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데이터나 음성 통화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직장인 김씨는 최근 요금이 싼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로 통신사를 옮겼다. 2년이 지나 단말기 할부금이 없어졌고 다시 긴 약정에 묶여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아이폰 3GS를 15만원에 구입한 후 기본료 2만원의 MVNO인 C통신사 유심요금제에 가입했다. 종전까지 기본료 6만4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해 매달 8만원 가까이 나오던 통신요금은 이제 2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가입자는 없고 노예만 있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3000만명을 넘어선 스마트폰 가입자들의 삶은 이전보다 똑똑하고 편리해졌을까? 확언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나 스마트폰의 보급이 그들의 주머니 사정을 여의치 않게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경쟁적인 보조금 전쟁을 틈타 현명하게 스마트폰을 구매했다고 착각하는 가입자들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3년 가까운 시간동안 심하게 이야기하면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단말기 할부금을 줄이기 위해 가입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요금제는 일반적으로 기본료 6만4000원 요금제로 할부금과 부가세 등을 합치면 기본적으로 나가는 비용만 8만원을 웃돈다. 4인 기준으로 한가족 휴대전화 요금으로만 적어도 30만원이 넘게 나간다. 카카오톡과 애니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대가로 지불하기에는 분명 과한 금액이다.
“MVNO가 뭐야?” 알뜰폰 요금 절약 얼마나
과도한 통신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원투수’ 격으로 언론지상에 자주 오르내린 MVNO(알뜰폰, 이동통신재판매)지만 아직까지 대중에 다가가기엔 멀기만 한 모양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이 마케팅인사이트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상반기 이동통신 기획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조사대상자 8만5605명 중 MVNO를 알고 있는 응답자는 10.4%에 그쳤다. 지난달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선 MVNO는 국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300만명 중 1.9%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MVNO 사업이 시작됐으니 1년3개월 동안 이룬 결과물로는 초라한 수준이다.
가장 큰 원인은 또 ‘보조금’이다. 사실 영세한 대다수의 MVNO 사업자들의 경우 수요가 충분치 않아 제조사로부터 ‘최신형 스마트폰’을 공급받기 어렵다. 이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저렴한 요금으로 사용하기 바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1차적인 경쟁에서 이통 3사에 뒤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MVNO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경우는 갤럭시SⅢ 등을 확보하는 등 다른 사업자들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메이저 3사의 ‘보조금 횡포’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에 속속 시작하는 MVNO의 LTE서비스는 기존 이통 3사와 같은 요금으로 책정돼 강점이었던 가격 경쟁력마저 잃은 상태다. 부족한 유통채널과 자본 역시 걸림돌이다.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이통 3사가 국내 곳곳에 직영점과 대리점을 갖추고 자본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마케팅전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대형 이통사의 전략에 대응해 몇몇 대형 MVNO는 정면승부보다는 틈새전략을 펼치고 있다. 17만명의 가입자 수를 갖춘 대형 MVNO인 에넥스텔레콤은 홈쇼핑 채널을 통해 LCD TV 등과 결합상품 형태로 출시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이통 3사가 보조금을 통해 약정 요금제를 약정기간 동안 사용할 경우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과 유사하게 TV 또는 노트북 등을 결합해 판매해 정해진 약정기간 동안 사용을 하면 휴대폰과 결합 상품의 할부금이 청구되지 않는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모그룹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최신형’에 대한 강박을 버린 소비자라면 MVNO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바쁜 일정으로 통화량이 많고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비즈니스맨의 경우 이통3사의 높은 요금제는 낭비에 가깝다. 반도 쓰지 못하는 무료 데이터 사용량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특히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적고 폭넓은 활용을 하기 힘든 경우에는 많아 최신형 스마트폰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 3G 요금제가 여전히 인기가 높다”며 “특히 본인이 사용하고 있던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번호이동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유심(Usim, 가입자 식별 모듈) 요금제는 이동통신요금을 40%에 이른다”고 밝혔다.
업무에 많은 통화가 필요한 소형법인 사업자의 경우 역시 MVNO를 선택하는 것이 비용절감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비록 아직까지 낮은 관심과 인지도로 MVNO는 법인사업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MVNO사업자들 역시 B2B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법인사업자들을 MVNO 가입자로 유입시키는 것이 지지부진한 MVNO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지막으로 내근이 많은 직장인이나 주부들의 경우에도 MVNO가 불필요한 가계 부담을 줄이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통신사나 요금제를 택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브레이크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통신요금을 보면 2%의 MVNO 가입자의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