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 공동기획] ⑲ 세계의 건축·건축사 톰 메인의 41 Cooper Union `조각 같은 건물… 전통의 경계 허물다`
입력 : 2012.11.12 11:15:47
수정 : 2012.11.28 10:41:31
쿠퍼 유니언 대학교(The Cooper Union for the Advance ment of Science and Art)는 미국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인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 있는 사립대학이다. 흔히 줄여서 쿠퍼 유니언이라고 부른다. 1859년에 설립된 쿠퍼 유니언의 재학생은 학부 1000명, 석사과정(건축학과 공학) 100명으로 소규모이다.
교수 한 명당 학생 수는 8.5명이며, 학부 신입생 규모는 건축학 20~30명, 예술학 65명, 공학 120명 정도의 작은 학교다. 건축, 미술, 공학(Architecture, Fine arts, Engineering)의 3가지 전공만 개설돼 있지만 이들 학과는 미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학비 전액이 무료이기 때문에 경쟁이 아주 치열해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증기기관차 엔진을 최초로 발명한 사업가 피터 쿠퍼가 설립자이다. 그의 교육 철학인 “교육은 누구에게나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처럼 제공 돼야 한다”는 설립 정신이 현재까지도 내려오고 있다. 그 정신의 혜택으로 쿠퍼 유니온 대학의 전교생이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대학교는 뉴욕 공용 도서관이 개관하기 전에 대중 도서관을 운영했으며, 여성을 받아들인 최초의 대학교이기도 하다. 쿠퍼 유니언은 뉴욕시 맨해튼의 대표적인 건물인 크라이슬러 빌딩(Chrysler Building)을 비롯한 여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과 대학 자산의 이자수익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 East Village 최초의 현대 건축물
41 Cooper Union이 위치한 이스트 빌리지는 1970~80년대에 미술 및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창작의 공간을 제공했던 예술의 장소였다. 그곳에서 예술가들이 거주하면서 많은 예술 행위를 했던 곳이었다. 이 지역이 주택고급화(Gentrification)로 개발됨에 따라 현대적인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상류층의 문화가 스며들어 왔다.
쿠퍼 유니언은 이곳에 최초로 현대 건축을 소개한 건물이다. 이곳에 41 Cooper Union이 지어지기 전에는 20세기 초(1912년)에 지어진 건물(2층)이 있었다.
21세기 초 쿠퍼 유니언 대학교는 재정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에 세 군데로 분산돼 있던 학과를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2004년에 41 Cooper Union을 건설하기 위한 현상설계를 개최했다. 설계 공모에 제출된 150여개의 작품 중 톰 메인의 설계회사인 모포시스(Morphosis)의 안이 당선됐다. 2006년 11월 13일에 기존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공사를 착수해 5개월가량의 기간 동안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2년 1개월 동안 터파기, 골조공사, 마감 및 외장 공사를 거쳐 2009년 9월 15일에 준공했다.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1만6258㎡의 이 건물은 약 1200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됐다.
자유로움을 표현한 외관
41 Cooper Union 건물의 외관은 구멍이 뚫린 스테인리스 스틸 스킨으로 싸여져 있다. 이러한 독특한 입면은 이 대학교의 자유로운 교육의 정신을 상징한다. 설계자인 톰 메인은 이 건물이 소속돼 있는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문명과 15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 학교의 뚜렷한 특성을 건물에 담아내려고 했다.
학교 설립자의 교육 철학인 ‘물과 공기와 같은 자유로움’을 부여하고자 했다. 반투명한 이중외피는 빛과 그림자가 서로 엉키고 울려 퍼지는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 조각 같은 입면은 건물의 독창성을 표현하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창조적인 활동을 외부로 드러낸다. 움직이는 패널로 구성된 이중외피는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벽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이격돼 있다. 이 패널은 외부 복사열의 영향을 줄여줘 여름에는 서늘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는 단열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광학적 패널은 공조시스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일반적인 건물보다 약 40%가량 에너지를 절약한다.
그리고 건물의 75%의 공간이 자연광으로 채광이 이뤄지고 있다. 주변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건물의 투명한 입면 때문에 건물을 관찰하게 되고 사람들을 건물 내부로 유인하게 된다. 내부 중앙 정원에 설치돼 있는 계단은 유리로 둘러싸여 있는데 외부도로를 향해 열려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부분이 외관상 소문자 ‘t’자 모양으로 보이는 입면 부분이다. ‘t’모양으로 보이는 외피 부분은 설계자의 이름인 톰 메인(Thome Mayne)의 첫 이니셜인 ‘t’를 연상하게 한다.
창조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Vertical Piazza(수직광장)
1층에는 투명한 유리로 싸여있고 건축적인 외장보다는 구조적인 요소인 노출 콘크리트 기둥이 설치돼 건축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지하 1층에는 많은 공공용도의 전시장과 회의장, 200석의 관람장 등이 배치돼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6미터 폭의 중앙 계단(Grand Stair)이 눈에 보여 사람들을 그곳으로 유입시킨다.
중앙 계단은 학생들 간의 만남의 장소가 되도록 디자인됐는데 이곳에서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대화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주 엘리베이터는 1층, 5층, 8층에만 정차하도록 설계됐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육체적인 활동을 더욱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곳에 설치된 3개의 계단도 연속적으로 연결하지 않고, 예를 들어 4층과 6층, 7층과 9층을 이어주는 식으로 설계돼 수직광장(Vertical Piazza)을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작품과 장비 기타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서 매층마다 정차한다. 이전에 세 개로 구분된 학부 간 소통을 유도한 이 건물의 수직광장(비형식적이고, 사회적이고, 지적이고, 창조적인 교환의 중심 장소)은 2개의 층 높이로 설계된 출입 로비에서부터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2개 층 높이의 학생 라운지가 있는 4층까지 연결된다.
5층에서부터 9층까지 연결돼 있는 스카이 로비와 만남의 장소는 학생라운지, 세미나룸, 락커 공간과 앉아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도시경관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중정 주변에 배치돼 있다. 이곳에 설치돼 있는 스카이 브리지는 비형식적인 두 개의 공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41 Cooper Union의 LEED (Platinum 등급)
이 건물은 뉴욕에서 최초로 LEED(Platinum 등급) 인증을 받은 학교 건물로서 친환경 건물이다. 입면의 이중외피는 단열재 역할을 수행하고, 옥상의 녹화 조경은 도심의 열섬효과를 감소시키고, 우수는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폐열 발전 시설은 버려지는 열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돼 에너지 비용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가변성을 가진 최첨단의 연구소, 스튜디오, 교실은 재사용하거나 재생 처리할 수 있는 저공해물질로 디자인됐다. 이러한 가변적인 공간은 교육 및 연구 활동의 현재와 미래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 학교시설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Diamond Ranch High School
이 고등학교 건물은 모던한 데다 캘리포니아라는 지리적인 요소 때문에 많은 영화와 TV광고에 여러 차례 등장했던 건물이다. 이 건축물의 콘셉트는 매우 간단한 것이었다. 언덕 위에는 풋볼 경기장을, 언덕 아래에는 축구장과 테니스장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 건물을 배치했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 두 열의 건축물은 좁은 간격을 두고 나누어 배열됐다. 두 열은 서로 영향을 주는 구조로 설계돼 그 사이에는 이동통로가 만들어졌다.
강철 프레임과 금속 외장은 경제적이고 인상적인 디자인 요소를 구성한다. 조각적인 형태는 주변 지역의 경사지형이나 산봉우리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건물은 424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기숙사 건물로서 캠퍼스의 서쪽 끝단에 위치하고 있다. 캠퍼스 서쪽 출입구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외장은 프리케스트 콘크리트와 골진 알루미늄 스크린, 구멍 뚫린 금속 스크린 등으로 구성돼 색다른 외형을 표현하고 있다. 건축물을 멀리서 볼 때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위에 매달려 캔틸레버 형식을 취하고 있는 외부사인(Sign)으로 이는 작가의 특성을 잘 드러낸 요소이기도 하다. 이 건물은 몇 개의 상을 수상했고 건축가인 톰 메인에게 중요한 건물 중에 하나였으나 독특한 입면과 콘크리트 인테리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됐다.
Caltrans District 7 Headquarters, Los Angeles
톰 메인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교통국 7지구 본사 건물로 2005년도에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금속 덩어리 같은 이 건물은 L자 모양을 하고 있고 13층 높이에 9만2900㎡ 이상의 사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지하층에는 1142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12미터 높이의 ‘100’이라고 쓰인 숫자는 사우스 메인 스트리트의 도로 번호이다.
동쪽과 서쪽 정면은 햇빛이 드는 정도에 따라 열리고 닫히도록 프로그래밍 된 알루미늄 판으로 돼 있다. 닫혀 있을 때는 햇빛을 차단하고 밤이 되면 알루미늄 판이 열린다. 지붕창 중에는 채색 조명이 달린 것도 있어서 밤이 되면 건물 앞면에는 네온색 줄무늬가 생겨나고, 앞쪽의 안뜰은 디스코장 조명이 비추는 듯하다.
톰 메인
문명의 흡수와 전통적 형태의 탈피를 추구한 모던주의 건축가
톰 메인은 1944년 1월 19일 생이다. 뉴욕 주의 동쪽에 위치한 코네티컷 주 워터베리시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 남가주 대학교로 불리는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를 1969년 졸업했다. 대학교 졸업 후 도시계획가로 일했고, 하버드대 디자인 스쿨에서 1년간 공부하고 1978년에 졸업했다. 1972년에 SCI-Arc의 설립을 도왔으며 현재 이곳의 이사로 있다. SCI-Arc는 런던과 뉴욕에서 행해지는 건축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받아들였다. 그 이후로 이곳과 UCLA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Morphosis(Architectural Firm)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05년 3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메인과 3명의 동업자는 1972년 Morphosis(Architectural Firm)를 창립했다. 창립 철학은 건물이 지어지는 곳의 문명을 흡수하고 전통적인 형태의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었으며, 조각상과 같은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현재 그는 UCLA의 종신 교수로 있으며 미국의 유명 대학과 영국과 네덜란드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