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Inside] 벤츠·BMW에도 내수시장서 밀린 ‘르쌍쉐’ 베스트셀링카 없이 올해는 살아날 수 있을까
안재형 기자
입력 : 2022.01.24 15:02:32
수정 : 2022.01.24 15:03:05
국내 완성차 3사인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한국지엠)가 지난해 내수 시장(승용부문)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 브랜드에 밀리며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공개한 ‘2021년 결산 자동차 등록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해 르쌍쉐의 판매량은 각각 5만9995대, 5만5697대, 5만2275대로 3사를 합쳐도 16만7967대에 불과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량(13만7857대)보다 고작 3만 대 앞선 수치다.
지난해 국내 시장 판매량은 기아(46만9361대), 현대차(43만489대), 제네시스가 각각 1,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의 합산 판매량이 103만7707대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수입차의 선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메르세데스-벤츠(7만6284대)와 BMW(6만5682대)가 각각 4위에 5위에 오르며 르쌍쉐를 압도했다. 르쌍쉐 입장에선 안방에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업계에선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신차 부재 등의 악재가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장기간 이어진 3사의 판매부진을 뒤집을 터닝포인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사 모두 전년 대비 내수 판매량 30% 감소
실제로 르쌍쉐 3사의 판매량은 2020년 대비 각각 3만4764대, 3만2241대, 2만3387대나 줄었다. 르노삼성의 경우 해외 판매량은 250% 이상 늘었으나 국내 판매량은 오히려 36.7% 감소했다. 쌍용차와 쉐보레도 지난해 각각 36.7%, 30.9%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르쌍쉐가 차지하는 비율도 12%로 줄었다. 한 수입차 딜러는 “르노삼성과 쌍용차, 한국지엠 모두 노사관계나 경영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지만 무엇보다 신차가 없다는 게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XM3’
사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국산차나 수입차 모두 팬데믹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경우 르쌍쉐와 비교하면 감소세가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 수준이다. 벤츠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 줄었고 BMW는 12.4% 늘었다. 양사 모두 각종 신차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특히 BMW는 거의 매달 온라인 한정 에디션을 공개했다. 여기엔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모델도 있었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대비했다는 방증이다. 반면 지난해 르쌍쉐가 국내 시장에 출시한 신차는 전무했다. 현대차그룹이 7종의 신차를 출시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한 임원은 “지난해 11월 말에 개막한 서울모빌리티쇼에 3사가 모두 불참했다”며 “르노삼성과 쉐보레의 모기업이 외국계라곤 하지만 자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중견 완성차업체가 모두 불참한 건 이례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국 신차의 부재가 낳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쌍용차 ‘뉴 렉스턴 스포츠 & 칸’
▶올해 실적 전망은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신차가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르쌍쉐 모두 국내 시장에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에도 나선다. 우선 최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인수·합병(M&A)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쌍용차는 연초부터 픽업트럭 ‘뉴 렉스턴 스포츠&칸’을 출시했다.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해 쌍용차 내수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한 효자 모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내 픽업 시장은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약 2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다”며 “그동안 글로벌 메이커들이 픽업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지만, ‘렉스턴 스포츠&칸’이 약 82%(지난해 1~11월 기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대표 리얼 K-픽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쉐보레 ‘타호’
브랜드 최초의 순수전기차 모델 ‘코란도 이모션’의 사전계약도 진행 중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39㎞이지만 4000만원대 가격으로 출시돼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시 2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쌍용차는 보조금을 확정한 뒤 오는 3월 공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쉐보레는 초대형 SUV ‘타호’를 출시하며 반전의 시동을 걸었다.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트래버스’ ‘타호’ 등 소형부터 초대형까지 SUV 라인업을 완성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배터리 이슈로 출시가 연기된 전기차 ‘볼트EV’와 ‘볼트EUV’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시 부평구에 자리한 GM 디자인 센터에서 열린 ‘GM 미래성장미디어간담회’에 참석한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GM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고객 중심의 플랫폼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는 변곡점에 와 있고, 한국 시장은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습득이 빨라 많은 기회들을 가지고 있다”며 “오는 2025년까지 한국 시장에 새로운 전기차 10종을 출시해 보급형 모델부터 고성능 차량, 트럭, SUV, 크로스오버, 럭셔리 모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들을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은 소형 SUV ‘XM3 하이브리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XM3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만 5만6000여 대가 판매됐다. 르노삼성 수출물량의 85%에 달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1.6ℓ가솔린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 1.2㎾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출시 시기가 명확하지 않다.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QM6와 SM6의 풀체인지 소식도 요원한 상황이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