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억달러!
국내 자동차산업이 연 무역흑자 600억달러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 대표 수출상품으로 올라섰다. 1976년 현대차가 에콰도르에 포니 6대를 수출한 이래 최대 액수다. 583억달러를 기록했던 2011년 대비 5.8% 늘어난 617억달러를 기록한 것. 이 중 자동차가 420억달러를, 부품업체들이 197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주목할 점은 2011년 308억달러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7.5% 줄어든 285억달러였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 산업에 걸쳐 무역흑자 규모가 줄어든 데 반해 자동차산업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단순 수치상으로 자동차산업의 무역흑자 규모는 한국 전체 무역흑자의 2.2배에 달했다.
국내 모든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독 자동차산업이 이처럼 잘 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8년 연속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대국에 이름을 올리며 대한민국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올라선 자동차산업의 필승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고가 차종 수출액 4% 늘어
지난 1월 25일 지식경제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액은 2011년 308억원달러에서 23억달러(7.5%) 줄어든 285억달러에 그쳤다. 유럽연합(EU)의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무역수지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 품목 중에서는 석유제품-자동차부품-승용차-기계류 등은 증가한 반면, 선박-무선통신기기 등은 감소했다. 반면 작년 자동차산업 무역흑자는 한국 전체 무역흑자의 2.2배에 달했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산업 무역흑자 규모는 자동차가 420억달러, 부품이 197억달러 등 총 617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주요 품목 중 자동차산업이 IT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자동차산업이 주요 수출 품목 1위에 올라선 것에 대해 재계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중 42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자동차는 미국과 유럽에 집중됐던 수출 노선이 신흥국으로 다변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
유럽 시장의 침체와 중남미 시장 성장세 둔화 등의 상황에서도 회복세를 보인 미국과 동유럽-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출 다변화 전략을 통해 자동차는 2011년 대비 0.4%p 증가한 316만5698대를 수출했다.
수출량이 상대적으로 소푹 증가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해외 판매량을 늘린 반면, 국내 기업들은 신차 부족과 생산량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1년 대지진으로 시련을 겪었던 일본 브랜드들은 지난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GM-폭스바겐 등도 전 세계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수출 전략 신차종 투입이 2011년 7차종에서 지난해 5차종으로 줄고, 파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를 나타냈다. 전년 대비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미미했지만, 2012년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452억달러보다 4% 증가한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량 증가율보다 수출액 증가율이 높았던 것은 대당 수출 단가 인상 및 고가 차량 증가 등이 요인이었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 신형 그랜저로 대변되는 인기 프리미엄 차종 수출이 늘면서 전년 대비 대형차 수출 증가율이 30%를 웃돌았고, 승용차 차급별 수출 비중에서 대형차 비중이 처음으로 3%를 기록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수입액 역시 2011년 43억달러에서 지난해 52억달러로 늘었지만, 수출액 증가분이 수입액 증가분을 크게 웃돌면서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인 420억달러에 달했다”면서 “그 덕에 자동차는 2007년 이후 5년 만에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 중 무역흑자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세계가 탐내는 부품산업
지난 한 해 동안 197억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자동차 부품산업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11년 231억달러보다 6.5% 늘어난 246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수입은 2011년 58억 달러에서 49억달러로 9억달러 감소했다.
수출이 크게 늘고, 수입은 오히려 줄면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지난해 무역흑자는 197억달러로, 2011년 대비 14% 이상 뛰었다. 또 2010년 이후 3년 연속 100억달러를 웃도는 무역흑자 행진을 이었으며, 200억달러 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동차 부품산업의 수출액이 이처럼 높은 증가를 기록한 데는 국내 부품업체의 수출 다변화 정책 및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납품 다원화 정책, 그리고 미국-유럽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이란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9월 글로벌 경쟁사인 GM과 1800억원 규모의 통합형 스위치모듈(ICS) 공급계약을 맺었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인 BMW에는 삼성SDI에서 납품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다. 최근에는 포르쉐도 국내 자동차 부품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업체들과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도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과의 거래량을 늘려가고 있다. 일본 대지진 이후 자동차 부품 수급선 다각화에 나선 일본 메이커들이 신뢰도 높은 한국산 부품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아예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을 국내에 짓는 일도 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일본의 덴소는 지난해 12월 17일 경남 창원시에 4000억원 규모의 공장 건립 계획을 밝혔고, 독일의 엘링크링커 역시 경북 구미에 공장 설립을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의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국산차가 강점을 지닌 고연비 소형차에 대한 선호도도 올라가고 있어 환율,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출은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성차 경쟁력 제고에 힘입어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계속 늘고 있어 자동차와 부품 수출을 통한 자동차 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대비책 세워야
617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자동차산업계는 그러나 올해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아벤 신조 일본 자민당 정권이 출범과 동시에 ‘엔저시대’를 공표하면서 환율 경고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관련업체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 비중이 75~80% 수준인데,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떨어져도 2000억원대(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부품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의 수급 다변화 정책으로 납품 물량을 늘었지만, ‘엔저 현상’으로 환헤지 필요성이 높아지기 있기 때문이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출효자로 올라선 국내 자동차산업계가 더욱 악화된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Key point
617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자동차산업계는 올해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아벤 신조 일본 자민당 정권이 출범과 동시에 ‘엔저시대’를 공표하면서 환율 경고등이 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