선발된 벤처기업 대표들을 3일간 육성캠프에 참가시켜, 합숙시간 동안 멘토링과 컨설팅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육성 대상 벤처기업으로 선정한다. 올해 역시 1어김없이 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벤처파트너스 과정을 거쳐 선정된 벤처기업에 포스코를 비롯한 외부 투자자들이 투자를 집행한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력과 홍보 및 기획력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에게 있어서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인 셈이다.
실제 포스코는 ‘벤처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22개 벤처기업을 발굴했으며, 이들 기업에 포스코가 약 42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기술보증기금 등 외부 투자자가 약 31억원 등 총 73억원의 엔젤 투자기금을 집행했다. 지난 1월에는 제4회 아이디어 육성캠프가 송도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협력업체 성장시켜 글로벌 파트너 키운다
이뿐 아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 및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 및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그것이 곧 포스코의 경쟁력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실제 포스코는 납품대금 현금결제와 경영컨설팅, 동반성장지원단 운영 등을 통해 중소·협력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부분은 ‘성과공유제’다. 2004년 3월 우수공급사와 공동으로 개선활동을 수행하고, 성과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성과공유제’는 중소·협력기업이 공급하는 품목의 수명향상 및 원가절감, 입품목 국산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를 포스코와 공동으로 개선해 그 수익을 공유하는 제도다.
포스코는 2004년 이 제도를 도입 한 후 지난해까지 모두 1389건의 과제를 수행했으며, 중소·협력기업들에게 모두 1328억원을 현금으로 보상했다. 특히 2011년부터는 1차 협력기업에 국한됐던 성과공유제를 2~4차 협력기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들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 성과공유 보상재원을 1600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중소·협력업체들을 위한 화끈한 현금 지원 역시 포스코만의 자랑이다. 지난 2004년부터 중소기업의 납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납품 후 3영업일 이내, 주 2회 대금을 현금으로 준다.
여기에 지난 2008년에는 2000억원에 상생협력 특별펀드, 2000억원으로 규모가 확대된 협력기업 지원펀드, 3300억원대의 상생보증 프로그램 등 중소기업과 협력업체를 위한 총 7300억원의 금융지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금융지원만 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우수 중소기업을 선정해 협약을 맺고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육성키로 약속했다. 글로벌 중견기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검증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매출액이 연 1000억원인 기업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거래 중소기업 가운데 핵심역량을 갖고 있으며 전략적인 육성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기업들을 후보로 정하고, 경영컨설팅·글로벌CEO 교육·기술개발 지원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중견기업 3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벌써 첫 결실을 얻었다. KC코트렐과 BHI, 조선내화, 고아정공 등 4개사가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 3년 동안 평균 1500억원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중 KC코트렐은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KC코트렐은 2005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소결공장의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환경설비 제작에 참여하며 포스코와 인연을 맺은 기업이다. 당초 포스코는 이 설비를 일본이나 오스트리아 업체에게 맡기려다 KC코트렐의 기술력을 믿고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KC코트렐은 ‘포스코 우수 설비공급사’란 타이틀로 GE에 타르 집진기를 수출하는 등 해외 기업들과 활발하게 거래하며 성장했다.
KC코트렐 측은 오늘날의 성장이 포스코의 중견기업 육성책 덕분이라고 밝혔다. KC코트렐의 주력 상품인 소결용 집진기의 성능향상을 위해 포스코가 기술지원을 해줬다는 것. 특히 해당 제품을 포스코의 World Best World First 품목을 통해 장기 공급권을 부여한 것 역시 KC코트렐의 성장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KC코트렐과 전로설비용 집진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올 1월 송도에서 열린 아이디어 육성캠프
취약계층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직접 나서
그렇다고 포스코가 기업 투자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포스위드, 포스에코하우징, 포스플레이트, 송도SE 등 4개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을 최초로 설립한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총 930여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다시 말해 93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셈이다. 지난해 포스플레이트와 송도SE는 자생력을 키워 이미 계열분리 시켰지만, 포스위드와 포스에코하우징을 올해 초 포스코휴먼스로 합병시키며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다문화가정 및 간병인 지원 사업 등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250여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정준양 회장은 지난 2011년 3월 ‘다문화가족포럼’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다문화가정의 합동결혼식 및 이주여성 취업알선센터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다문화가정 및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를 후원하고 있다. 올 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1호 인가를 받은 카페오아시아는 2월부터 포스코센터 4층에서 1호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모두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카페오아시아의 2호점 개설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포스코는 현재 그룹 계열사 사업장이 있는 송도 등지에 사업장을 물색하고 있으며, 결혼이주여성 외에도 새터민과 장애인에 대해서도 조합원과 가맹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기업의 사회적 목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공생”이라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포스코의 설립과정처럼 국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에게 ‘포스코DNA’를 심어 모두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