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럭셔리는 더 이상 도시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을 뿐더러, 이제 고객들은 가장 험준한 지형을 정복하고 어디서든 럭셔리한 방식으로 삶의 풍요로움을 즐기려 한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CEO가 말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이다. 그의 말처럼 럭셔리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선 억대 이상의 가격을 자랑하는 이른바 슈퍼카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세단에서 SUV로 장르를 넘어선 슈퍼카는 ‘도로 위의 레이스카’를 자처하며 일상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매출성장세로 이어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세는 대부분 두 자릿수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포르쉐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총 318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9.7%나 오른 수치다. 1억원을 호가하는 신형 ‘카이엔’이 1749대나 팔리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롤스로이스도 같은 기간 112대나 나가며 전년 동기(81대) 대비 38%나 성장했다. 올 초 국내 고객에게 인도되기 시작한 ‘컬리넌’은 9월까지 41대나 팔렸다. 컬리넌의 대당 가격은 5억원에 달한다. 슈퍼카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람보르기니도 올 1월부터 8월까지 72대나 팔리며 지난해 판매량(11대)을 훌쩍 넘어섰다. 모두 대당 3억~4억원을 넘나드는 스포츠카다. 가히 슈퍼카의 전성시대라 불러도 손색없는 기록, 과연 무엇이 VIP의 시선을 사로잡은 걸까. 한 슈퍼카 브랜드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 3사의 브랜드가 대중화되자 차별화를 원하는 고객이 한 단계 높은 고가의 브랜드로 넘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MG나 M등 독일 3사의 고성능 브랜드는 이미 브랜드의 주력으로 나섰고, 페라리, 롤스로이스 등 톱클래스 슈퍼카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카는 무엇?
슈퍼카라 불리는 고가 브랜드 차량의 기준은 뭘까. 사실 업계에서 이게 슈퍼카라고 정해놓은 기준은 없다. 하지만 최고속력 시속 300㎞ 이상, 제로백 5초 이내, 최고출력 400마력 이상의 고성능 차량을 일반적으로 슈퍼카라 일컫는다.
▶대당 5억원 호가, 올 9월까지 41대 판매…
럭셔리 위의 럭셔리, 롤스로이스 ‘컬리넌’
롤스로이스에서 SUV라니. 그동안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 조합은 ‘컬리넌(Cullinan)’ 하나로 이미 찰떡이었음이 증명됐다. 이 차를 수식하는 단어는 ‘슈퍼 럭셔리’. 그만큼 성능부터 고급진 디테일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롤스로이스모터카의 아시아태평양 총괄 디렉터 폴 해리스는 말한다. “강원도에서 서핑, 스노우보딩 등 다양한 여가활동뿐 아니라 도심에서 쇼핑, 미술관 관람을 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터프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SUV”라고. 그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이 차, 디자인부터 견고하고 고급스럽다. 우선 헤드라이트나 공기 흡입구와 같은 핵심 기능들이 차체 안쪽 깊숙이 숨어있고, 판테온 그릴을 가로지르는 수직·수평선과 주간주행등이 강렬하다. 1835㎜나 되는 전고와 여타 차량에 비해 높게 자리한 보닛 후드는 다분히 남성적이며 웅장하다. 돌출된 트렁크가 여타 SUV와 비교해 특이한데, 트렁크와 좌석을 유리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해 엔진실, 차체 실내, 트렁크 등 3개의 독립 공간(쓰리 박스)을 갖추고 있다. SUV에선 최초로 적용된 ‘쓰리 박스(Three Box)’ 스타일이다.
실내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완성한 세심한 배려를 확인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은 현대적인 ‘박스 그레인(Box Grain)’ 블랙 가죽으로 마감됐다. 이 가죽은 이탈리아산 고급 핸드백에 쓰이는 가죽과 비슷한데, 내구성과 방수처리기능이 뛰어나다. 모든 시트 등받이는 단 하나의 가죽으로 제작됐다. 뒷좌석은 취향에 따라 라운지 시트와 개별 시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라운지 시트는 2/3 혹은 1/3 비율로 접을 수 있어, 적재공간을 기본 560ℓ에서 총 1886ℓ로 확장할 수 있다.
컬리넌은 신형 6.75ℓ V12 트윈 터보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563마력, 160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도 86.7㎏·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주행모드를 ‘에브리웨어(Everywhere)’로 설정하면 오프로드 성능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최대토크를 4개의 휠에 막힘없이 전달해 거친 트랙이나 젖은 잔디, 자갈길, 진흙밭과 모래밭에서도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차량 주문 가격은 4억6900만원부터. 여기에 개인성향에 따라 편의사양을 추가할 수 있다. 올해부터 국내 고객에게 인도된 컬리넌은 9월까지 41대가 판매됐다.
▶초럭셔리, 그랜드투어러의 새로운 기준 맥라렌 GT
GT는 그랜드투어러 혹은 그란투리스모의 약자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GT는 부자들의 장거리 여행용 차량을 의미했다. 그만큼 주행이 부드럽고 실내가 고급스럽다. 물론 자동차가 태어난 초창기 시대와 지금의 GT는 성능 면에서 차이가 확연하지만 태생적 의미는 여전하다.
지난 7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맥라렌 GT’는 올해 말부터 국내 고객에게 인도된다. 당연히 아직 도로 위에서 볼 수 없는 차량인데, 세세한 성능과 제원이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될 만큼 관심이 높다.
경량의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맥라렌 GT의 중량은 1466㎏에 불과하다. GT라 불리는 모델 중 가장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 그렇다고 성능까지 작을까. 620마력의 4.0ℓ V8 트윈 터보엔진이 탑재된 맥라렌 GT의 무게 대비 출력비는 톤당 405마력으로 여느 맥라렌과 같다. 최고 속도는 326㎞/h,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은 3.2초에 불과하다.
200㎞/h도 9.0초면 도달한다. 적재공간도 총 570ℓ나 된다. 전면 트렁크와 후면의 러기지 베이가 있는데, 후면에는 나사와 공동 개발한 슈퍼패브릭이 적용돼 짐을 수납하고 내릴 때 발생하는 스크래치와 엔진 룸의 열기까지 방지한다.
맥라렌의 비스포크 제품을 총괄하는 MSO를 통해 플럭스 실버 등 14개의 컬러 외에 옵션으로 프론트 스플리터, 리어 디퓨저, 리어 범퍼 등을 카본 파이버로 교체할 수 있다. MSO가 맥라렌 GT를 위해 맞춤 제작한 러기지 컬렉션(골프 클럽 백, 가먼트 케이스, 캐리어, 위켄드 백)도 국내에 공개됐다. 이탈리아의 장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맥라렌 GT의 가격은 2억9700만원부터다.
▶페라리의 첫 양산형 슈퍼카 SF90 스트라달레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SF90 스트라달레(Stradale)’를 공개했다. 최대 출력 1000마력, 출력 대 중량비(Weight-to-Power Ratio) 마력당 1.57㎏, 시속 250㎞/h에서 390㎏에 이르는 다운포스(차의 보디를 노면 쪽으로 억압 하향하는 힘. 다운포스가 증가할수록 고속에서 안정성이 높아진다) 등 눈에 띄는 성능이 압도적이다. 페라리 레이싱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의 창립 90주년의 의미를 담은 모델명은 페라리의 트랙 전용 차량과 일반도로용 차량 사이의 강한 연결성을 함축하고 있다.
SF90 스트라달레는 최대 출력 780마력의 90° V8 터보 엔진과 220마력의 전기모터가 결합돼 있다. 차량에 탑재된 전기모터는 총 3개로, 첫 번째 전기모터는 F1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MGUK(Motor Generator Unit, Kinetic)가 엔진과 리어 액슬에 위치한 신형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사이에, 다른 두 개는 프론트 액슬에 위치한다. 운전자가 4개의 주행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제어 로직이 8기통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사이의 동력 흐름을 관리하면서 나머지 요소들을 제어한다.
SF90 스트라달레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는 페라리 최초의 사륜구동 스포츠카라는 점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서 생성된 강한 동력을 극대화해 제로백이 2.5초에 불과하다. 6.7초면 200㎞/h에 도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기술은 차량 후방에 적용된 ‘셧-오프 거니(shut-off Gurney)’. 이 시스템은 차체 상부의 공기 흐름을 조절해 측면의 하중을 낮춰 고속에서의 드래그를 감소시키고 제동과 방향 전환, 코너링에서의 다운포스를 높여준다. 한마디로 이 기술 덕분에 고속에서 부드러운 방향 제어가 가능하다. 페라리 역사상 최초로 스탠다드 모델과 업그레이드된 스포츠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아세토 피오라노’라고 불리는 스포츠 모델은 티타늄, 카본 파이버 등의 소재를 적용해 중량을 30㎏가량 줄였다.
▶트랙이 아닌 도로에서 즐기는 레이싱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프리미엄 고성능 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가 독자 개발한 세 번째 모델이자 첫 번째 4-도어 스포츠카다. ‘도로 위의 레이스카’라 불리는데, AMG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우선 근육질의 외관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힘이 넘친다. 낮은 지붕과 기다란 보닛, 전면의 대형 AMG 파나메리카나 그릴이 육중하지만 날렵한 4도어 쿠페를 표현하고 있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63 S 4MATIC+ 4-도어 쿠페’는 4인승,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3 4MATIC+ 4-도어 쿠페’는 5인승으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4인승 모델에는 셔터가 장착된 액티브 에어패널(Active Airpanel), 전방부 측면의 공기 흡입구 내 3개의 수평 루브르, 뒷모습의 독특한 디퓨저 디자인, 사다리꼴 모양의 테일 파이프가 있는 트윈 파이프 배기 시스템으로 차별화된 외관을 완성했다. 인테리어는 첨단 기술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두 개의 12.3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Widescreen Cockpit)에는 새로운 슈퍼스포츠 모드의 계기판이 첨가됐다.
상위 모델인 4인승에는 AMG 4.0ℓ V8 바이터보 엔진(M177)을 탑재해 최고 출력 639마력, 제로백 3.2초의 성능을 발휘한다. 5인승 모델에는 48볼트 전기 시스템 ‘EQ 부스트(EQ Boost)’가 탑재됐다. 최고 출력 367마력, EQ 부스트를 통해 22마력의 출력이 추가로 더해진다.
두 모델 모두 메르세데스-AMG의 기술이 집약된 사륜구동 시스템, ‘AMG 퍼포먼스 4MATIC+’가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프론트 및 리어 액슬 간의 토크를 지속적으로 계산해 운행환경에 따라 토크를 분산시킨다. 엔진에 따라 ‘슬리퍼리(Slippery)’ ‘컴포트(Comfort)’ ‘스포츠(Sport)’ ‘스포츠+(Sport+)’ ‘레이스(Race)’ ‘인디비주얼(Indivisual)’ 등 총 6가지 주행모드가 제공되며, 스포츠 모드만으로도 트랙에서의 레이싱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은 4인승 모델이 2억4540만원, 5인승 모델이 1억34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