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로 보내는 고가의 물품이나 중요한 서류를 배송 기사에게 맡긴 후 현재 위치와 배송 완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회사로 주문한 택배나 퀵이 언제 도착했는지 문자서비스로 알려주고 내 자리까지 배달해 준다면? 듣기만 해도 편리한 이 서비스는 물류 스타트업 ‘디버(DVER)’가 디버와 디포스트란 이름으로 이미 진행 중인 서비스다. 기존 퀵서비스의 불편 사항을 디지털화한 디버는 전화 대신 웹과 앱 등 온라인에서 모든 서비스가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사용자 입장에선 투명한 서비스 과정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배송 기사 입장에선 원하는 오더를 배달한 후 매일 배송료가 입금돼 편리하다. 2018년 LG유플러스 사내벤처로 시작해 2019년 디버를 창업한 장승래 대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퀵서비스가 주요 사업”이라며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니즈를 반영한 게 매년 50%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디버의 성장세는 업계가 주목할 만큼 고무적이다. 2023년 30억원의 시리즈A 투자유치를 비롯해 현재 누적 투자 금액은 75억원. 창업 당시 2명이던 임직원은 5년여 만에 85명으로 늘었다. 2024년 매출액은 104억원. 올해는 17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장 대표는 “까다로운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은 후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홍콩의 고고X나 라라무브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LG유플러스 근무 중 사내벤처제도를 통해 2019년 11월 디버를 창업했다. 매년 50% 이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4억원, 올해는 17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올 3월 시리즈B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Q 설 명절 전이라 많이 바쁠 것 같습니다.
A 디버는 24시간 365일 서비스가 진행되는데, 계절, 요일, 시간에 따라 주문량이 다릅니다. 지난 연말엔 평소보다 2배가 넘는 주문이 발생하기도 했어요. 결국 고객상담센터와 운영의 자동화가 관건인데, 올해는 AI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디버와 디포스트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는데, 사업 비중이 궁금합니다.
A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땐 디버가 90%였는데, 지금은 디버와 디포스트가 6:4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올 사업 목표도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퀵서비스 시장은 이미 포화란 말도 있던데, 디버의 장점을 꼽는다면.
A 우리나라에 퀵서비스가 시작된 건 약 25년 전이에요. 지금은 2조원대 시장이 됐습니다. 퀵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편리해야죠. 그런데 지금도 약 90%는 전화로 접수하고 어떤 기사분이 언제 어떻게 배송하는지 모르는 깜깜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디버는 전화가 아니라 웹이나 앱으로 접수하고 기사 위치, 픽업, 완료 사진이 공유되죠. 또 기존 서비스보다 평균 약 15% 저렴합니다.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입장에선 한 달 사용료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저렴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Q 배달앱처럼 기사님 위치나 배송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A 네 물론이죠. 매일 약 3000콜의 퀵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 디버에서 일하는 배송 기사가 약 7만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사 입장에선 어떤 장점이 있는 겁니까.
A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요. 부업으로 배송을 하는 자발적인 긱 워커도 많습니다. 배송 기사가 휴대전화에 디버 파트너스란 앱을 깔고 출근 버튼을 누르면 그날 할 수 있는 주문이 올라오거든요. 그 중 원하는 걸 선택하고 배송에 나서는 시스템이에요. 기본적으로 고용,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있고, 또 배송 비용이 그날그날 통장으로 입금됩니다.
Q 배송 기사로 가입하려면 특별한 조건이 필요한가요.
A 성범죄 이력 등 요건을 검증하고 본인 인증을 거칩니다. 가입비는 따로 없고 보통 24시간 내에 승인이 나죠.
Q 비슷한 서비스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A 카카오퀵이 유사한데, 굳이 비교한다면 카카오는 소상공인이나 개인들이 쓰기 편한 퀵이고 저희는 기업 중심의 퀵이죠. 계정 관리나 월 정산 등 기업이 쓰기에 좀 더 편한 앱이에요. 확실한 건 디지털 서비스를 시작한 건 디버가 처음입니다.(웃음)
Q 기업 중심의 B2B 서비스라면 특별한 영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A 플랫폼 비즈니스는 별도의 영업보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해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플라이휠’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디포스트가 플라이휠 역할을 할 거라고 믿고 있어요. 대기업 사옥 같은 큰 건물들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데, 퀵이나 택배기사가 쉽게 출입할 수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1층이나 지하에 문서수발실이 있어요. 관리자가 상주하는 곳도 있고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는데, 보안에 취약하죠. 업무용 물품이 도착한지 몰라 폐기되는 택배들도 있습니다. 건물에 디포스트를 설치하면 모든 물건을 스캔해 당사자에게 카톡으로 물품 관련 정보를 보냅니다. 개인정보가 함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관리하죠. 저희 입장에선 디포스트를 통해 건물의 물류를 관리하고, 여기서 나오는 택배나 퀵은 디버를 통해 운영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Q 최근 디포스트에 배송 로봇 ‘디노’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반응이 어떻습니까.
A 처음엔 로봇이 직접 자기 자리로 택배를 전달해주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어요.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자체 개발한 서비스인가요.
A 로봇을 개발한 건 아니고 디포스트와 기술적으로 연동하는 배송 로직을 개발한 겁니다. 아직은 POC(Proof of Concept) 단계에요.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불편 사항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디포스트 서비스를 기반으로 건물 내에서 배송 로봇을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가 되는 게 또 하나의 목표죠.
Q 자율주행 접목도 구상하고 있다고 하던데.
A 현재 약 100곳에서 디포스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수 십 곳에서 정기적인 배송 셔틀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율주행 관련 기업과 협업해 정기 셔틀을 자율주행으로 전환할 계획이에요. 운송 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운송 비용 면에서도 상당한 절감이 예상됩니다.
Q LG유플러스의 사내벤처로 태동했는데, 당시 퀵서비스에 주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A 이동통신이 사람과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좁힌 것처럼, 배송에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물류는 모든 기업에서 사용하는 필수 요소인데 그중 퀵은 빠른 업무처리를 위해 수시로 사용하는 서비스죠. 이 서비스를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으로 편하게 관리하면 분명 찾는 기업이 많아질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창업하고 지금까지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는데, 올해는 70~100% 성장이 예상됩니다.
Q 성장세가 가파르다 해도 고비가 없을 순 없는데.
A 아마도 최근이 그런 것 같네요.(웃음) 3월경에 50억~80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열려고 하는데, 요즘 투자시장이 좋지 않거든요. 스타트업 입장에선 확신을 갖고 성장에 집중하고 싶은데, 시장에선 수익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비용이나 인력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어요. 올 5월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 같습니다.
Q 퀵서비스는 해외시장이 훨씬 큰 시장인데.
A 지난해에 국내시장에서의 성장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2조원대 시장이라 해도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예를 들어 10%의 점유율로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15%를 영업이익으로 가져간다 해도 기업가치엔 한계가 있어요. 까다로운 국내시장에서 검증받은 후 결국엔 해외로 진출하려고 합니다.
Q 어느 지역을 눈여겨 보고 있는 겁니까.
A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동남아시아가 될 것 같습니다. 홍콩의 고고X나 라라무브 등 물류회사가 주목받고 있는데, 홍콩의 인구가 약 800만명이에요. 서울보다도 작은 규모죠. 그런데 라라무브의 기업가치는 10조원에 이릅니다. 이 물류 플랫폼의 해외사업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한 것이죠. 디버와 디포스트가 함께 해외로 진출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살펴보고 있습니다.
Q 디버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A 많은 스타트업이 IPO가 목표라고들 하는데, IPO는 회사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디지털 물류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3호 (2024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