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 VS Benchmarking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내 특허 침해 소송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로 소송은 종료됐지만 이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특허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한 미국 배심원들의 편향된 판결이다”라는 의견과 “외관, 아이콘, 번들 액세서리, 패키지 등 전반적으로 애플 제품과 유사성이 짙다”라는 의견이 판이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쟁이 되고 있는 일부 항목을 논외로 한다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2.2%를 달성하며 16.9%에 그친 애플에 2배 가까이 앞섰다.
삼성전자를 단순한 모방꾼(Copy Cat)이라고 폄하하기에는 삼성이 거둔 성과가 너무 거대하다. 그렇다면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애플을 벤치마킹 하지 않았을까? 후발주자인 모토로라, HTC, LG 등 경쟁기업들 역시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거둔 성공을 주시하고 핵심 경쟁력을 철저하게 분석했다.경쟁사 모두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삼성과 동일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제품을 출시했지만 승자는 단 한 명, 삼성전자였을 뿐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벤치마킹을 통해 성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는 벤치마킹의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고 진행되는 Trend-follow식의 벤치마킹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벤치마킹 활동이 피상적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성공한 기업들은 벤치마킹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얻어낸 성과는 무엇인가?
벤치마킹 접근 프레임워크
T-Plus는 벤치마킹의 목적에 따라 적합한 대상을 선정하는 프레임워크(Framework)와 6개의 벤치마킹 유형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기업들은 본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벤치마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실효성 있는 벤치마킹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임워크의 가로축은 기업이 벤치마킹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을 의미하며 전략 수립(Strategy), 운영 효율화(Function), 기업문화 구축(Culture)으로 구성된다.
전략 수립(Strategy) : 벤치마킹을 통해 자사가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인사이트(Insight)를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장 내 경쟁 Dynamics를 고려한 동적인 개념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시장 지배력 강화(Market Penetration), 신규 사업 추진 등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에 해당된다.
운영 효율화(Function) : 벤치마킹을 통해 운영효율성(Ope rational Excellence)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세스, 가치사슬, 조직도 등 스냅샷(Snapshot)으로 분석이 가능한 정적인 개념이다. PI(Process Innovation), SCM(Supply Chain Management) 등 운영효율화 방안 도출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업문화 구축(Culture) : 구성원 동기부여, 창의력 고취, 경쟁사 동향 분석 등 구성원 역량 강화를 통해 강력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글로벌 선도 기업 현장실사, 외부 전문가 교육, 대시보드(Dashboard) 경영체계 수립 등이 이에 해당된다.
프레임워크의 세로축은 기업이 벤치마킹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을 의미하며, Business Pioneer, Market Leader, Internal로 구성된다.
Business Pioneer : 세계적으로 선도적/차별적 경쟁력을 공인 받은 국내외 기업들이 해당된다.
Market Leader : 동종 산업 내에 선도적/차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이 해당된다.
Internal : 자사 및 계열사 내부에서 선도적/차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조직들이 해당된다.
A형커피를 고급 화장품처럼 직접 경험하게 하라-네스프레소
최근 가정용 커피머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글로벌 식품업체 네슬레의 자회사인 네스프레소의 수요창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네스프레소는 기존의 산업 카테고리를 벗어나 랑콤, 이브로쉐 등 고급 화장품 업계의 채널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고급 화장품 업체들은 독립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화장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요와 연계하고 있었다. 네스프레소는 이를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커피머신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추출한 커피의 신선한 맛을 고객에게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이후 전 세계 유명 백화점에 오프라인 단독 매장들을 개설해 고객에게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네스프레소의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나 매출 부문에서 30~40%의 고속성장을 거두게 됐고 전 세계로 확장되며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전략 수립 시 동종 산업 경쟁구도의 틀을 넘어 이종 산업의 기업을 대상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A형’ 벤치마킹이다. 모든 측면에서 상이하므로 대안이 그대로 적용되기 가장 어려운 벤치마킹 소스지만 성공 시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만한 혁신적인 대안의 도출이 가능하다.
A형 벤치마킹은 직접적인 대입이 어렵기 때문에 보다 창의적 접근인 벤치마킹 전략의 세분화와 다양한 각도에서의 대입 가능성 검토가 필수적이다. 고급 화장품 업계의 채널전략에서 체험 마케팅 부분만을 분리하듯이 전략을 벤치마킹이 가능한 단위로 분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그 이후 세분화된 전략을 자사의 상황에 대입 또는 결합시켜 보는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그중 실현 가능한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즉 벤치마킹 전략으로 자사의 전략을 대체한다면 혹은 자사의 전략과 결합된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되며, 이를 실현하려면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거쳐 혁신적인 전략이 도출되는 것이다.
B형벤치마킹은 우리의 성장과 함께 진화한다-이마트
이마트는 시장 진입 초기부터 자사의 성장 단계별로 벤치마킹 목적과 대상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왔다. 당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벤치마킹 대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빠른 시간 내에 높은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동종 산업 내에 국내외 선도 경쟁기업들의 전략 및 동태적 움직임을 파악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B형’ 벤치마킹이다. 동종 산업 사례는 자사에 빠른 적용 및 실행이 용이해 선호도가 높으나 해당 경쟁사의 전략을 차용하는 것이므로 경쟁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B형 벤치마킹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자사의 현재 입지와 고객의 니즈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맞춰 벤치마킹 대상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자사가 성장함에 따라 핵심 경쟁상대 및 상대적 경쟁우위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벤치마킹 목적 및 대상을 설정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고객 니즈 또한 일정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구식의 전략이 차용되지 않도록 현재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벤치마킹 대상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자사만의 차별적 경쟁우위 요소 추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동종 산업의 벤치마킹을 성공하더라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자리매김은 가능하나,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경쟁우위 요소의 추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C형그 분야에서 최고를 배워야 한다-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산업 제한 없이 기능별 최고 기업들을 선정하고, 집중 벤치마킹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기업이다. 기능별로 벤치마킹 할 기업들을 다르게 설정해 단위 조직의 성과를 최대한 끌어 올렸다. 이러한 벤치마킹 활동들은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에 오르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이처럼 특정 기능 및 역할에 대해 차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글로벌 선도 기업을 분석해 자사에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C형’ 벤치마킹이다. 산업 제한 없이 특정 기능과 역할의 효율화 정도에만 집중하므로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기업의 벤치마킹이 가능하다.
단, 개별산업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으므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C형 벤치마킹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장방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능 및 역할에 관련된 벤치마킹의 경우 서적, 문헌 등 2차 자료를 통해서는 분석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문서가 아닌 실제 현장 방문을 통해 적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장 방문 시에는 해당 기능 및 역할 뿐 아니라 실무자 또는 전문가가 반드시 함께 참여해야 한다. 기업은 기능 및 역할 간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특정 기능이나 역할만을 벤치마킹해 적용한다고 해서 동일한 효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특히 이종 산업을 벤치마킹 할 경우 이러한 제약은 더욱 커지게 된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가 참석해 제약조건이나 동시에 강화해야 할 과제를 발굴, 자사에 최적화 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D형제품은 고급스럽게 물류관리는 SPA처럼-구찌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08년 초 공급망 관리(SCM) 결함으로 납기를 준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주요 백화점들이 구매를 철회하고, 분기 이익이 2%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구찌는 SCM 관리에 있어 최고 반열에 오른 ZARA와 H&M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게 된다. 브랜드와 제품력에 있어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기업이지만, 기능 및 역할 관점에서 최고 수준인 기업을 물색하고 벤치마킹해 경쟁력을 키운 사례이다.
이처럼 동종 산업 내에서 기능 관점의 차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을 벤치마킹해 자사에 즉시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D형’ 벤치마킹이다. 동종 산업 기업의 경우 유사한 이슈에 대해 직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벤치마킹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물의 도출이 가능하다.
D형 벤치마킹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선도기업을 시장점유율이 아닌 기능과 역할의 관점에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매출이 아닌 기능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대상을 선정해야 하므로 자사보다 매출 등 실적이 낮더라도 또 다른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별해내야 한다.
동종 산업 내에 벤치마킹을 실시할 경우 심도 깊은 정보수집과 분석이 수반되지 않는 한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 또는 차별화된 수준까지 도달해 역량의 간극을 좁히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기능 및 역할의 변화는 프로세스 및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하므로 한 번 구축하면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부 역량만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접근보다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외부 인재나 기관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벤치마킹 대상 기업 출신의 인재를 직접 영입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나 보안 등 법률적인 이슈 등이 우려가 된다면, 유사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전문 컨설팅 기관과 연계해서 작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형바로 옆 사람에게서 배워라-포스코
포스코는 ‘사내 벤치마킹 투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내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조직을 벤치마킹해 타 부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전파하는 제도이다. 참여 시 승진 가산점을 부여해 타 부서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 결과 작업 환경 개선, 제품 불량률 감소 등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특정 운영 효율화에 대해 사내 부서의 성공 사례 및 경험 사례를 공유해 조직 내부의 경쟁심을 자극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E형’ 벤치마킹이다. 타사 벤치마킹에 비해 정보 취득이 용이하며, 사내 벤치마킹 투어, 부서 이동 등을 통해 교육 및 전파가 용이해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형 벤치마킹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에게 필요성을 공감하게 해야 한다. 구성원이 사내 벤치마킹 활동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사내 벤치마킹의 경우 부서 간 경쟁으로 인해 자칫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벤치마킹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명확히 공유하고 시작해야 한다. 또한 벤치마킹 결과를 즉시 활용 가능한 매뉴얼로 작성해 공유한다면 성공 사례의 전파 속도를 배가할 수 있다. 매뉴얼에는 5W1H 원칙에 입각해 기록된 벤치마킹 대상 활동의 문제에 대한 정의,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 및 개선활동과의 연계성, 개선활동의 정량적/정성적 결과가 논리적 흐름에 따라 기술되어 있어야 구성원들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합한 업무에 자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F형양보다 질이다 -국내 주요 기업
T-Plus는 매일경제와 함께 2년 주기로 자체 개발한 기업진단 Tool을 활용해 100여개 기업들의 경쟁력 수준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또 다수의 기업들과 기업문화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외 기업문화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맞춤형 혁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은 이와 같이 자체 또는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국내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 하고 자사의 혁신 프로그램으로 도입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이와 같이 기업문화 강화 목적에서 우수 사례들을 분석하고 자사에 적용하는 것이 ‘F형’ 벤치마킹이다.
F형 벤치마킹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혁신 프로그램의 양보다 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과 기업문화 컨설팅을 진행해 본 결과, 혁신 프로그램의 부재가 아닌 과다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혁신 프로그램의 과다는 혁신 추진부서가 실적 위주의 ‘보여주기(Showing)’에 집착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되지 않은 무분별한 벤치마킹 결과물들은 조직 내부 이슈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기업문화 벤치마킹의 경우 제도나 프로그램의 신설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Small but Real’ 성과를 만드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벤치마킹 -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기회
두 경영학 구루(Guru)의 말처럼 차별화와 혁신이 최고의 경쟁우위로 인정받는 현대 비즈니스에서 벤치마킹의 강점과 한계는 명확하다. 기업이 벤치마킹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을 발견할 수도 있고, 뚜렷한 경쟁우위가 없는 모방꾼(Copy Cat)의 오명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강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벤치마킹의 목적과 대상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실행한다면, 벤치마킹은 기업을 성과향상의 길로 빠르게 안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