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십자 훈장 대신 전차와 휘발유를 달라.”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독일의 롬멜 장군이 외친 말이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사막의 여우’라는 별칭을 얻고 연합군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안겼던 롬멜이다. 승승장구하던 독일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지나치게 확대된 전선 속에서 히틀러가 일선 지휘관과의 소통을 닫아버리면서 부터였다. 병력의 열세 속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낸 롬멜이었지만, 지휘부와 소통이 단절되고 군수물자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를 2500년 전 손무는 '손자병법' 병서편에서 분수(分數)와 형명(形名)으로 설명하고 있다. 훌륭한 전략이 구상됐더라도 수행하는 조직을 어떻게 적절히 나눠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分數), 그리고 일사불란한 전투를 위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정립할 것인가를(形名) 승패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오늘날의 기업은 어떠할까?
기업은 무한 경쟁 시대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전쟁과 전투를 치르고 있다. 과연 그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혹시 당신의 기업은 휘발유가 없는 전차에게 공격을 명하는 실행 불가능의 전략을 양산하고 있지는 않는가? 당신 기업의 조직원들은 해당 전략을 실행하기에 충분한 역량과 권한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만약 기업이 현재 전투에서 패하고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반드시 ‘우리는 실행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전략을 충분히 실행하고 있는가’ 이 두 가지를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실행력의 중요성
기획된 전략이 실제 가치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우선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략이 실제 현업에서 실행 및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명백히 설계돼야 한다. 이후 해당 내용은 반드시 전 구성원에게 공유돼야만 한다. 전략의 공유란 단순히 특정 정보의 전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부 내용에 대해 구성원이 충분히 이해하고, 왜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한지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까지를 목표로 해야 한다.
전략의 수립과 공유가 이루어진 후에는 구성원들이 목표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행동이 유발될 수 있는 업무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이 모든 단계가 완벽히 수행될 경우 비로소 전략목표 달성을 통한 가치창출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실행력’이란 단순히 현업에서 실제로 행동이 발생되고 있는가의 1차원적인 수준을 넘어, 전략의 수립 → 공유 → 이해 → 동의 → 행동의 단계를 바탕으로 기획된 전략과 목표를 조직이 어느 수준까지 달성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역량의 척도라고 할 수 있겠다. 기업이 수립한 전략 중 약 40%는 실행상의 이슈로 인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부적절한 자원배분, 불명확한 실행계획 및 책임소재, 전략실행을 저해하는 조직문화 등 기업의 실행력 제고에는 다양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실행력’이라는 화두에 동감하면서도 실행력 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에 실패하는 이유는 실행이 한 가지 결정이나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통합적 결정이나 행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행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기업별 실행력 강화에 필요한 핵심영역 및 우선순위의 분명한 정의와 함께 이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 노력이 수반돼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실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은 무엇일까?
전략 수립에 대한 시각의 변화
보통 경영자들은 계획을 세우는 훈련은 받지만 계획을 실행하는 훈련은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칫 전략은 고위 경영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며 실행은 말단 사원들이 수행해야 할 부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조직 내 전략과 실행의 분리현상을 당연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할수록 현장 업무와의 적합성이 부족하거나 아예 실행자체가 불가능한 무의미한 전략이 수립될 가능성은 더욱 증가될 수밖에 없다.
전략과 실행의 분리현상이 점차 심화되면서 각 역할이 상호 독립적인 영역으로 운영이 될 경우 ‘Choiceless-Doer Dilemma’를 야기할 우려가 존재한다. Choiceless-Doer Dilemma는 조직 구성원들이 주어진 전략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에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전략·실행의 분리로 인해 발생되는 조직의 무력감 자체가 전체 조직의 역량을 퇴보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해당 현상이 심각해질 경우 기업은 현장중심·고객중심의 전략 수립이 어렵다. 그리고 전략이 정해지면 구성원들이 수동적으로 실행만 하며 실행상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능동적으로 개선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현업에 의해 발견된 업무 노하우는 강압된 전략에 의해 사장되거나 직원 개인만의 지식으로 전락된다. 또 경영진에 대한 내부 조직원의 불신감이 고조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조직의 실행역량이 취약해져 전략적 성과달성이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Choiceless-Doer Dilemma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전략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 현실에서는 기획과 실행 업무가 분리되는 모습을 띄지만 사실 이 두 업무는 매우 상호의존적으로, 기획과 실행이 시간을 두고 서로의 변화에 대한 영향을 주며 성장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실행력 강화를 위해서는 전략이 상부에서부터 전 구성원에게 전파되어 실행이 발생되는 ‘Linear Strategy-execution’에서, 전략과 실행이 상호 교류를 통해 발전하는 ‘Loop Strategy-execution’ 인식이 정착돼야만 한다. 이 개념 아래에서는 최고 관리자를 포함한 전 직원이 실행, 피드백 과정을 거치고 전략을 보완하면서 실행이 불가능한 전략을 원천적으로 배제, 전략 자체의 본원적 실행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기업 내 Loop Strategy-execution 개념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톱매니지먼트가 일방적으로 전략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 결정 영역을 세분화해 직급별로 해당 영역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만 한다.
전 세계 최고급 호텔체인 중 하나인 포시즌 호텔의 CEO 이사도르 샤프(Isadore Sharp)는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규정짓는 서비스 매뉴얼과 체크리스트 대신 직원들에게 자율적인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며 직원 스스로가 자신의 영역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을 통해 이를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단지 ‘사람들이 나를 대우해 주길 바라는 모습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라’라는 매우 간단하고도 철학적인 방향성만 정해주고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현장에 의거한 호텔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실천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포시즌 호텔은 톱매니지먼트의 일괄적 경영지도가 아닌 전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직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해 호텔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실현한 포시즌 호텔
포시즌 호텔과 같이 의사결정 권한의 세분화를 통한 실행에 기반하는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관리자의 토론 및 조정역량의 중요성이 증대된다. Bottom-up 방식의 의견수렴 및 전략 방향성의 수정은 관리자가 점검해야 할 스펙트럼의 다양성과 함께 다수의 참여자들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율 역량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조직 관리자는 피상적인 전략합의와 방어적 자세의 견지보다는 명확한 우선순위와 절차의 공유를 바탕으로 실행상에서 오는 피드백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 실행과 전략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이 훌륭한 전략을 가졌음에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목표한 성과가 창출되지 않을 경우 CEO는 조직구조 개편 또는 강력한 동기부여 등의 방법을 택하곤 한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정작 구성원들의 실행력 확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의사결정에 대한 분명한 책임소재’ 및 ‘경영정보의 공유 체계’를 꼽고 있다. 이는 전략을 기계적이고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실행을 의미하지 않으며, 정보의 시의적절한 교류를 통한 실행상의 오류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의 각 영역별 담당자가 외부 변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전략을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주어지지 못할 경우 담당자는 기존의 잘못된 전략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견지하게 된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의사결정권에 대한 위임과 권한의 범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결되지 않을 경우 실행과 전략 간의 괴리감 증대로 인한 조직 피로도의 가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또한 각 구성원별 의사결정권의 세분화가 유의미한 전략 방향성의 수정 및 개선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시에 내·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의사소통 채널의 구축이 필요하다. 정보의 교류는 비단 실행단계에서 전략 수립을 요하는 상부로의 상하이동 뿐만이 아닌, 각 부서 간의 수평적 교류를 포괄하는 의미로서 전략 자체의 실행력과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토대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실행 단계에서의 명확한 의사결정권과 정보 교류 체계가 핵심적인 요소라면, 실행 유도 단계에서는 구성원으로부터 실제 행동이 발생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전략은 구성원에게 기존 행동 및 업무방식의 변화나 새로운 일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필연적으로 구성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략 방향성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 ‘왜 이러한 전략이 지금 필요한 것인가?’, ‘전략달성을 통해 얻게 되는 성과는 무엇인가?’에 대한 당위성에 합의가 반드시 사전에 이루어져야만 한다.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곧 직원들의 행동이 실행에 직결될 수 있는 강력한 동기부여로서 작용되며 전체 전략달성의 성패를 좌우하는 심리적 에너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실행력의 강화는 조직 시스템과 함께 문화에 대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 각 부서 간의 명확한 역할 및 책임, 권한의 배분과 함께 핵심인재·고성과자의 업무와 책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전략의 실행이 아닌 전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
실행력 강화의 4대 요소를 정리하면, 실행력이 우수한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성이 존재하고 있다.
1. 의사결정권: 조직 내 R&R 및 의사결정 권한이 설정돼 있는가?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전략적 의사결정 사항이 명확하게 구성원들에게 이해되고 있다. ·중간 관리자가 운영상의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한다.
2. 정보의 흐름: 실행 상에서 발생하는 정보가 수직(Vertically)·수평(Horizontally)으로 적시에 공유되고 있는가? ·경쟁 환경 관련 정보가 경영진에 즉각 전달된다. ·정보가 조직 간 수평적으로 원활히 공유된다. ·현장 인력이 운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받는다. ·중간 관리자가 사업상의 성과 지표를 상시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 혼선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3. 조직구조: 실행을 위한 조직체계 및 인적 구성·조직문화가 최적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조직문화가 ‘명령과 통제’ 보다 ‘설득과 이해’에 집중한다. ·본사 스태프 부서의 역할은 사업 부서를 지원하는데 집중한다. ·직무에 의거한 수평 승진이 가능하다. ·우수 인력에 대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 존재한다. ·중간 관리자는 5개 이상의 직접 보고를 받는다.
4. 동기부여: 구성원이 전략의 성과를 내기위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는가? ·개인별 성과평가가 명확하게 이루어진다. ·성과평가가 승진 및 보상과 명확히 연계돼 있다. ·회사 성과가 나쁘더라도 특정 부서의 성과가 좋으면 보상을 받는다. ·금전적 보상 이외에 비금전적 보상이 존재한다.
Strategy & Execution, 전략과 실행의 조화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투와 전쟁에서 사람들은 지휘관의 영특한 두뇌와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치밀한 전략과 계략을 기억한다. 하지만 모든 전쟁의 승리가 그러하듯이 작전회의 때 기획된 전략은 그것을 담당하는 병사와 장수 한 명 한 명의 실행력이 뒷받침되어 실현된 결과물이다.
많은 기업들이 전략의 중요성에 대해 동감하면서도 실행은 조직 내부에서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쯤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세워진 계획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수밖에 없듯이, 기업에서 수립한 전략은 반드시 실행을 기초로 기획되고 지속적인 구성원이 행동이 유발될 수 있는 체계가 정립돼야만 한다. 앞서 말했듯이, 실행은 연속적인 과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조직의 실행력 강화는 하루아침의 변화로 달성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톱매니지먼트 중심으로 자사의 실행력 수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및 점검 노력을 기울이며 단계적 개선을 유도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지금부터 실천돼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