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년 만에 두 배 성장!’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지난 2008년 13조8472억원의 매출액에 1조21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현대모비스가 단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26조2946억원, 영업이익 2조6749억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굴뚝산업으로 평가받던 자동차 부품업체가 이처럼 획기적인 실적 향상을 이뤄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현대모비스는 이에 대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창의성을 접목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을 단순히 조립해 모듈형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했던 과거와 달리, 개발에서 품질까지 확보하는 기능통합형 모듈로 진화시킨 것이 성장세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지난 40여 년간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주춧돌을 놓으며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성장한 현대모비스.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한 부품 개발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의 미래경영 전략을 살펴봤다.
친환경 부품을 주력으로
미국발 서브프라임이 초래한 경제 불황이 전 세계를 뒤엎던 지난 2008년 9월,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의 제조 사업에 진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미래 핵심 사업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핵심 부품 사업을 그룹 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전담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전략적 결정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현대모비스는 아반떼·포르테 및 쏘나타·K5에 장착되는 구동모터 및 IPM(Integrated Package Module)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기모터는 기존 일반차량의 엔진 역할을 분담하고, IPM은 배터리 전압을 저전압으로 변환하는 등 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오일펌프 방식의 파워스티어링을 전기로 구동되는 방식으로 교체한 MDPS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HEV(Hybrid Electronic Vehicle), 차량 정차 시 엔진을 자동으로 멈추게 하고 출발 시에는 즉각 시동을 걸어주는 ISG(Idle Stop and Go), 기존 할로겐(55~60w)보다 전력 효율이 우수하고 환경유해물질이 사용되지 않는 LED 램프 등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개발해 차량에 장착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직접 개발한 이 부품들은 하이브리드차 뿐만 아니라 현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업체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한창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 등 미래 친환경 자동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용부품이다. 특히 해당 부품들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현대모비스의 미래성장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통해 현대모비스가 앞으로 다가올 친환경 스마트 자동차 시대를 주도할 업체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한발 더 나아가 안전기술 및 전장기술 확보, 자동차 테크놀로지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실제 첨단 에어백, MDPS(전자식 조향장치), MEB(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 등 10여개 제품군을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선정하고 2015년까지 총 65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부품 수주 늘린다
이와 동시에 현재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완성차 메이커로의 수출 비중을 오는 2015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전담하는 영업사무소를 미국 인도 중국 등에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부품협력사와 동반으로 해외 완성차 업체를 방문해 부품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현대모비스의 미래경영 전략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BMW社는 3~4년 전부터 국내 부품업체들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주목하는 등 꾸준한 접촉을 시도해 왔으며, 작년에 방문했던 BMW 구매담당 최고위층 중역은 현대모비스의 아산모듈공장 및 포승 MDPS 공장 등 주요 생산거점을 둘러보며 현대·기아차 국제 경쟁력 향상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방문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또한 2009년부터 다임러에 3500만달러 상당의 오디오와 9500만달러 상당의 지능형 배터리 센서(IBS·Intelligent Battery Sensor), 폴크스바겐에 2000만달러 상당의 램프, BMW에 8000만달러 상당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어셈블리’ 수주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프리미엄 메이커 공략을 가속화 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는 작년 6월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2억달러 상당의 헤드램프와 스바루 자동차에서 3300만달러 상당의 리어램프 등 총 2억3300만달러(한화 약 2560여억원)를 수주해 현재 김천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일본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며 수주 금액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가 단일 품목으로 일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다.
이로써 현대모비스는 국내는 물론 유럽(BMW, 폭스바겐)과 미국(크라이슬러)에 이어 일본 완성차 업체에까지 램프를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모듈에 이어 램프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공개 입찰에서 일본 최고의 글로벌 램프 회사들을 제쳐 현대모비스의 램프 경쟁력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위한 최적화된 인재 양성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미래경영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인재’다. 최첨단 기능을 갖춘 친환경 부품 개발과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부품 수출 확대가 외형적인 성장을 의미한다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위한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현대모비스의 내실을 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대모비스 경영아카데미(HMBA·Hyundai Mobis Business Academy)’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인재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HMBA는 성과지향, 현장지향, 자기 주도적 학습을 근간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인재개발 운영 체계 및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치기반의 조직문화와 역동적 리더십을 구현하고 직무 전문성을 크게 강화해 본사는 물론 해외법인의 역량을 2015년까지 세계 톱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통합 인재개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역량을 집중 강화해 전체 기술 사무직의 3분의 1 수준인 1200명의 해외 주재원 인력풀을 확보하고 거점별 현지 지역 전문가도 대거 육성하고 있다.
특히 유능한 직원을 조기에 선발해 업무와 외국어 능력을 집중 향상시키고 MBA 과정을 이수케 하는 등 회사의 핵심인력으로 키워내는 ‘Top Talent 육성’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또한 임원, 팀장, 팀원 등의 직책별 리더십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팀원 간 또는 팀 간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조직 전체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해외 법인에 대해서도 표준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각 법인별 사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 현대모비스의 성공 DNA를 현지 채용 직원들과 공유하고 국내외 법인 간 직무 교류회를 강화하는 등 현지인들의 역량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까지 글로벌 Top 5 달성
이뿐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먼저 점차 커져가는 ‘친환경 지능형 자동차 新성장시장’을 대비하기 위해 총 550여건에 이르는 테크니컬로드맵을 구축해 기술구현에도 나서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개발이 전자화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기술의 진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추세에 맞춰 현대모비스는 R&D 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사업 및 핵심부품 거점 전략에 발맞춘 현지 R&D 체계 구축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현재 유럽 중국 북미 인도 등에 운영 중인 현지 R&D센터를 적극 활용해 해당 지역별로 특화된 현지 적합형 전략제품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래서일까. 현대모비스의 위상 역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글로벌 오토모티브 뉴스(Global Automotive News)’가 발표하는 ‘세계자동차 부품업체 순위’에서 작년 10위에 이어 올해는 8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유럽·북미·일본 등 유수의 선진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TOP 10위권에 연속 랭크된 것은 한국 자동차 부품산업의 위상 제고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는 데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기능통합형 모듈개발은 물론 첨단 제동시스템·에어백·조향장치·램프 등 핵심 부품 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온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눈 팔지 않고 자동차 부품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아직 만족하지 않고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지속적인 R&D 투자 및 해외영업망 강화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한편, 현대·기아차가 아닌 타 완성차 업체에도 부품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20년 글로벌 부품업계 순위 톱 5’를 실현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