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광지에서나 찾아갈 수 있었던 ‘루프톱’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최근 몇 년간 루프톱 바, 루프톱 카페 등 루프톱 유행이 불었기 때문. 이제는 루프톱이 진부해져버릴 만도 하지만 우리가 루프톱에 가야하는 이유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
지상과 떨어진 높은 공간에 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긴장하고 떨게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습도와 온도, 변화무쌍한 하늘의 움직임은 인간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개방된 공간에서 인간은 자연상태에 가까운 해방감을 느낀다. 루프톱은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고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연인이 되고 싶은 사람,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 멀어졌던 감정을 다시 회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함께 루프톱에 가야한다. 인스타그램 시대에 루프톱은 아무리 사진을 못 찍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실패하지 않는 장사와 같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왜 호텔 루프톱에 가야할까. 첫째, 호텔들이 루프톱을 호텔의 럭셔리함을 내세울 수 있는 마케팅포인트로 잡으면서 분위기와 뷰뿐 아니라 식음료까지 높은 수준에 맞췄다. 둘째, 도심에서 1~2박을 하는 호캉스가 유행하면서 루프톱은 짧은 여정의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코스다. 밤 1~2시까지도 문을 여는 호텔 루프톱 바는 로맨틱한 데이트의 마지막 장소로도 적절하다. 현실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호텔 루프톱 명소를 정리해봤다.
▶호텔 루프톱 원조 맛집 ‘버티고’
지난 6월 25일 오픈한 여의도 콘래드 호텔 9층 루프톱 바 ‘버티고(VVERTIGO)’. 2016년 처음 문을 열고 매년 여름마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버티고는 호텔 루프톱의 원조격인 곳이다. 최근 리뉴얼을 거쳐 연중 오픈하는 최고급 바&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지난해까지는 실외 공간만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실내공간도 함께 만들어 계절, 날씨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버티고는 여의도의 상징과 같은 ‘세 개의 탑’ IFC 빌딩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바로 코앞에 One IFC가 거대한 장벽처럼 서있고 왼편에는 Three IFC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있다. 두 건물 사이로 멀리 여의도 공원 너머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인다. 완전히 360도 트여있지는 않지만 일몰부터 야경까지 이어지는 황금시간대의 분위기는 아주 매력적이다.
콘래드호텔은 버티고를 ‘시티 포레스트’라는 콘셉트로 여의도 고층 빌딩 숲 사이에 숨겨진 보석 같은 도심 속 공간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숲’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고자 버티고 가든이라는 작은 정원에서 애플 민트, 로즈마리, 초코민트, 페퍼민트 등을 직접 키운다. 이 허브는 모히토 등 버티고의 음료에 실제로 사용된다.
버티고를 방문하면 각양각색의 개성 있는 칵테일들을 마시지 않고 버티기 쉽지 않다. 핑크색 구름을 연상케 하는 솜사탕 모양의 블로섬(Vvlossom)과 레드 와인과 모스카토 등을 얼려 아이스 바 형태로 즐길 수 있는 버티고 팝시클(Vvertigo Popsicle)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것이 많다.
리뉴얼을 거치면서 버티고는 식사부터 음료까지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변했다. 점심은 평일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주말 바는 오후 3시부터 밤 1시까지 문을 연다. 2코스로 구성된 점심메뉴가 3만9000원으로 호텔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이다.
홍대 라이즈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콜렉션 호텔(라이즈호텔) 사이드노트클럽은 청담동 르 챔버와 협업으로 운영되는 국내 최고 수준의 바다. 호텔 15층에 위치한 이 바에는 야외공간이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루프톱 바의 화려한 야경에는 못 미치지만 서울에서 가장 힙한 공간인 홍대인근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고층빌딩과 아파트, 주택가가 뒤섞인 일대의 풍경은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다. 탁 트인 개방감은 사이드노트클럽 루프톱의 큰 장점 중 하나다. 멀리 여의도가 보여 10월 불꽃축제기간에는 조그만 불꽃(?)도 감상할 수 있다.
사이드노트클럽은 매주 토요일에는 디제잉과 함께 BBQ를 즐길 수 있다. ‘그릴링&스피닝’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행사다. 사이드노트클럽은 3월부터 11월까지 하절기에는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개장한다.
홍대 라이즈
▶흥인지문뷰 ‘더그리핀’
JW메리어트동대문 스퀘어 서울 11층 바 더그리핀은 서울에서 가장 유니크한 뷰를 제공하는 바다. 바로 ‘흥인지문(동대문)’뷰다. 정확히는 ‘루프톱’이 아닌 ‘테라스’지만 나라의 ‘보물 1호’를 바라보며 칵테일 한 잔을 마시는 경험은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다.
더그리핀에서 유니크한 것은 흥인지문뷰만이 아니다. 한국과 서울의 정서를 듬뿍 담은 다양한 칵테일을 판매한다. 동대문 달빛, 금의환향, 남산타워, 왕실의 비밀 등 이름부터 한국적인 냄새가 가득한 ‘서울 셀렉션’은 비주얼에서부터 충격적이다. 더그리핀에서 파는 많은 칵테일들은 담솔, 화요41, 문배주, 문경바람과 같은 한국 전통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스피릿’이 담겼다. 오후 5시부터 밤 2시까지 문을 연다.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 서울 16층 파노라마 라운지&바는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뷰가 가능한 곳이다. 뷰로는 최고지만 루프톱 바라고 하기에는 다소 개방감이 떨어진다. 브런치와 식사메뉴, 커피와 티, 와인까지 모두 가능하며 밤 1시까지 문을 연다.
강남의 탁 트인 야경과 특별한 여름밤을 즐길 수 있는 루프톱 바 클라우드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은 강남 한복판 테헤란로에 인접한 호텔이다. 21층에 위치한 클라우드바는 오래된 루프톱 야경명소다. 금, 토 기준 밤 2시까지 운영한다.
루프톱 바는 특급호텔의 것만은 아니다. 롯데호텔의 부티크호텔 브랜드인 L7 명동 21층에는 ‘플로팅’이라는 루프톱 바가 있다. 남산과 명동 도심의 전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다.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심리적 장벽으로 인해 젊은 20대 고객이 많다. 바는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금, 토 새벽 2시)까지 운영한다. L7명동 플로팅에는 ‘풋 스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플로팅 바에서 주문을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늘에 떠있는 비치클럽
‘드래곤시티 스카이킹덤’
수영장은 호텔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평범한 수영장도 적절한 조명만 있으면 밤에는 환상적인 공간이 된다. 수영장의 이런 매력과 루프톱의 장점을 합친 공간이 서울에 몇 곳 있다.
하나는 서울의 최대 규모 호텔 콤플렉스인 용산 드래곤시티 34층에 위치한 스카이킹덤이다. 이곳은 스페인 이비자, 그리스 슈퍼 파라다이스 등 전 세계 유명 비치 클럽을 재현한 루프톱 풀이다. 멀리 남산과 한강, 여의도까지 볼 수 있는 이곳은 화이트 샌드 미니 해변과 가든 테라스 등 호화로운 시설을 갖췄다.
서울드래곤시티 루프톱 풀&바 스카이비치
루프톱 풀은 비수기는 6월 22일부터 7월 19일, 성수기는 7월 20일부터 8월 18일까지로 별도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성수기 주말의 경우 성인 입장료가 5만5000원이다. 하지만 수영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스카이비치에 딸린 바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운영시간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로 짧다. 스카이킹덤은 ‘루프톱 풀사이드 BBQ’를 운영하고 있다. 인원수 별로 BBQ 플래터를 제공하고 국산 생맥주를 무제한 마실 수 있다. 가격은 4만4000원이다.
롯데호텔 L7 명동에 루프톱 바와 풋스파가 있다면 L7 홍대에는 루프톱 바와 루프톱 풀이 있다. L7 홍대 22층의 바 ‘플로팅’과 붙어있는 루프톱 풀은 투숙객 전용 시설이다. 크기 14.8×3.7m의 작은 수영장이지만 필요한 것은 다 갖췄다. L7 홍대 플로팅 바는 금, 토 기준 오후 6시부터 밤 2시까지 문을 연다. 수영장 이용권 2매가 포함된 L7 홍대 호텔의 ‘썸머 스플래쉬’ 패키지는 평일 기준 16만5000원부터 시작한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21층에는 야외수영장과 고메바@루프탑이 있다. 7월 한 달 동안 매주 금, 토에 루프톱 파티를 연다. 오후 8시부터 밤 2시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3만원이다. 아파트든 호텔이든 많지 않은 곳이 ‘한강뷰’다. 여기에 ‘루프톱’이라는 조건까지 넣으면 서울에서 두 가지를 만족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서울 드래곤시티 킹스 배케이션이 대표적이다.
비스타 워커힐 호텔 ‘스카이야드’는 호텔 4층에 위치한 작은 정원이다. 한강을 바라보며 즐기는 족욕탕과 멀리 한강변 아파트와 롯데월드타워까지 보이는 명소지만 오후 10시, 바는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
한강반포지구의 ‘더리버’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시설도 아니고 루프톱이라고 하기에는 낮지만 가장 이상적인 한강뷰가 있는 곳이다. 동작대교와 용산구 이촌동,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