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신한생명보험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평소에도 밝았지만 권점주 사장의 얼굴은 이날 유난히 더 환해졌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계열의 한국신용평가가 신한생명의 보험금 지급능력(Insurance Financial Strength Rating)에 대해 보험업계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5년여는 금융기관 임원들에겐 쉽지 않은 시기였다. 2007년 하반기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대규모 통화 공급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유럽으로 건너가 재정위기라는 이름의 새로운 금융위기로 나타났다. 연이어 닥친 대형 위기로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면서 부실여신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가 거미줄처럼 엮인 세상이니 서구의 초대형 은행들까지 휘청대는 상황에서 아시아라고 평온할 리 만무했다. 자칫 잘못하면 부실자산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위기를 인식한 신한생명은 전사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안전자산 비중을 높였고 전 직원에게 이론이 아닌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가를 몸에 새기게 했다. 동시에 덩치를 키워 안정성을 강화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영업을 활성화해 자산을 늘리는 한편 이익금을 내부에 차곡차곡 쌓았다.
이런 노력으로 신한생명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올해는 또 다른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에서도 AAA 등급을 받았다. 지난 1990년 출범한 후발 생보사가 웬만한 위기엔 흔들리지 않을 만큼 체질을 강화한 것이다.
2015년 메이저리그 꿈꾼다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와중에 보험사가 안정성 확보와 동시에 성장까지 추구하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기대까지 충족시켜야 하는 만큼 더더욱 긴장을 해야 한다.
이런 처지를 잘 아는 신한생명은 구름 잡는 것 같은 초장기 비전을 내세우는 대신 보다 명확한 중기 목표를 세웠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이너리그를 벗어나 수십 년 동안 빅3사가 주도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 진입해 새로운 보험강자로 우뚝 서자고 했다.
지금 신한생명 본사에 가면 어느 사무실에나 ‘Big Life! Big Dream!’이라는 대문짝만한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볼 수 있다. 오는 2015년까지 고객 신뢰도와 선호도 1위, 직원 만족도와 입사 선호도 1위, 업계의 새로운 리더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이들은 구체적 실행 전략으로 외형보다 내실을 추구하고 말보다 실천을 먼저 하는 신한금융그룹 특유의 유전자를 가동시켰다.
우선 이익금 가운데 매년 1500억~2000억원씩을 내부에 쌓아 자기자본을 빠른 속도로 늘려 나갔다. 신한생명의 납입자본금은 2000억원이나 지난 3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2344억원에 달한다. 2008년 3월 5550억원이었으니 4년 만에 2.2배로 커진 것이다.
이처럼 내부유보를 충분히 한 덕에 15조원대 자산을 굴리고 있지만 보험사 자본적정성 부문의 기준이 되는 지급여력비율은 309%로 지난해 3월 말 이후 계속 3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안전성이다.
부실여신은 생기는 즉시 장부에서 털어내고 있다. 3월 말 결산 결과 부실자산 비율은 0.14%로 전년도의 0.19%보다 대폭 개선됐다. 주요 은행의 부실여신비율이 1%가 훨씬 넘는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양호한 수준이다.
신한생명은 자산운용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장기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요즘 같은 격변기에 오히려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자산운용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4월부터 연말까지 6.1%의 자산운용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업계 평균 5.2%보다 훨씬 높은 성적이다. 운용자산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나 국공채 등 안전자산 비중을 63.2%로 유지해 격변기에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자산운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영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보험영업 부문에서 설계사를 통한 판매는 물론이고 텔레마케팅이나 다이렉트 보험이 늘어난 데다 대리점과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도 호조를 보여 빅3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월초보험료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4조3808억원의 영업수익과 30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같은 신한생명의 안정성이나 수익성은 가입자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줄 수 있다. 장기투자를 하는 보험은 성격상 보험회사의 안정성이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이 갈수록 늘어나는 지금은 20년 30년이 아니라 50년 100년을 믿고 자금을 맡겨야 하기에 보험회사가 건실해야 자신의 미래가 든든해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요즘 ‘100세까지’ 또는 ‘평생’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안정성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하는 회사와 함께하는 것은 가입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최대의 신한금융그룹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이 회사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