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산화 해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 5월 설립한 현대오트론이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전장사업 강화 지시를 내린 이후 발 빠르게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회사를 설립한 것은 물론 보유하고 있던 프로젝트 역시 재빨리 이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업계에서 현대오트론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인력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오트론 설립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의 내부단속이 높아진 것도 이런 영향으로 여겨진다.
재계에서는 현대오트론의 설립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후계구도가 시급한 현대차그룹의 특성상 이번에 설립된 현대오트론의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계열사 지분이 투자된 만큼 아직까지 가능성이 낮지만 시간이 흘러 규모가 커질 경우 그룹 지배구조를 재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업을 맡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전장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후 2~4달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지시 이전에 현대차그룹이 이미 자동차 전장사업에 대한 준비를 미리 했던 것으로 여기면서 현대모비스와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체 그리고 재계 관계자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는 현대오트론.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없는 태풍의 눈처럼 앞으로의 한발 한발이 주목되는 현대오트론의 행보를 살펴봤다.
전장사업 올인 선언한 MK, 왜?
정몽구 회장은 최근 경영회의에서 자동차 전장 부문 강화를 지시했다. 전장부품은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장치 및 시스템 부품을 가리키는 용어로 현재 자동차 부품의 30% 수준이지만 5년 내에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장부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IT기술이 곧 자동차 제작사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어서다. 실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세계 시장에서 명차 대접을 받고 있는 선두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의 품격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장부품을 활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아직까지 선두업체들에 비해 전장부품의 개발력이나 활용도 면에서 뒤처져 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전장부품의 핵심은 ECU(전자제어장치)인데 사실상 유럽과 일본 업체들로부터 전량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멘스와 콘티넨탈과 보쉬, 존슨컨트롤, 덴소 등이 선두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ECU 생산업체들이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과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계 자동차 업체들은 보쉬와 지멘스로부터 ECU를 공급받고 있고 콘티넨탈은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자동차 회사들에게 최신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일본 최대의 부품업체인 덴소 역시 도요타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만큼 경쟁업체들보다 먼저 도요타에 핵심 부품을 납품한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메이커들과 제대로 경쟁하려면 자동차의 두뇌로 불리는 ECU 개발업체를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몽구 회장 역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장 분야 강화’ 지시를 내렸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브랜드들이 정보통신 회사들과 함께 선보이는 텔레매틱스(Telematics) 기술 역시 현대기아차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북미대륙에서 상용화된 GM의 온스타(Onstar)처럼 무선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편의장비들이 소비자들의 선택 포인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현대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산타페와 K9에 ‘블루링크’와 ‘UVO’ 시스템을 적용해 텔레매틱스 기술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