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업계 1위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가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부도덕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다 경쟁업체에 적발돼 망신을 사고 있다. 까르띠에 관계자가 경쟁사 VVIP 초청 행사에 몰래 ‘잠입’해 진행 상황을 파악하다 신분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유통가에 따르면 까르띠에 관계자가 잠입했던 행사는 다이아몬드 명가로 알려진 ‘드비어스(De Beers)’의 프라이빗 행사였다. 드비어스는 지난 2월 말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V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80여 명 정도가 초청됐으며, 해외에서 판매 중인 보석을 국내 VVIP 고객들에게만 공개하는 자리였다. 드비어스 관계자는 “1년에 3~4차례 정도 있는 행사로 국내에 없는 제품들을 VVIP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라며 “보석류의 특성상 엄청날 정도의 고가라는 점 때문에 VVIP들은 물론,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한 달여 앞두고 까르띠에 CRM 매니저는 드비어스 매장을 직접 방문해 5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보석류를 문의하는 등 해당 행사 초청장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까르띠에 매니저는 자신의 소속을 숨기는 등 경쟁업체 직원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사 당일 극도의 보안유지를 위해 드비어스 소속 관계자들이 대거 행사장을 방문하면서 까르띠에 CRM 매니저의 신분이 들통 났다. 이에 드비어스 측은 까르띠에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항의했고, 까르띠에 측 역시 사과문을 보내며 무마되는 듯 했다. 그러나 까르띠에가 불과 몇 주 후에 드비어스와 유사한 성격의 프라이빗 보석행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불씨가 재점화됐다. 까르띠에는 지난 5월 VVIP들을 초청한 가운데 드비어스 프라이빗 보석쇼와 유사한 행사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인 까르띠에가 드비어스의 행사에 몰래 ‘잠입’한 것을 놓고 당초 매니저의 과도한 의욕이 낳은 해프닝으로 봤지만, 몇 주 만에 까르띠에가 유사한 행사를 진행하자 의도된 ‘고객 빼가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5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보석류를 취급하는 곳은 드비어스·까르띠에·불가리·티파니 등이 있다. 자사 행사를 몇 주 앞두고 경쟁업체의 유사한 행사에 CRM 매니저가 신분을 숨기고 들어갔다는 것은 행사 정보와 제품 정보, 고객 정보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일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VVIP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이처럼 신분을 숨긴 채 남의 행사에 잠입하는 것은 행사정보는 물론,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도 있어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면서 “보석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졌다는 까르띠에가 그런일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까르띠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만 밝힌 뒤, 몇 차례 더 확인요청에도 답변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