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할은 실질적인 가치창출을 가지고 온다. 단, 이에 대한 경영진들의 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다.
기업분할을 추진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해당사업을 보유한 것이 애초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음을 자인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EO 및 이사회는 전략실패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투자자들이 이를 인식하게 될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규모의 우위 상실, 애널리스트들의 관심 축소 혹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 가능성 등도 우려하게 된다. 특히 분사의 경우 모기업의 규모는 축소되지만 매각과 달리 재투자를 위한 현금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어서 더욱 경계 어린 시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결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진정한 가치창출 기회를 간과하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재무의 가장 기본적 원칙은 비즈니스란 최고의 혹은 적어도 보다 적절한 오너가 소유하고 있을 때만이 주주 및 경제 전반을 위해 최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보유자산을 끊임없이 재배치하는 작업이 당연히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는 데에는 그 나름의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에, 분사 후 간접비용이 오히려 대폭 절감된 사례가 매우 많으며 시가총액이 약 5억 달러 이상인 경우 투자자들 역시 기업의 작은 규모를 문제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은 분사 후 더욱 해방감을 느끼며 마침내 독립적으로 운영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러워하는 경우가 실제로 매우 많다.
따라서 금년 한 해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분사를 단행하며 일종의 기업분할 붐이 일어났던 것은 좋은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블룸버그 추산에 의하면 8월25일 기준, 규모를 막론하고 분사결정을 발표한 기업의 수는 174개에 달한다. 이는 직전 글로벌 고점인 2006년의 230개에 가까운 수치이다. 올해 실행된 주요 거래로는 크래푸트 푸드의 북미 식료품 사업부 분사, 코노코필립스의 하류부문(downstream) 사업 분사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분사전략을 실행하고 예측 가능한 반대 의견들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가치창출 영역이 어디인지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에 있다. 시장은 일반적으로 기업 분할 소식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현명한 경영진이라면 진정한 가치창출의 원천이 이와 같은 기계적 시장 반응에 있지 않고 매각 시와 비교해 조세상의 상대적 이점 및 구조조정 등과 함께 실현되는 구체적인 전략적 비전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기업분할은 스탠더드오일 분사에서 시작
독점력을 바탕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던 스탠더드 오일의 분사를 명령한 미국 대법원과 1899년 당시 스탠더드 오일의 클리브랜드 제1 정유공장.
분사를 통한 기업분할의 역사는 적어도 1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11년 34개 기업으로 분할된 스탠더드오일이나 1984년 8개사로 분사된 AT&T 등 익히 잘 알려진 초창기의 대표적 사례들은 법원의 독점기업 분할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AT&T 분할 이후로 분사는 기업들의 전략적 방향 전환을 위한 보다 보편적인 방안으로 자리 잡게됐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1994년 리만 브라더스를 분리함으로써 금융 슈퍼마켓 전략에 종지부를 찍었다. 영국의 화학회사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즈(ICI) 역시 화학사업과 제약사업 간의 연계가 약화되는 추세를 인식하고 1993년 기존 제약사업부를 제니카라는 이름의 회사로 분사한 바 있다. ICI는 2008년 네덜란드 화학 재벌 아크조노벨에 의해 인수됐다. 제니카는 1999년 아스타라와 합병해 아스트라제니카가 됐다. 최근 분사 사례들에서도 유사한 전략적 방향성 전환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2008년 타임워너는 미디어 콘텐츠 생산 및 배급 통합을 통한 예상효과를 창출하지 못하자 케이블 TV사업의 분사를 전격 발표했다.
1960~70년대에 설립된 주요 대기업들 역시 분사를 통한 기업분할을 추진했다. 당시 가장 유명한 대기업 중 하나이었던 ITT의 경우 1995년 더블 스핀오프를 통해 ITT쉐라톤(현 스타우드 호텔 & 리조트의 일부), 하트포드 파이낸셜 서비스 및 ITT 이름을 유지한 나머지 인더스트리얼 기업의 3개사로 전격 분리했다. 2011년 1월, ITT는 3개사로 추가 분할을 발표했고, ITT 코포레이션(인더스트리얼 프로세스 및 플로우 관리), 지렘(상하수 처리) 및 ITT엑스리스(방위산업)로의 추가 분사를 단행했다. 더 극단적인 사례로 1995년 던앤브래드스트리트는 네 차례 분사과정을 거쳐(1996, 1999 및 2000년) 현재 7개의 별도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분할의 효과를 이해하라
기업분할에 대한 보편적 오해 중 하나는 분사가 낮은 수준의 기업가치에 대한 신속한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이다. 기업분할 발표에 대한 시장의 통상적인 긍정적 반응에 대해 많은 경영진들은 투자자들에 의해 이전까지 미처 인식되지 못한 가치가 분사를 통해 마침내 주목을 받게 됐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는 오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정은 ‘부분의 총합’이라는 계산의 오류에 근거한다. 한 기업의 각 사업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동종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을 근거로 추산된 PER의 총합을 도출한다. 그 총합의 수치가 해당기업의 현 시가총액보다 큰 경우 아직 저평가되어 있다는 가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들에는 종종 오류가 따르게 된다. 비교 대상으로 선정된 동종업체들이 업종이나 실적 면에서 혹은 두 경우 모두 실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기업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비교 가능한 회사가 나타날 경우, 이러한 저평가는 보통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분사가 가치창출의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예상실적과 관련이 있다. 기업 가치평가 증대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전략, 인력 및 조직을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게 될 경우 모기업 및 분사된 기업의 실적이 모두 증진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실제로 1992년 이후 전 세계에서 구조조정과 함께 수행된 주요 85개 분사 사례들을 관찰한 결과, 5년 후 성장률은 두 배로 영업이익률은 평균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2년 이후 실행된 919개 분사 사례에서 나온 결과다. 이 중 85개 딜에서 분사된 사업은 총 회사 가치의 20%를 상회했고 최소 1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모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분사 후 첫 해 동안 11% 증가했으며 5년 차에는 추가로 3.5% 상승했다. 이는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실행된 59개 대형 분사 중 5년 후 해당기업의 실적을 측정할 수 있던 사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학계의 또 다른 리서치 결과 분사가 자본 배분 개선을 가져온다는 결론도 도출된 바 있다.
분사된 기업의 경우 전략 수정을 통해 고수익 사업에 대한 투자지출은 확대하고, 저수익 사업은 투자를 삭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이 전략적 방향성을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의 확보는 실적 개선을 위한 가장 큰 원천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는 2001년 최초 시가 54억 달러에 짐머(Zimmer) 정형외과 기기 사업부문을 분사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에 속해있던 시절, 짐머는 매출성장을 위해 가격책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분사를 통해 신기술 개발, 신제품 출시 및 새로운 지역으로의 성장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제조공장의 효율 증대 등을 통해 적극적인 원가절감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실적개선을 가져오는 또 다른 요소는 모기업과 분사기업 간의 잠재적 혹은 실질적 갈등 해소에 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 머크는 지난 2003년 약국 수당 관리를 담당하는 메드코를 66억 달러의 시가로 분사했다. 별도 기업으로 분리되기 전까지 모기업은 메드코의 주요 공급업체였기에 메드코가 타 제약회사보다 머크 약품을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오랫동안 고객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분사를 통해 메드코는 대 고객 협상 시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게 됐으며, 일반 의약품 및 우편 주문 약국으로 클라이언트들을 전환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더욱 바람직한 경영인재를 영입하게 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타이코 인터내셔널은 2007년 코비디언, 타이코 일렉트로닉스 및 기존 타이코 인터내셔널 3사로 분사했다. 분사 직후, 당시 CFO였던 크리스 코플린은 헬스케어 사업체인 코비디언이 구 타이코 시절에는 확보하지 못했을 만한 탁월한 신규인재들을 대거 영입할 수 있었다며 인재채용 측면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이는 명확히 수립된 전략 하에 새롭게 출범된 헬스케어 기업의 직원들은 물론 입사를 고민하고 있는 미래 직원들 역시 헬스케어 부문에서 자신의 커리어 성장을 달성하면서 해당 사업 내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각 혹은 분사?
벨 왕국이란 소리까지 듣던 AT&T는 미 사법당국의 명령으로 분사하며 극도로 위축됐으나 최근 예전의 모습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사진은 AT&T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달라스시 소재 휘태커 타워, 분사 이후 새로 마련한 AT&T의 로고
미국 법무부 청사
더 이상 적합한 오너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특정 사업부의 처분을 결정하는 경우, 경영진들은 이를 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매각보다 분사를 하는 방안이 조세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초기 기업분할 사례들이 미국 혹은 영국을 중심으로 추진된 것은 부분적이나마 두 국가의 조세법과 관련이 있다. 당시 영국과 미국의 경우 분사에 수반되는 대부분의 거래가 면세 대상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그 외 유럽의 여러 국가들 역시 1990년대 말부터 기업분할 활성화를 위한 조세법 개정을 추진했다. 1998년 네덜란드의 통신회사 KPN과 TNT포스트가 분리된 후 분사를 통한 기업분할을 추진하는 유럽 기업들의 수는 더욱 증가했다.
인수 의향을 지닌 업체가 막대한 프리미엄 지불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조세 측면의 혜택을 고려한다면 분사가 훨씬 더 유리한 방안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의 기업들은 사업부 매각 수익에 대해 예외 없이 35%의 법인세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분사의 경우 면세대상 거래로 간주될 수 있다. ParentCo라는 가설적 기업 사례를 통해 이를 고찰해 보자. ParentCo는 1개 사업부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분사할 경우 약 1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예상되나, 해당 사업부를 13억 달러에 당장 인수하겠다는 업체도 나타난 상황이다. 하지만 ParentCo 장부상 해당 사업부의 가치는 3억 달러이기에 매각이익 10억 달러에 대해 3.5억 달러의 세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매각을 결정할 경우 세후순익은 분사 시의 예상 시가총액을 밑도는 9.5억 달러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주주가치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조세 측면만으로도 매각보다 분사를 고려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손익분기점을 결정하는 핵심 3대 요인은 세율, 매각 프리미엄 및 매각금액 대비 해당 사업체의 과세대상 장부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세관련 요인들을 감안해 많은 기업들은 고수익 사업에 대해서는 분사를, 저수익 사업에 대해서는 매각을 결정하게 된다. 매각가격 대비 과세대상 장부가의 비율은 사업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간접적 척도로 활용될 수 있다. 매우 수익이 높은 사업이라면 과세대상이 매각가격의 10%에 불과할 수 있다. 따라서 분사 대비 매각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6%의 프리미엄은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에 매각가격 대비 과세대상 장부가가 약 80%에 달하는 저수익 사업부의 경우 손익분기점 달성을 위해 8%의 프리미엄만으로도 충분하다.
투자자들은 분사거래를 통해 수령한 주식 가격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 매각 시까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업부 매각수익을 배당금으로 받게 되면 모든 배당금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와 같이 기업분할을 통해 주주들이 실질적으로 확보 가능한 이익 및 효과를 경영진들이 제대로 파악하게 될 경우, 가치창출을 가져올 사업 정리 행보에 대한 반대 의견들을 극복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