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1~5공장은 토요일 특근을 2주간 중단했고, 평일에도 차종 상관없이 수백 대씩 ‘공피치’를 돌리는 상황이다. 공피치는 부품이 부족해 차를 생산하지 못하고 빈 컨베이어벨트만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공피치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산 와이어링하니스다. 와이어링하니스는 전선과 커넥터, 전원분배장치를 연결한 전선뭉치다. 현대차는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협력사로부터 와이어링하니스를 공급받는다. 하지만 이곳 협력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면서 중국 정부가 이 지역 일대를 봉쇄 조치했다. 이 지역 항구 4곳 중 1곳은 이미 폐쇄된 상태로, 물류가 완전히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현재 나머지 3곳도 폐쇄를 고려 중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국내 완성차 업계는 와이어링하니스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미 감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와이어링하니스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까봐서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와이어링하니스 부족으로 국내의 공장 문을 수시로 닫았던 경험이 있어서다. 당시 한 달간 현대자동차는 8만 대, 기아는 4만 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현대차 구매 고객들이 차를 기다리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납기일이 가장 긴 모델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로 1년 이상 걸리고 있고, 아반떼 등 인기 모델도 반년은 기다려야 신차를 받을 수 있다. 고유가로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도 최소 반년 이상 소요된다.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도 대형 SUV 모델인 GV80과 플래그십 세단 G90의 경우 각각 9개월씩 걸리고 있다. 기아도 이번 공급 부족 사태를 피하지 못하면서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 중단을 반복하는 등 중국발 생산 차질은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