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있어 매우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우울증은 대인관계 문제, 자살 등 사회적 문제와 비용 또한 급증하고 있어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우울증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산후우울증이나 갱년기우울증 등 라이프 사이클의 특정 시기에 우울증의 위험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은 잦은 감정변화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피곤, 짜증, 의욕상실 등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은 우울한 마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갱년기우울증이란 갱년기에 처음 발생한 우울증으로, 초조하고 불안하고 분노가 섞여 있기도 한 기분 부전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갱년기 여성의 62%가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고 답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이러한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의 문제가 아닌 신체가 보내는 이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갱년기우울증의 원인을 ‘상실감’ 등의 사회 심리적 원인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신경생물학적 원인이 갱년기우울증 발현에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들이 밝혀지고 있다. 즉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는 대뇌변연계·시상하부·뇌하수체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이러한 변화는 대뇌의 전두엽과 기저핵에 산재된 신경세포군을 손상시킴으로써,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폐경 전 여성에서 과일, 채소 등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할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낮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병원장 이한준) 가정의학과 김정하 교수와 김윤선 전공의는 최근 ‘폐경 전 여성에서 식이섬유 섭취와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논문(Inverse assosiation between dietary fiber intake and depression in premenopausal women: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을 발표했다.
▶식이섬유 섭취량 1g 늘어날수록 유병률 5% 줄어들어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5807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폐경 여부에 따른 식이섬유 섭취량과 우울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우울증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의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체 여성 중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은 우울증 그룹보다 비우울증 그룹에서 높게 나타났다(전체 여성 식이섬유 섭취량; 14.07±0.11g/1000kcal(비우울증 그룹) vs 12.67±0.45g/1000kcal(우울증 그룹)).
(참고 *g/1000kcal; 하루 에너지 섭취 1000kcal당 식이섬유 섭취 그램 수.)
또한 폐경 전 여성에서 비우울증 그룹의 식이섬유 섭취량이 우울증 그룹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폐경 전 여성 식이섬유 섭취량; 12.45±0.13g/1000kcal(비우울증 그룹) vs 10.30±0.46g/1000kcal(우울증그룹))
또한 연구팀은 폐경 전 여성에서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이 1g/1000kcal 증가할수록 우울증 유병률이 5%씩 감소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폐경 후 여성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폐경기 전 여성에게 있어 식이섬유 섭취 증가와 우울증의 감소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윤선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폐경 전 여성의 식이섬유 섭취와 우울증 간의 역상관관계(Inverse Association)는 위장관과 중추신경의 상호작용인 ‘장-뇌 축(Brain-gut Axis)’의 상호작용 및 여성호르몬 등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그 인과관계를 밝히는 선행연구가 됨은 물론 식습관 변화와 같은 비약물적 접근법을 통해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폐경 저널(Menopause-The Journal for The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2021년 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