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화려한 영상과 더불어 의미를 알 수 없는 파편화된 이미지의 나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뇌리 속엔 현란한 춤과 노래로 화면을 압도하는 가수의 모습이 뮤직비디오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그래 가는 거야!’라는 이름을 가진 ‘OK go’라는 밴드의 뮤직비디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헬스기구인 트레드밀에서 각종 묘기를 부리는 뮤직비디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 밴드는 그 이후로도 독특한 아이디어를 표출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은 유튜브 조회수 1억을 돌파했으며 49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들은 대중매체를 활용하는 기존의 패턴을 버리고 인터넷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바이럴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직접 뮤직비디오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그 아이디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아티스틱한 뮤직비디오를 생산하는 데 전력투구한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노래를 알리기 위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든다기보다는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서 노래를 작곡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들의 또 다른 대표곡인 의 뮤직비디오는 전 과정의 연출을 담당했던 엔지니어 아담 사도스키(Adam Sadowsky)가 그 유명한 TED에 출연해 제작 과정을 설명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명품’ 뮤직비디오다.
화제성 높은 뮤지션과 협연을 통한 성공적인 마케팅
자, 그렇다면 삼성카메라가 이들과 손을 잡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지금 유튜브에서 OK go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뮤직비디오 중 식빵에 그림을 그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신곡 의 뮤직비디오인 이 작품은 바로 삼성 ‘NX100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란 말 그대로 프레임 한 장 한 장을 그림으로 구성한 것을 촬영해 동영상으로 이어놓은 것을 의미한다. 1초는 24프레임, 즉 24장의 그림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한 장 한 장은 스틸컷이지만 그것을 이어서 보여줄 땐 동영상으로 보이는 이치다. 우리 눈의 잔상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OK go의 뮤직비디오는 1초에 15프레임을 식빵에 레이저로 태운 그림으로 구성했다. 길이가 2분40초이기에 총 2400장의 식빵이 필요했던 셈이다. 레이저로 태우다 실패한 것까지 합치면 약 4000개 이상의 식빵이 소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인내심과 용기가 필요했던 프로젝트였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뿌려지자마자 <타임>지가 선정한 Top5 바이럴 뮤직비디오에 선정되었고 <캠페인 브리프 아시아>와 같은 세계 유수의 광고 잡지에 홍보기사가 실렸다. 또 구글 검색창에 ‘OK go NX100’을 입력해보면 6만5000건에 달하는 글이 검색된다. 단기간에 투자 대비 혁혁한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OK go의 출연료를 포함한 뮤직비디오의 제작비는 TV광고 한편 제작비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점에서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제품을 알리기 위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카메라 광고라면 화질이나 순간포착 등과 같은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선명하고 아름다운 그림찾기에 골몰했을텐데 NX100 카메라는 화제성이 높은 뮤지션과의 협업을 통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특히 이번 작업은 삼성카메라와 OK go, 그리고 MIT랩의 엔지니어들의 공동 워크숍 형태로 이뤄낸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다.
두 번째, 이 작업은 기존의 TV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인터넷을 주된 미디어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캠페인이란 점에서 차별화된다.
OK go는 온라인에서 엄청난 팬을 거느린 밴드였기에 이미 바이럴의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잘만 활용한다면 별도의 큰 미디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회자될 수 있으리라고 내다본 것이다.
‘당신의 다음번 프로젝트가 궁금하다(‘What's your next project?)’는 캠페인 테마 역시 이러한 인사이트에서 나온 것이다. 한 번 온라인에서 크게 회자된 아티스트들은 다음 작업이 궁금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을 위한 크리에이티브한 도구(The Creative Tool for the Creative Class)로 NX100 카메라의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하려던 당초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광고의 영역에서 기발한 이벤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공법보다는 게릴라적 접근법이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게릴라 아이디어라도 실행해 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OK go의 이름의 뜻처럼 ‘그래, 가는 거야!’의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