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가 쓴 철학서 <피로사회>가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과 지상주의가 개인의 피로감을 극대화하고 필연적으로 좌절감과 우울증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굳이 철학서적을 빌지 않더라도 다수의 한국기업들을 관찰해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각박한 근무환경 및 꽉 막힌 위계문화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창의적 조직문화 구축이나 GWP(가장 뛰어난 일터)창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이 또한 상명하달식, 보여주기식 Action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변화관리 제도의 낮은 실효성
실제로 멘토멘티 제도, 타운미팅 등 대다수의 기업들이 다양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 내 원활한 소통, 동기부여, 비전 추진력 확보 등 차별화된 조직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관리 프로그램들의 실제 성과는 어떠할까? 기업들은 과연 변화관리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국내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쟁력의 주요 척도 중 하나인 국내기업들의 소통 수준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과 관련된 다양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원 중 65%가 조직 내부에 소통이 부족하거나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소통부진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상명하복’식 위계문화가 꼽혔다. 군대식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으며 이를 통한 Top-Down 방식의 일방향 의사소통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ottom-up 방식의 기업문화 혁신의 필요성
기업들이 추진하는 다양한 변화관리의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기업의 변화관리가 조직원들의 니즈에 대한 면밀한 이해 없이 실시 자체에 목적을 두고 Top-Down 방식을 일방적으로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GWP 트렌드’ ‘다른 회사도 다 하니까’라는 식의 구색 맞추기 형태의 변화관리 프로그램 도입은 진정한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보다는 쇼잉(Showing)에 치중한 경우가 많다. 조직의 변화관리, 기업문화 혁신 활동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명하달식 혁신보다 조직원 스스로가 문제점을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Bottom-up 방식의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자생적 기업문화 혁신의 5대 성공요소
1. Self-Innovation Platform : 기업문화 혁신의 Tool을 제공하라
어느 날 회사에서 종업원 만족도 Survey를 실시한다. 설문의 익명성에 대한 보장도 없기 때문에 솔직하게 작성하기도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난 후 회사 차원에서의 변화관리 제도가 발표되고 이에 따르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일반적인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실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할 구성원들은 그 핵심과정에서 배제된 채 끌려 다니기 십상이다.
“또 몇 번 하다가 말겠죠. 예전에도 그랬어요.”
조직원 인터뷰 시 변화관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정작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일체화해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이루고 싶은 주체는 회사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변화관리의 설계 과정에서 배제된다.
이들 스스로 자신과 조직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사가 해야 할 일은 현상의 진단 및 개선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Tool을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과 조직의 만족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화된 측정지표, 측정지표를 기반으로 스스로 문제를 터놓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논의의 장, 아이디어가 전사적 차원에서 어떻게 진행·관리되는지를 보여주는 Dashboard,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상시 모니터링 될 수 있는 IT 시스템. 이러한 요소를 포괄하는 것이 Self-Innovation Platform이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변화와 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은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해 나가야 한다. 변화혁신의 권한과 역할을 모든 구성원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변화의 객체가 아닌 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2. 객관화· 정량화된 Indicator를 스스로 점검하라
구성원 스스로 자신과 조직의 현황과 이슈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조직진단 Tool의 활용이 권장된다.
진단 Tool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빈틈없이 조직원 현황에 대해 파악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해 Data의 누적 및 개선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기업 내부에서 운영하는 자체 Survey의 경우 조직원들의 솔직한 응답을 유도하기 어려워 Bias 발생의 우려가 높으며 타 기업들의 결과와 상대적인 비교평가가 불가능하므로 가능한 외부 전문 기관의 평가 Tool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T-Plus와 유럽계 HR혁신 전문기관인 Agerus가 제안하는 조직진단 전문 Tool의 Angle은 Will, Know, Can, May, Should의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이 다섯 가지 Angle은 조직의 성과를 관리, 측정, 해석하도록 해주는 필요조건을 빠짐없이 구체화한 것이다.
Will: 열의 및 의지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주체적으로 이행해 긍정적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부여된 업무 과제에 대한 몰입 정도를 측정한다.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의 일체화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Know: 필요정보 취득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지,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회사 차원에서의 뒷받침이 충분한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Can: 실행 역량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업무 목적에 부합하는 인력을 배치하고 있는지 또 역량 계발을 위한 회사의 지원이 충분한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May: 실행 권한
직급·직책에 부합하는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지,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의사 결정의 유연성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한다. 개인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해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권한 및 환경이 제공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Should: 실행 책임
업무에 따른 긍정적·부정적 결과물에 관한 책임 수준 및 직급·직책에 따라 감당 가능한 수준의 책임 부여의 적절성을 평가한다.
위의 다섯 가지 Angle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조직원이 현재 어떠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 수준은 어떠한지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조직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변화관리의 Agenda로서 Bottom-up 방식의 기업문화 개선의 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3. 자생적 토의집단을 활성화하라
본격적인 변화관리의 실행단계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생적 토의집단을 구성해 변화를 자발적으로 주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조직진단 결과 유사한 이슈를 보유한 것으로 나온 팀원들을 5~10명 규모의 별도의 자생적 토의집단, 변화관리 그룹으로 설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자생적 토의집단은 기존의 변화관리처럼 HR 부서가 이슈 대응을 위한 제도를 개설하고 조직원에게 일방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의 정의에서부터 Solution 도출까지 조직원들이 자유롭게 토의,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조직원들은 지식과 노하우를 자율적으로 공유하며 개인역량 강화와 조직성과 창출을 돕는 성공적인 변화관리의 주체 조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경우 실무자들이 직접 참여해 Solution을 도출하기 때문에 업무 연관성이 높고 실효성 있는 변화관리 방안의 도출이 가능하다. 또 각 그룹단위가 공동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적극적인 변화관리 추진의 효과적인 Motivation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생적 토의집단의 개설 기준은 조직 진단을 통해 드러난 이슈의 유사성에만 한정하지 않고 신입사원, 여사원 등 직급의 유사성, 신규 시장 개발, 제품 리뉴얼 등 제품의 수명 주기 등 다양하게 확산해 적용할 수 있다.
4. CEO는 Supporter이다
Bottom-up 방식의 자생적 기업문화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명령과 지시의 리더십에서 탈피해 변화관리의 적극적인 Supporter로서 역할이 요구된다. CEO와 자생적 토의집단과의 소통 강화, 교육, 우수 집단 포상, 해외 벤치마킹 기회 제공 등 변화관리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조직원들과의 소규모 대화를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이 가장 선호하는 변화관리 프로그램이 ‘호프데이’ 등의 단체행사라고 한다. 이는 프로그램 실시에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조직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면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단체행사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조직원이 전체의 70%이며 ‘단체행사보다 야근이 낫다’라는 응답도 무려 50%에 달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로 유명한 故 스티븐 코비 박사는 “회식 등 집단 대화를 수십 번 해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리더는 부하직원과 정기적으로 소규모 모임을 가져야 한다”고 단체행사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즉 소통의 효과는 대화 집단의 규모에 반비례한다. Bottom-up 방식의 수직적 소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체행사가 아닌 소규모의 정기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부하직원들과 소규모의 대화를 통해 공감을 쌓는 노력들이 돌아가는 길처럼 멀게 보일지라도 이 길이 오히려 지름길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소규모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매주 요일을 정해 전체 조직원들과 Rotation으로 조찬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 혁신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할 핵심인력을 육성하라
Change Agent(변화촉진자)는 자생적 기업문화 혁신과 관련해 팀과 전사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율·관리하는 조력자 역할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